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2 부동산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인 서울·과천·세종에서 주택담보대출한도(LTV)가 집값의 40~50%로 줄어들었다. 정부는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주택가격 6억원 이하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의 무주택자는 예외적용하기로 했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서울 집값이 최근 몇년 사이 천정부지로 오른 데다 실수요자 대부분이 도시생활자나 맞벌이부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연소득기준 역시 혜택 대상에 포함되기가 어려워서다.

/사진제공=반도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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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혜택 무용지물 우려
내년 봄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신혼부부 김모씨는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 소식에 좌절했다. 맞벌이 회사생활과 자녀보육 문제로 아파트를 분양받아 정착할 계획을 세우던 중 자금마련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김씨는 "2년 전 5억원이던 소형아파트값이 7억원대로 올랐고 내년에 연봉이 오르면 소득기준도 안맞아 집값의 절반도 못빌릴 가능성이 높다"며 "30대 부부가 집값 절반인 3억원을 모으려면 부모 도움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한 실수요자 요건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서울 안에서도 도심과 외곽의 집값 차이가 큰 데다 최근 집값이 오르며 내집 마련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을 더욱 압박한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실수요자 요건을 맞추기 위해선 직장으로부터 멀어지거나 더 낡고 오래된 집 등으로 눈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이 결국 젊은 신혼부부 등에겐 주거빈곤이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여러 은행 문 두드려 유리한 조건 찾기


정부는 8·2대책을 발표한 지난 2일 전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기존 대출한도인 LTV 60~70%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미 계약금을 낸 상황에서 대출한도가 부족해 매매를 포기하게 되면 자칫 실수요자의 피해를 키울 수 있어서다.

하지만 LTV는 금융감독원의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므로 은행마다 대출한도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의 LTV를 40%로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은행들은 ▲대출만기 ▲소득 ▲거래실적 ▲신용등급 등에 따라 대출한도에 차등을 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득이 적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 LTV 규정보다 더 낮은 대출한도가 책정될 수 있고 평소 주거래은행이라면 예금잔액 등에 따라 한도가 더 많을 수도 있으므로 여러 은행을 방문해 유리한 조건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으로는 정부규제와 금융당국의 감독강화, 금리인상 등 이슈로 은행의 대출자체가 보수적으로 운용되면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더 강화된 대출규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이미 은행들이 이전보다 깐깐하게 대출한도를 운영하고 있어 실수요자들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업 감독규정상 LTV 60%가 허용되는 주택도 한꺼번에 40%를 적용하면서 은행 일선에서는 혼선이 빚어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