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출산 2주째, 출산휴가 3주째에 접어들었다. 밤낮으로 울어대는 갓난아이와 23개월의 첫째아이를 한꺼번에 돌보느라 전쟁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육아의 행복을 느낀 일이 있다.

전업주부가 되며 생긴 가장 큰 변화는 평일 아침 늦잠을 잘 수 있는 것도,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것도 아닌 큰아이의 어린이집 하원길을 함께할 수 있는 일상이었다.


두살 터울 자매와의 육아일상. /사진=김노향 기자
두살 터울 자매와의 육아일상. /사진=김노향 기자

우리나라는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정부의 육아지원 정책이 잘돼 있다. 세계 최고의 복지선진국으로 꼽히는 북유럽에서도 어린이집 무상보육을 시행하지 않지만 한국의 아기들은 생후 3개월만 지나도 가정어린이집 같은 보육시설을 '공짜로' 갈 수 있다.
물론 보육기관이 부모의 육아공백을 100%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보통 어린이집의 보육시간은 아침 7시30분부터 저녁 7시30분까지로 평범한 회사원이 정시 출퇴근한다고 가정하면 완전한 보조양육이 가능하다. 맞벌이부부라도 둘 중 한 사람만 제시간에 퇴근하면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이 야근, 저녁약속 등으로 퇴근시간이 불규칙하다보니 제2의 보조양육자에게 의지하고 추가적인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더 안타까운 것은 실제로 어린이집 교사의 퇴근시간인 7시30분까지 아이를 맡기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 있다.

우리 부부의 경우 먼저 일을 마친 사람이 100m 달리기하듯 퇴근해 아이를 데리러 가도 어린이집에 남은 반친구는 대개 한명이나 두명뿐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엄마나 베이비시터, 조부모의 도움을 받아 오후 3~4시경 하원하기 때문이다. 전업맘의 경우 정부가 보육비를 지원하는 시간이 오후 3시까지로 정해져있고 설령 맞벌이부모라도 아이를 하루 12시간 내내 어린이집에 맡기면 아이의 정서불안 등이 우려된다며 가능한 한 일찍 데려오려 노력한다. 


우리집 아이만 봐도 평소보다 30분 정도 늦게 데리러 간 날은 엄마를 보자마자 달려들어 울거나 떼를 써서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 와중에 다른집 아이가 자기 엄마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 실망해 울기라도 하면 정말이지 같이 울어주고 싶은 심정이 든다.

그래서 육아휴직 동안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은 다름 아닌 매일 오후 3시30분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것이었다. 하원길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놀이터에서 뛰노는 모습을 보고 손수 저녁밥을 차려주는 평범한 엄마의 일상이 기다려졌다.

어린이집 하원길이 즐거운 첫째아이. /사진=김노향 기자
어린이집 하원길이 즐거운 첫째아이. /사진=김노향 기자

일과 가정의 균형이 잘 지켜지는 나라들을 보면 정부의 금전적인 지원보다 기업의 유연근무제 등이 더 활성화돼있다. 맞벌이부모 중 한 사람만 유연근무가 가능해도 출퇴근시간을 앞당기면 자녀 하교시간에 맞춰 퇴근하되 근무시간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는 대기업들이 생겼다.
정부가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해 평균 10조원의 예산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맞벌이육아를 해본 입장에서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건 육아공백을 채워주는 사회적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