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통신분야를 주력으로 하던 국내 대기업이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사업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사업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전자·정보기술(IT) 관련 장치를 의미한다. 미래 자동차의 방향이 전기·자율주행차 등 첨단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카로 가닥이 잡히며 기존에 자동차사업을 하지 않던 삼성·LG·SK도 전장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 하만+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로 전장사업 강화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3억달러(약 3400억원)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를 조성해 전장사업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스마트 센서, 머신 비전, 인공지능(AI), 커넥티비티 솔루션, 보안 등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분야의 기술 확보를 위해 운영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 펀드의 첫번째 전략적 투자로 자율주행 플랫폼과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의 글로벌 리더인 TTTech에 7500만유로(약 1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손영권 삼성전자 사장과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하드락 호텔에 마련된 약 440평 규모의 하만 전시장에서 하만의 JBL 사운드 바를 설치한 데모차량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손영권 삼성전자 사장과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하드락 호텔에 마련된 약 440평 규모의 하만 전시장에서 하만의 JBL 사운드 바를 설치한 데모차량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또한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인수합병(M&A)을 완료한 하만은 커넥티드카 부문에 자율주행과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을 전담할 SBU(Strategic Business Unit) 조직을 신설했다. SBU는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와 협력해 보다 안전하고 스마트한 커넥티드카를 위한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한국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시험하기 위해 자율주행 면허를 확보하기도 했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삼성전기, 삼성SDI 등 계열사와도 시너지를 도모하며 스마트카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LG, 완성차급 생산능력 보유


지난 2013년 LG전자에 전장부품을 담당하는 VC사업부를 만든 LG그룹은 이미 계열사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부품으로 완성차를 만들어낼 만한 생산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 전기차 구동모터·인버터 ▲LG화학 전기차용 배터리 ▲LG디스플레이 차량용 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 차량용 내외장재 ▲LG이노텍 차량용 LED, 카메라모듈, 조향용 센서카메라모듈 등의 부품을 조립만 하면 사실상 완성차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LG전자가 지난 12~15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처음으로 참가해 글로벌 완성차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동차 핵심 부품을 전시하는 비공개 부스를 마련했다. 사진은 LG전자 모델들이 부스 입구에 전시된 전기차 솔루션 모형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LG전자
LG전자가 지난 12~15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처음으로 참가해 글로벌 완성차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동차 핵심 부품을 전시하는 비공개 부스를 마련했다. 사진은 LG전자 모델들이 부스 입구에 전시된 전기차 솔루션 모형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LG전자

나아가 LG전자는 최근 오스트리아 자동차 조명회사 ZKW 인수전에도 참여해 LG이노텍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BMW, 메르스데스-벤츠, 폭스바겐, 볼보, 포드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한 ZKW는 예상 인수가가 1조원 이상이지만 인수에 성공할 경우 LG전자는 단번에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게 된다.
전장사업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LG그룹은 LG전자·LG화학·LG하우시스 등이 지난 14일부터 24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참가해 자사의 앞선 자동차부품 기술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LG전자는 지난달 말 미국 미시간주에 2500만달러(약 283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부품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밀집한 미국 미시간주에서 전기차 부품을 직접 생산, 현지 파트너십을 공고히 함으로써 자동차 부품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SK, 고속도로 자율주행 성공

SK텔레콤은 지난 21일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를 이용해 서울 만남의 광장부터 수원 신갈나들목까지 약 26㎞의 경부고속도로구간 시험주행을 성공했다. 이날 SK텔레콤 자율주행차는 차량 통제 없는 실 주행환경에서 주변 교통 흐름에 맞춰 약 33분가량 진행된 시험 주행을 안전하게 마쳤다.

SK텔레콤은 올 초 차량기술연구소를 신설하고 이경수 서울대 교수팀, 엔비디아, LG전자 등 기업·기관과 협력해 자율주행차의 AI·센서·통신·경로판단 등 기반기술 연구에 전념해왔으며 지난 7월 통신업계 최초로 임시 자율주행 허가를 획득하기도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고속도로 자율주행 성공에 이어 시내·국도·자동차전용도로 주행, 자동주차 등 다음 단계의 자율주행에 도전할 예정”이라며 “자율주행차와 5G 시험망을 연결해 사물인터넷(IoT)·관제센터와 통신하며 주행 안전을 높이는 기술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 안에서 SK텔레콤 연구원이 두손을 들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지난 21일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 안에서 SK텔레콤 연구원이 두손을 들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이전부터 SK렌터카(차량 대여)와 SK이노베이션(전기차 배터리) 등의 계열사를 통해 자동차와 관련된 사업을 영위한 SK그룹은 자율주행의 핵심으로 꼽히는 SK텔레콤의 초고속 통신기술과 지도정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등과의 시너지를 통해 전장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자사 통신망과 지도정보가 국내에 한정돼 해외진출이 어렵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5G통신연합 가입사와의 협력도 추진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와 전략적 협력을 맺고 자율주행 관련 공동기술을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LG·SK는 자동차사업이 주력이 아니었지만 다가오는 스마트카시대에는 본인들이 가진 역량과 해외업체와의 M&A, 협력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미래성장동력의 한축으로 전장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