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상가임대료에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간다. 잘 나가는 상권은 치솟는 임대료에 애가 타고 침체된 상권은 매출에 비해 과도한 임대료가 부담이다. 원주민과 영세임차인이 밖으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도처에서 발생한다. 이에 새정부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세운 상가임대차보호법(상임법) 개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계약갱신청구권 기한 연장 등을 담은 상임법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와 국회를 중심으로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치솟는 임대료를 잡고 건물주와 임차인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까.
◆치솟는 임대료에 시름하는 임차인
분양시장의 화두가 대출규제와 고분양가 등이라면 상가시장의 화두는 단연 ‘임대료’다. 임대료 인상은 기존 상권과 신흥 인기상권 할 것 없이 시장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으로 상인들의 수익성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상권 자체의 생명력까지 갉아먹는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상권 평균 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0.61%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0.60%)보다도 0.01%포인트 확대됐다. 서울의 임대료 상승세는 전국 평균보다 가팔랐다. 올 1분기 서울 상권 평균 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0.88% 상승했다.
2015년 상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2년 동안 임대료가 가장 크게 오른 상권은 경리단길이다. 경리단길의 지난해 1분기 임대료는 전년 동기대비 4.83% 상승했고 올해도 5.33% 올라 최근 2년간 임대료가 10.16%나 뛰었다. 같은 기간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임대료 인상률도 각각 0.94%·1.20%로 나타나 서울 평균 상승률을 상회했다.
갑작스런 임대료 상승은 대체로 신흥 인기상권에서 두드러지지만 인기가 떨어진 기존상권의 임대료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건 아니다. 어디서든 임차인은 매출에 비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의 임대료를 감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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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성 기자 |
◆핵심 국정과제 ‘젠트리피케이션’ 해법 제시
무분별한 상가임대료 인상은 이미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원주민과 영세임차인이 상권에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정부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젠트리피케이션의 해소를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다양한 해법 마련에 나섰다.
우선 상권 구획을 개편하기로 했다. 영세임차인·자영업자 및 전통시장의 활력을 회복하고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상가건물 분류기준도 재정비된다. 현행 통계에선 3층 이상은 중대형, 2층 이하는 소규모로 구분되지만 면적기준 등을 추가해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공공임대상가 도입 계획도 밝혔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노후지역이 되살아나면 영세임차인과 청년창업자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서다.
일각에서는 재원 마련과 선정지역 형평성 문제 등을 지적하지만 정부 주도의 첫 젠트리피케이션 해법인 만큼 임차인 권리보호와 상생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지 주목된다.
반면 도시재생전문가는 산업화 과정에서 파생된 젠트리피케이션을 법으로 규제하기보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 각계각층이 머리를 맞대 의연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한다.
장남종 서울연구원 도시재생연구센터장은 “젠트리피케이션은 저성장 산업화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성장통”이라며 “해당 지역주민과 지자체, 정부, 학계 등이 서로 머리를 맞대 해당 지역의 정책적 발전을 유도해 중산층 유입을 통한 세수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상임법 개정으로 임차인 권리보호
정부는 젠트리피케이션 해법 못지않게 상권 임대료 급등에 시름하는 영세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성도 직시했다. 이를 위해 계약갱신청구권 기한 연장과 환산보증금 상향조정 등을 담은 상임법 개정에 나섰다.
계약갱신청구권 기한 연장은 임차인이 계약 만료 후 최초 1회에 한해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을 뜻하며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기한을 두배 늘리는 게 골자다.
상임법에 따른 임대차계약 보호대상 세입자를 현행 60~70% 수준에서 90% 이상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환산보증금도 올리기로 했다. 환산보증금은 상가 임차인이 건물주에게 매달 지급하는 월세에 일정 이자율(연 12%)을 적용해 합산한 환산금액이며 ‘보증금+(월세×100)’으로 산정한다. 보증금과 월임대료 비율을 맞춰 건물주가 무분별하게 월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전문가 역시 임대료 상한선 제한 등 법 개정을 통해 임차인 권리보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급속한 주거비 상승을 시장 스스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맞설 수 있는 법적인 권리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독일·프랑스 등 일부 신진국은 지역별로 공정임대료를 정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우리나라도 이를 법적으로 강제해 약자인 임차인 권리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2호(2017년 8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