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제공=신세계
신사복, 슈즈, 잡화, 셔츠, 타이 등 남성과 관련된 모든 상품을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스타필드 맨즈’, 완구를 가지고 노는 것뿐 아니라 직업을 체험하고 놀이기구도 즐길 수 있는 ‘토이킹덤 플레이’, 130여개에 달하는 국내외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하나의 매장 안에서 편집숍 형태로 판매하는 ‘신세계 팩토리 스토어’….
‘사고 싶다’는 느낌을 넘어 ‘갖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브랜드. 단순히 눈과 귀를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무언가 더 특별함을 주는 공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인 3번째 스타필드몰 ‘스타필드 고양’의 첫인상이었다.
◆ 쉬고 노는 공간 확대 '스타필드 고양'
신세계가 약 7700억원을 투입한 수도권 서북부 최대 실내 쇼핑테마파크 '스타필드 고양'이 지난 8월24일 모습을 드러냈다. 정 부회장은 2000년대 초반 미국 현지의 다양한 쇼핑몰을 둘러본 후 쇼핑만 하는 공간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 단순판매 목적의 1차원적 쇼핑몰 개념에서 벗어나 방문할 이유가 있는 체험형 공간의 쇼핑테마파크인 스타필드를 구상했다.
세번째 야심작인 스타필드 고양은 연면적 36만4000㎡, 지하 2층~지상 4층 매장 면적 13만5500㎡의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가장 큰 특징은 1·2호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꾸몄다는 점. 편히 쉬고 놀 수 있는 공간에 초점을 맞췄다.
하남 대비 매장 크기가 4배가량 커진 장난감판매점 토이킹덤 옆에는 대형 놀이공간인 토이킹덤 플레이를 조성했다. 완구, 직업, 놀이기구, 블록 등을 체험하는 총 7개의 어린이 맞춤공간을 갖췄다. 브릭라이브 크리에이터 클라스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키즈카페와 포토존도 마련됐다.
미용실, 메디컬 스파, 필라테스 등 여성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뷰티 빌리지’도 새로 들였다. 남성을 위해선 실내 골프장 ‘데이골프’, 당구와 볼링 등을 할 수 있는 ‘펀시티’ 등을 도입했다. 가족단위 고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도 강화했다. 국내 처음 선보이는 체험시설인 짚코스터부터 드롭슬라이더, 디지털 미식축구, 양궁 등 30여종의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스타필드 고양은 쇼핑몰이지만 쉬고 놀고 먹는 공간이 전체 규모의 약 30%를 차지한다. 고객이 밥 한끼 먹고 잠깐 둘러보다 가는 게 아니라 더 오래 매장에 머물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주차 스트레스도 줄였다. 4500대 주차공간을 지상과 지하에 고루 분산했고 개장 초반 사람이 몰릴 것을 대비해 야외에 추가로 1100대 공간을 확보했다. 주차대란이 벌어진 초기 하남점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
쇼핑 역시 체험과 실속을 강조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스타필드 고양에 첫 오프프라이스스토어(OPS)인 신세계팩토리스토어를 선보였다. OPS는 백화점이 유명브랜드에서 직접 재고 물건을 사들인 뒤 50~70% 대폭 할인 판매하는 점포다. 미국 노드스트롬의 ‘랙’, 삭스피프스애비뉴의 ‘오프피프스’ 등이 대표적이다.
남성과 키즈 관련 공간에 전문관을 골고루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남성브랜드 전문관인 스타필드 맨즈가 위치한 2층 공간에는 남성의 놀이터인 ‘일렉트로마트’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BMW 등 자동차 전시관, 골프존 마켓,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매장과 처음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는 남성 전문 편집숍 ‘하우디’까지 배치해 남성 전용 쇼핑몰 수준으로 차별화했다.
3층에 위치한 ‘스타필드 키즈’는 토이킹덤, 베이비서클, 키즈카페 ‘위너플레이’, 유아 놀이터 ‘베이비엔젤스 플레이’, 아디다스 키즈, 갭키즈 등 다양한 키즈패션브랜드 매장과 함께 배치해 키즈 관련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신세계 측은 스타필드 고양의 차별화된 경쟁력과 배후상권을 토대로 오픈 1년차에 매출 6500억원을 달성하고 그룹을 대표하는 핵심 매장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또 경기도 안성과 인천 청라 지역에도 스타필드를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 “고객의 24시간, 365일 일상 함께해야”
정 부회장은 일찌감치 체험형 매장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쇼핑에 있어서 고객의 24시간, 365일 일상을 함께하는 신세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의 전략은 사업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개장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쇼핑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체험 공간으로 다른 면세점과 차별화를 뒀다. 회전목마를 모티브로 한 예술작품을 전시하는가 하면 벽면에 LED 디스플레이를 더해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신세계백화점 김해점도 체험형 공간으로 구축됐다. 이곳 옥상에는 야외 테마파크인 ‘뽀로로빌리지’가 마련돼 어린이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캐릭터 공원, 놀이동산, 산책로, 야외소극장 등으로 꾸며 다양한 체험이 가능할 뿐 아니라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 부회장의 유통실험이 국내 유통업의 새로운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본다. 점포나열식에서 체험형 시설로, 바깥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의 장을 실내로 바꾸는 이 같은 시도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데 한몫한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최고경영자로서 항상 그룹이 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며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시장 포화를 넘어 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체험형 콘셉트의 복합쇼핑몰이 유통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결국 브랜드와 공간, 나아가 유통업의 미래는 시장점유율이 아닌 소비자 일상 점유율의 싸움이라는 설명이다. 정 부회장의 스타필드 시나리오는 소비자의 일상을 얼마나 사로잡을까. 운명의 주사위가 던져졌다.
☞ 프로필
1968년생/ 경복고/ 서울대 서양사학과/ 브라운대 경제학과/ 1994년 삼성물산 경영지원실 입사/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이사대우/ 1997년 신세계그룹 기획조정실 상무/ 1998년 신세계백화점 경영전략실 상무/ 2000년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담당 부사장/ 2006년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담당 부회장/ 2009년 12월 신세계그룹 대표이사 부회장(현)
☞ 본 기사는 <머니S> 제503호(2017년 8월30일~9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