◆시행사 땅 헐값 인수… 폭리 논란
‘광주아파트 인허가비리’는 2005년 12월 시공사 포스코건설과 시행사 정우건설이 정관계 로비를 벌이다 12명이 기소된 사건이다. 정우건설이 2011년 파산하면서 토지주를 포함한 채권단 등이 포스코건설에 대위변제를 요구하며 분쟁이 장기화됐다.
정우건설과 채권단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이 대위변제를 요구받은 돈은 100억원가량. 포스코건설은 2000가구 규모의 더샵아파트를 짓기 위해 정우건설과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했다. 정우건설이 SC제일은행 등으로부터 사업비를 빌리되 자금난이 발생하면 포스코건설이 지급을 보증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업 초기 정관계 로비가 드러났고 정우건설이 파산하며 대출금이 연체됐다. 포스코건설은 약 3500억원을 변제하면서 정우건설 명의의 아파트부지를 인수했다. 포스코건설은 또 대출금을 변제하기 위해 정우건설 소유의 토지 일부가 경매처분되자 법적 구상권을 청구, 약 52%를 배당받았다.
정우건설과 채권단은 이 과정에서 포스코건설이 폭리를 취했다며 남은 채무의 일부를 변제해달라고 요구했다. 포스코건설이 아파트부지를 외부 감정평가사가 산출한 감정가의 평균에 따라 2624억원에 인수했는데 이 금액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 정우건설 관계자는 “사업지 감정가가 2008~2009년 4000억원대였는데 이후 부동산경기가 나빠지자 포스코건설이 절반 가격에 인수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며 “이에 반해 채무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2008~2009년 외부 감정평가사의 감정가가 4648억~5913억원이었는데 포스코건설이 헐값으로 토지와 사업권을 인수하고 이후 분양수익까지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우건설에 빌려준 자금이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로비에 이용된 만큼 포스코건설이 채무 일부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은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감정가가 낮게 설정된 것은 회사의 이익과 무관하고 정우건설과는 공동사업자가 아니라 시공·시행계약만 했을 뿐”이라며 “법적으로 남은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우건설이 사업 당시 프로젝트파이낸싱을 받은 은행 내부보고서에는 ‘포스코건설이 실질적으로 토지매입과 분양사업을 총괄하고 있어 시행사의 권한은 미미한 상태’라는 내용이 여러차례 언급됐고 수사과정에서도 포스코건설이 시행사의 경영권까지 간섭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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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 송도사옥. /사진=머니투데이 DB |
◆잇단 권력형비리 수사 타깃 ‘악재’
포스코건설이 법적으로 정우건설과 채권단의 빚을 갚을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최근 정부의 잇단 건설비리 수사 및 관련 움직임에 따른 부담이 크다. 일련의 사건이 광주아파트 인허가비리와 마찬가지로 권력형게이트라는 점에서 정권유착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검찰은 서울 송파구 진주아파트의 재건축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건설 부장급 직원을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은 “회사 차원의 압수수색이 아니라 직원 개인의 일로 인한 조사”라고 선을 그었지만 건설업계는 수사범위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구속된 직원은 자재업체 대표에게 구매계약을 조건으로 사례금 약 2억원을 받았고 이후 다른 업체로부터 5000만원을 더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포스코건설 임원급 직원이 하도급업체에 현장경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요구했다가 징역과 추징금을 선고받은 데다 과장급 직원도 납품업체 청탁을 받아 여러차례에 걸쳐 현금과 백화점상품권 등을 수수한 사실이 확인돼 직원 개인비리로 축소시키기에는 사안이 심각하다는 게 업계 내부의 분위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검찰 수사과정을 볼 때 비리자금이 회사 윗선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까지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특히 최근 건설사들의 재건축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수사범위가 전방위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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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엘시티단지. /사진=머니투데이 DB |
지난해 말 초대형 건설비리로 세간을 시끄럽게 한 엘시티사업 역시 시공사가 포스코건설로 교체된 배경을 두고 검찰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와의 연루를 염두에 둔 채 수사를 확대하는 중이다. 정권교체 과정에서 수사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했으나 지난 5월 새정부가 출범하자 부산 시민단체 등은 서울중앙지검에 엘시티 비리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시민단체들은 엘시티사업을 허가한 해운대구에도 승인 취소신청을 낸 상태다.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수사대상에는 ▲법무부의 엘시티에 대한 부동산 투자이민제 지정 ▲포스코건설의 시공사 선정과 책임준공 조건 ▲부산은행의 시행사 특혜대출 등이 포함됐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1호(2017년 8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