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한강메트로자이 건설현장과 뒤로 보이는 한강신도시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김창성 기자
김포 한강메트로자이 건설현장과 뒤로 보이는 한강신도시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인기지역에 쏠린 실수요층의 관심이 갈수록 분산되는 모습이다. 그동안 강남 등 인기지역만 주목했던 이들이 정부의 각종 규제 여파에 시장이 위축되고 청약 조건 등이 까다로워지자 상대적으로 접근이 수월한 곳을 노리게 된 것. 분산된 실수요층의 시선이 가장 쏠리는 곳은 서울 강서권역이다. 서울 내부에서는 영등포·서대문·강서(마곡) 등이 주목 받고 외부로는 김포와 인천 송도까지 관심이 뜨겁다. 실수요자의 관심이 커진 만큼 이들 지역은 부동산시장의 조연 생활을 끝내고 새 주연으로 등극할 기세다.
◆인기지역 규제에 눈 돌린 수요층

서울 부동산시장은 거의 모든 분양단지마다 불패신화를 이어왔다. 그중에서도 교통·명품학군·생활편의시설 삼박자가 돋보이는 서울 강남의 인기는 수십년째 지속됐다. 자녀교육을 위해 맹모를 자처하는 40대 주부 등이 빚을 내서라도 강남 입성을 노리는 모습은 강남의 인기를 증명하는 대표사례이자 씁쓸한 단면으로 여겨졌다.


동시에 강남은 높은 인기로 인해 시장과열의 주범이란 원성을 들어왔다. 주요 재건축단지 상황에 따라 다소 등락을 거듭했지만 수십억원의 집값이 꺾일 줄 몰라서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시장 규제와 청약제도 개편,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도 대부분 강남으로 인해 초래된 결과다.

문재인정부의 강력한 규제정책으로 최근 한달여간 강남 재건축 단지는 시장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집값이 꿈틀대는 모습이다. 정부의 강한 규제에도 부동산시장이 빠른 속도로 활기를 찾을 것으로 예견한 일부 전문가가 있었지만 실제로 분위기가 바뀌자 시장에서는 8·2부동산대책의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한국감정원의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대비 0.04% 상승했다. 이는 전주(0.01%) 상승폭의 4배에 달하는 수치로 시장 규제 약발이 다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특히 이 같은 흐름은 강남권역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됐다. 서울 강남권역(0.04%) 상승세는 전주(0.01%)보다 크게 확대됐고 재건축 추진이 어느 정도 진행된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십년간 축적된 강남 부동산시장의 위력을 정부 규제로 단기간이라도 묶어둔 게 어찌 보면 대단한 것”이라며 “비싼 땅값에 어마어마한 자본력이 집약된 강남 부동산시장의 그들만의 리그는 앞으로도 쭉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마곡지구 내 한 오피스텔.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마곡지구 내 한 오피스텔. /사진=김창성 기자
◆개발 호재 품은 서울 강서권역 주목

서울 강남 등 인기지역이 정부 규제 범위에 들자 높아진 청약 문턱을 실감한 실수요자는 차선책을 찾았다. 시장 수요에 맞춰 건설업계도 분산된 수요를 잡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가장 주목 받는 지역은 서울 내부의 영등포·서대문·강서(마곡), 외부의 김포·송도 등 강서권역이다.

이곳은 과거 낙후지역 이미지가 강했다. 개발 초기에는 일부지역에서 대규모 미분양도 발생돼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점차 개발이 완성 단계로 접어들고 시장 규제로 갈 곳 잃은 실수요층의 시선이 쏠리자 미분양이 줄고 신규 분양물량은 완판을 이어갔다.

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과거 일부 미분양 물량이 남았던 영등포·서대문과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된 김포·송도 등은 이미 미분양을 대부분 털어냈다.

최근의 분양시장 분위기도 좋다. 김포에서 지난 5월 분양된 ‘한강메트로자이’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7.14대1, 7월 서대문구에서 분양된 ‘DMC에코자이’는 평균 20대1의 경쟁률로 조기에 마감됐다. 또 영등포구에서 분양된 ‘보라매 SK뷰’,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공급된 ‘렌드마크시티 센트럴 더샵’ 역시 조기에 주인을 찾았다. 강서구 마곡지구도 완공을 앞둔 LG 사이언스파크 등 대규모 배후수요를 바탕으로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이목이 집중된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이들 지역이 최근 시장의 큰 관심을 받는 건 잇따른 개발호재로 주거 여건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개발 막바지에 이르러 각종 생활편의시설이 확충된 것도 주거만족도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현재 서울 강서권역은 가재울∙신길∙신정뉴타운 등 신도시급 뉴타운 개발로 낙후지역 이미지를 떨치는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개발에 속도가 붙으며 생활인프라가 개선됐고 김포도시철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확정 등 서울 중심업무지구 접근성을 견인할 교통호재가 꾸준히 이어진 점도 미래 가치를 이끈 요소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외곽뿐만 아니라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 내부에서도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서울 강서권역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갈수록 낙후지역 이미지를 벗는 데다 생활편의시설과 교통까지 확충되다 보니 위상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