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대출/사진=이미지투데이
모바일대출/사진=이미지투데이

#. 사회초년생 박모(29)씨는 인터넷은행에서 비상금대출을 받았다. 신용등급은 6등급이지만 조회결과 연 8%대로 200만원의 대출이 승인됐다. 박씨는 “단 3분 만에 대출금이 입금돼 사고 싶은 노트북부터 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 ‘쉬운대출’ 바람이 불고 있다. 몇 분이면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대출을 받을 수 있어 자칫 수많은 고객들이 빚더미에 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카카오뱅크는 ‘60초면 충전 끝’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비상금대출을 판매 중이다. 신용등급 1~8등급이면 직장인, 자영업자는 물론 주부도 최대한도 300만원까지 대출해준다. 기존 금융거래가 없어도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시중은행처럼 수많은 대출서류도 요구하지 않아 인기가 높다.

케이뱅크도 지난 7월 중단했던 모바일 신용대출을 조만간 재개한다. 마이너스통장, 원리금균등 상환, 만기일시 상환 3가지 대출방식 가운데 마이너스통장을 제외한 나머지 2가지 방식으로 판매를 시작되며 연 2%대의 저렴한 금리가 적용된다.

이 상품은 별도 제출서류 없이 최대 1억원까지 대출해 주는 모바일대출이다. 100% 비대면으로 한밤중에도 스마트폰으로 쉽게 대출받을 수 있어 30∼40대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시중은행도 모바일대출 판매에 적극적이다. KB국민은행은 거래 고객이면 공인인증서 없이 쉽게 대출해주는 ‘KB리브간편대출’을 판매 중이다. 연4.68∼5.08%의 저렴한 금리로 300만원까지 쉽고 빠르게 대출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24시간 신청 가능한 모바일 전용 소액대출 ‘포켓론’을 출시했다. 신용카드만 있으면 신한은행 거래 여부와 상관없이 최대 3분 안에 5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KEB하나은행도 SK텔레콤과 합작한 ‘핀크’ 플랫폼을 통해 이달 중 비상금대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하나핀크 비상금대출은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이다. 대출기간은 6개월, 대출한도는 50만원 이하다.

민응준 핀크 대표는 "금리는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금리의 절반 수준으로 선보일 계획"이라며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은 3%대로 편리하게 모바일대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편의성+건전성,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은행권의 모바일대출은 디지털금융 환경에 등장한 새로운 대출판매 방법이다.

차주는 저렴한 금리로 간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빚을 비상금 쓰듯 쉽게 생각하는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금융산업을 대표하는 시중은행마저 대부업체처럼 손쉬운 대출에 나서 신용과 담보가 높은 고객들도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은행 창구에선 이번달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기존 대출을 갈아타려는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가계부채 대책으로 은행이 대출을 줄이고 시장금리가 오르면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과잉 대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금융당국이 건전성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자의 친절한 금융] 빚 권하는 모바일대출

◆쉬운 대출 스튜핏! 현명한 빚 관리 그뤠잇!

금융전문가들은 디지털금융 환경에서도 합리적인 대출관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꼭 필요한 경우에 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부채규모, 상환기간, 상환순서 등을 따져 대출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재테크 전문가들이 소개하는 '부채관리 노하우5'를 살펴보자. 

① 빚 청산이 재테크의 첫걸음

모바일대출은 오프라인 대출보다 금리가 낮다. 창구에서 이뤄지는 금융거래 비용을 금리우대 혜택으로 돌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은 은행 예금보다 높은 금리로 책정되기 마련. 돈이 있으면 모으는 것보다 갚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비상시를 대비해 일정부분은 보유하더라도 저축할 돈이 있으면 부채를 먼저 상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② 대출은 감내할 수 있을 정도만

대출 규모는 이자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받아야 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득구간별 가계대출 비중을 살펴보면 ▲상위 30% 고소득층 65.6%  ▲30~70% 중소득층 23.6%  ▲하위 30% 저소득층 10.8%로 조사됐다. 신용등급별 가계대출 비중은  ▲1~3등급 고신용자 67.1%  ▲4~6등급 중신용자 26.1%  ▲7~10등급 저신용자 6.8%다. 이 지표를 기반으로 자신의 가처분소득(쓸 수 있는 돈)을 살펴보고 부담없이 이자상환이 가능한 부채상환 계획을 세워야 한다. 

③ 급할 수록 꼼꼼하게, 대출금리 비교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은 부채관리에서도 적용된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대출금리를 꼼꼼하게 비교한 후에 가장 합리적인 금리와 상환조건을 제공하는 대출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비교공시 사이트인 '금융상품 한눈에'에선 전 금융회사의 대출상품을 살펴보고 금리를 비교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 나에게 맞는 상환기간을 제공하는 대출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④ 대출 갚는 순서 정해라

대출은 갚는 데도 계획이 필요하다. 대출을 연체하면 신용등급 하락은 물론 연체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연체를 피하기 위해 대출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만기가 짧아 연체관리가 어려운 빚부터 갚는게 상책이다. 부채는 규모를 줄이는 게 급선무지만 상환기간, 금리조건에 따라 갚는 것이 효과적이다. 

⑤ 금리변동 시 대출상품 갈아타기

디지털금융시대에선 대출도 편리하게 갈아탈 수 있다. 금리가 올라 갈 경우에는 상환조건이 좋은 대출상품을 갈아타야 한다. 최근 은행 대출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알려져 금리가 올라갈 조짐이다. 당장 대출이자가 부담된다면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 당장은 고정금리 대출이 변동금리보다 금리가 높지만 앞으로 대출금리가 올라갈 경우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단, 대출을 갈아탈 때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