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는 공매도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상대적으로 공매도가 수월한 기관과 외국인은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반면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전면폐지를 원한다. 과거부터 공매도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분노가 쌓인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공매도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섰다. 과열종목 지정수준을 대폭 높여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공매도 규제가 성공할 수 있을까.
◆끊이지 않는 공매도 논란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주가가 떨어지면 빌린 가격보다 싸게 주식을 매수해 갚는 투자기법 중 하나다. 주가하락이 예측될 때 위험을 헤지하는 방법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공매도가 주가하락의 한가지 요인이라고 본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인다. 현실적으로 기관이나 외국인투자자보다 투자원금이 적은 개인은 공매도를 활용하기 힘들어서다.
논란이 지속됨에도 공매도 물량은 줄지 않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대차거래잔액은 51조원을 웃돌았다. 상반기에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 7월부터 다시 51조원을 넘은 것이다. 대차잔액은 투자자들이 빌려간 주식 중 아직 상환하지 않은 주식으로 공매도와 연관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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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생산 연구시설. /사진제공=셀트리온 |
공매도 논란은 계속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수년간 공매도에 눌려 회사 성장 가능성에 비해 주가가 오르지 못한다는 주주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2012년에는 중국 임상시험 과정에서 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는 루머에 10만주가 넘는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고 주가는 폭락했다. 이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직접 나서 공매도 세력을 규탄하고 모든 지분을 팔겠다고 선언했다. 셀트리온의 공매도 논란은 현재까지 이어져 소액주주들은 아예 셀트리온을 코스피로 이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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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본사. /사진=뉴시스 DB |
지난해 한미약품도 공매도 논란에 휩싸였다. 호재성 공시와 악재성 공시를 연달아 발표하며 공매도로 수익을 본 세력이 나온 것이다. 지난해 9월30일 장 시작 후 한미약품의 공매도량은 상장 이후 최대수준으로 치솟았다. 전날 대형호재로 주가가 상승한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보기에도 대규모 물량이었다. 이후 한미약품은 장 시작 30분 만에 라이선스계약 해지 공시를 내보냈고 주가는 급락했다. 검찰 조사결과 내부정보가 유출됐고 일부 기관투자자가 그 정보를 이용해 공매도로 수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한미약품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 A씨(59)는 “전날 기술수출계약 공시를 보고 한미약품에 5000만원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다”며 “공매도 물량이 갑작스레 늘어났다는 사실만 알았어도 그렇게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과열종목 지정 강화… 주가상승 ‘글쎄’
공매도 논란이 지속되자 당국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6월부터 개인·법인투자자 대리인의 공매도 잔액이 상장주식 총수 대비 0.5% 이상일 때 종목명, 인적사항, 최초 공시의무발생일 등을 공시하는 ‘공매도 공시제’를 시행했다. 또 올 6월에는 투자자들이 더 쉽고 자세하게 공매도 정보를 알 수 있도록 공매도 종합포털도 만들었다. 포털은 공매도제도 및 법령체계, 공매도 통계, 오해와 진실 등으로 구성돼 개인투자자의 정보 갈증 해소를 돕는다.
아울러 지난 3월27일에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를 시행해 공매도 억제에 나섰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는 공매도가 급증하는 동시에 가격이 급락하는 종목을 과열종목으로 지정해 다음날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를 제한하는 제도다. 당초 한국거래소는 한달에 5~6건의 과열종목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행 후 약 6개월간 총 18종목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됐을 뿐이어서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금융당국과 함께 ‘공매도제도 개선안’을 만들고 과열종목 지정기준을 강화했다. 코스피시장에서 지난달 25일부터 강화된 기준은 ▲공매도 비중 18% 이상, 주가하락률 5~10%,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 6배 이상 조건 동시 충족 ▲주가하락률 10% 이상,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 6배 이상 동시 충족 등 두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면 지정된다.
개정 전에는 공매도 비중 20% 이상, 주가하락률 5% 이상, 공매도 비중 증가율 2배 이상 등의 조건을 동시 충족해야 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코스닥과 코넥스시장도 기준은 다르지만 기존보다 규제가 훨씬 강화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열종목으로 지정되면 점검과 제재를 더욱 강화해 공매도 거래자의 경각심을 높일 것”이라며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기준 강화로 시장안정기능이 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강화가 공매도를 충분히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공매도 외에도 주가에 하락압력을 넣을 수 있는 요인이 많아 주가가 무조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았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공시와 보고수준이던 공매도 규제가 과열종목에 한해 금지되는 행위규제로 확대됐다”며 “개선안을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올해 코스피 46개, 코스닥 243개 종목이 과열조건에 부합할 정도로 강력한 규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강화에 따른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우회수단이 충분한 상황에서 공매도라는 단일요인으로 주가를 제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9호(2017년 10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