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맏며느리이자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부인인 홍미경 AK플라자 문화아카데미 고문이 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 주식을 수년째 매입 중이다. 홍 고문이 AK홀딩스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10월 말부터다. 이후 AK홀딩스 주가가 떨어지는 시점마다 저가매수 방식으로 ‘적립식 매입’을 꾸준히 해왔다. ‘보이지 않는 손’처럼 조용히 장바구니에 주식을 담아 경영 내조에 나서는 모습이다. 

[머니S토리] AK홀딩스 주식 사들이는 '애경 안방마님'

최근에도 100여주를 사들였다. 예술사업에 집중하며 경영 일선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홍 고문이 지배구조 핵심기업 주식을 꼬박꼬박 사들이는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자회사 3총사 성장 가능성에 투자?

AK홀딩스는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홍미경 고문이 104주를 추가로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홍 고문의 AK홀딩스 보유주식은 9376주에서 9480주로 늘었다. 

2013년 10월 전까지만 해도 홍 고문은 AK홀딩스 주식을 한주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 2013년 말 처음으로 지주회사 주요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매달 AK홀딩스 주식을 수백주씩 잇따라 사들이며 지분율을 0.07%까지 끌어올렸다. 2013년 말 3만원 후반~4만원 초반대였던 주가는 현재 7만원 가까이 올랐다.


홍 고문의 AK홀딩스 주식쇼핑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우선 회사 가치에 비해 현 주가가 낮다는 판단 아래 시세 차익을 노린 매수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앞으로 자회사들의 실적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여서다. AK홀딩스의 자회사인 애경산업, 제주항공, 애경유화를 비롯해 베트남법인을 포함한 AK켐텍이 기대치 이상의 실적을 기록 중이다.

특히 애경그룹의 모기업 애경산업은 내년 중 기업공개(IPO)를 할 전망이다. 당초 올해 상장할 계획이었으나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유사상품을 파는 애경산업에 불똥이 튀면서 시일이 차츰 미뤄졌다. 하지만 올해 애경산업 ‘가습기메이트’ 제품에 대한 법적책임 문제가 마무리 단계를 밟으면서 상장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주총회를 거쳐 이르면 내년 초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IPO의 경우 오너일가가 기업의 내부사정에 대해 일반투자자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다.

현재 AK홀딩스가 보유 중인 자회사 지분은 제주항공 56.94%, 애경유화 44.5%, 애경산업 48.3% 등이다. 이 핵심 자회사 3사의 AK홀딩스 지배순익 기여도는 80%가 넘는다. 제주항공·애경유화·애경산업 등 3총사는 연말까지 사상 최대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 AK홀딩스의 지배순익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홍 관장의 주식평가금액 역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머니S토리] AK홀딩스 주식 사들이는 '애경 안방마님'


◆3세 경영 승계 지원 가능성

일각에서는 홍 고문의 지분 매입이 오너일가 경영권 강화와 자녀들의 경영승계를 위한 후방지원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측한다. 장 회장의 며느리들 중 유일하게 홍 고문만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는 건 단순 투자목적 외에도 경영권 강화 및 3세 경영을 대비한 목적이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사진제공=애경그룹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사진제공=애경그룹

1970년 애경그룹 창업주 채몽인 회장의 타계로 그의 부인 장영신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이어 장자 승계의 원칙이 강한 국내 재계 관례에 따라 장 회장의 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룹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지주사인 AK홀딩스 지분 확보가 필수다. 현재 AK홀딩스 최대주주는 16.14% 주식을 보유한 채 총괄부회장이다. 채 총괄부회장 지분에 홍 고문, 자녀들의 AK홀딩스 지분을 모두 합치면 16.56%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사진제공=애경그룹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사진제공=애경그룹

이어 차남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이 AK홀딩스 지분 9.34%, 3남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이 8.30%를 쥐고 있다. 어머니 장 회장은 AK홀딩스 지분 7.43%를 보유했다.


앞서 장 회장은 지난해 7월 AK홀딩스 주식 중 10만주를 손주 7명에게 고루 증여했다. 이로 인해 당시 애경그룹 3세들이 지난해 처음으로 주주명부에 등장했다. 

장 회장은 손주들 중 채 총괄부회장의 아들이자 유일한 남성인 채정균씨에게 가장 많은 주식을 증여했다. 손자 채정균씨에게 2만2002주(0.15%)를 증여했고, 손녀인 채문선·수연·문경·수경씨와 외손녀인 안리나·세미씨에게는 1만3333주(0.10%)씩 나눠줬다.

시장에선 장 회장이 쥐고 있는 AK홀딩스 주식 98만4198주(7.43%)의 향방이 그룹 경영권을 좌우할 중요한 묘수라고 예상한다. 장 회장이 보유한 주식이 차남 일가 또는 3남 일가에 넘어가면 채 총괄부회장 일가와 비슷한 지분율이 형성될 수 있어서다. 홍 고문이 꾸준히 AK홀딩스 주식을 매입하는 것도 단순투자 개념이 아닌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장 회장의 행보를 보면 장남 승계 방식을 이어갈 확률이 높아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채 부회장이 조만간 회장직에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홍 고문이)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내조 경영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애경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홍 고문의 AK홀딩스 주식매입은) 지극히 소량이라 경영과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정기적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단순 적금 차원의 매입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3호(2017년 1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