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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 XC60. /사진제공=볼보자동차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수입자동차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이끈 건 독일자동차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폭스바겐이 그 중심이었는데 2015년 전세계를 몰아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가 그 한축을 무너뜨렸다. 2015년 28%에 달하던 아우디와 폭스바겐 브랜드의 수입차 점유율이 0%대로 감소하는 동안 벤츠와 BMW로 수요가 이동했지만 토요타·렉서스·혼다 등 일본브랜드와 스웨덴 브랜드인 볼보 등도 국내시장에서 입지를 무섭게 키웠다. 특히 2015년 1.74%에 불과했던 볼보의 점유율은 올 들어 3.09%로 급상승했다. 지난 8월까지 볼보의 올 판매대수는 4738대로 2015년 총 판매대수(4238대)를 넘어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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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 XC60 내부 인테리어. /사진제공=볼보자동차 |
◆ 2세대 XC60로 성장 박차
볼보브랜드는 앞으로도 국내에서 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출시한 2세대 XC60가 성장에 불을 지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이 차는 유럽 프리미엄 중형SUV시장을 석권한 글로벌 베스트셀링모델 XC60의 풀체인지 모델로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최초 공개됐다. 볼보차의 최신 SPA플랫폼을 기반으로 디자인과 성능, 첨단장치 등 모든 측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26일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XC60 출시행사에서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이사는 “1세대 XC60는 풀체인지 없이도 올해까지 꾸준히 판매량이 늘어온 인기차종”이라며 “2세대 모델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진 만큼 연간 2500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세대 XC60의 연간판매목표는 지난해 1세대 모델 판매량(911대)의 2.5배에 달한다.
이 대표는 6000만원에 달하는 XC60가 프리미엄 중형SUV 중 최고의 가성비를 가졌다고 자신했다. 유럽시장 출시가격보다 최대 30%가량 저렴하다. 볼보 본사에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역설해 조금 더 공격적인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설득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는 “XC60 출시를 앞두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본사와 많은 미팅을 거쳤다”며 “볼보차코리아가 제공하는 5년 메인터넌스와 워런티, 트림별 기본사양 등을 비교하면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로벌 신차 출시 후 불과 6개월만에 한국에 출시된 점도 고무적이다. 판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신차 출시 1순위 국가로서 위치를 공고히 한 것.
XC60의 디자이너가 한국인이라는 점도 마케팅에 큰 지원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XC60은 볼보차 최초의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현씨가 디자인을 주도했다. 그는 이날 출시행사에서도 전면에 나서 XC60의 가치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
이정현씨는 “한국시장에서 잘 팔리길 바라는 마음에 제가, 제 아버지가, 제 친구들이 타고 싶어할 차가 무엇일지를 고민했다”며 “스웨덴브랜드의 감성과 한국적 감성을 잘 섞은 디자인이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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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이정현씨. /사진제공=볼보자동차 |
◆ 1만대 판매… 프리미엄브랜드 안착 목표
“볼보차는 대량생산브랜드가 아니다.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길은 차별화된 스웨덴만의 프리미엄을 선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윤모 대표는 볼보차코리아의 성장 방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판매량 늘리기보다 ‘질적 성장’에 집중해 프리미엄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중이다.
그는 “국내 판매량 중 40% 이상이 플래그십 라인업이고 고급 트림 선택비율이 80%에 육박한다”며 “동급의 독일차보다 더 많은 비용을 소비자가 볼보차에 지불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볼보차코리아는 국내 수입차업계에서 ‘메이저’로 통했다. 2007~2008년 아직 척박했던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포드자동차그룹 산하에 있던 볼보의 연간 국내 판매는 2000대에 달했고 시장점유율도 5%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 속에 볼보는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됐고 이후 한국 수입차시장의 급성장 과정에서 철저하게 외면받았다.
볼보차가 다시 국내시장에서 판매 고삐를 당긴 것은 2014년부터다. 중국업체에 인수됐지만 ‘안전’이라는 브랜드 고유의 가치를 잃지 않고 끊임없이 시장을 두드린 결과다. 심기일전해 라인업을 새로 정비했고 끊임없는 디자인 혁신과 전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북유럽형 ‘휘게’ 라이프 스타일 열풍이 잘 맞아 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볼보차코리아의 성장목표는 더욱 원대하다. XC90, S90, 크로스컨트리 등의 플래그십 라인업이 큰 인기를 끌며 당초 6300대였던 올해 판매목표를 6500대로 높여 잡았다. 내년에는 1만대 고지도 넘본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연간 1만대 이상 판매하는 수입차 브랜드는 손에 꼽힌다.
다만 1만대 판매목표 달성보다는 프리미엄브랜드 전략이 우선한다. 이 판매목표를 당장 내년에 달성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인프라를 먼저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올 연말까지 추진할 서비스 인프라 확대 및 개선 계획은 1만대 판매를 기준으로 잡은 것”이라며 “당장에는 서비스 수요에 과잉공급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같은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볼보브랜드 성장의 변수는 ‘친환경 정책’이다. 볼보는 2019년부터 출시하는 신차에 내연기관 트림을 없애고 모두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로 구성한다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주요 시장에 비해 한국의 친환경차시장이 더디게 성장하는 상황은 볼보차코리아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XC60를 들여오면서도 하이엔드급 성능을 가진 플러그인하이브리드 T8 모델을 제외한 것이 이런 고민을 잘 보여준다. 이만식 볼보차코리아 세일즈마케팅 상무는 “T8 모델도 도입을 검토 중인데 도입이 결정되면 내년 상반기쯤 출시 가능할 것”이라며 “본사의 전기차 출시에 맞춰 국내에도 적극적으로 전기차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9호(2017년 10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