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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1 레스토랑에서 여자친구와 식사를 마친 A씨에게 점원이 계산서를 건넨다. A씨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계산서의 QR코드를 스캔한다. 굳이 계산대에서 따로 계산할 필요가 없다. QR코드 스캔으로 결제가 완료돼서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부 서비스는 이미 시행 중이고 나머지는 곧 상용화될 예정이다. KB국민카드는 A씨가 사용한 ‘테이블페이’ 서비스를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신한카드는 B씨가 이용한 ‘커넥티드카커머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이처럼 카드사가 이색서비스를 내놓게 된 건 ‘젊은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과 협업했기 때문이다.
국내 신용카드사와 스타트업업체가 손을 맞잡았다. 이색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결제 편의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핀테크(기술+금융)를 무기로 간편지급결제시장에 뛰어든 정보통신기술(ICT)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포화상태에 이른 카드시장에서 신사업을 개척하기 위한 포석도 깔렸다. 최근엔 카드사가 스타트업을 직접 육성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과 새 결제기술 협업
최근 카드사는 스타트업과 협업해 새로운 결제기술을 만들고 있다. 테이블페이와 커넥티드카커머스가 대표적이다. 업계는 스타트업의 ‘젊은 감각’을 활용해 핀테크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한다.
KB국민카드는 오케이포스, 더페이, 스타씨엔씨 등 3개 스타트업과 제휴를 맺고 테이블페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테이블페이는 점원이 가져다주는 주문서의 QR코드를 스캔해 결제하는 서비스로 이르면 이달 중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페이는 KB국민카드가 지난해부터 투자 중인 핀테크 스타트업업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젊은 고객은 결제 편의성이 높은 카드를 주로 사용한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기획한 게 테이블페이서비스”라며 “매장 내 결제를 시작으로 테이크아웃, 매장 픽업, 배달 등 매장 외 결제 시에도 이용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도 스타트업업체와 협업해 커넥티드카커머스를 시범운영 중이다. 커넥티드카는 자동차가 곧 결제수단이 되는 서비스로 신한카드는 스타트업 오위와 손을 잡았다. 오위는 이 서비스를 위해 차량마다 디지털 아이디를 부여하고 이를 앱과 연동시키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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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기술이 만나면서 카드 지급결제시장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스타트업과 협업 증가 예상
이처럼 카드사가 스타트업과 협업을 강화하고 나선 건 핀테크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카드사의 금융인프라와 스타트업의 기술력을 합쳐 고객에게 결제 편의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더 많은 고객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업은 보안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카드사가 최근 스타트업과 손잡는 것도 그 일환”이라며 “또 간편결제시장에 뛰어든 ICT업체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낼 텐데 카드사가 가만히 있으면 미래 시장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과 손잡는 카드사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결제뿐 아니라 다양한 부가서비스 영역에서 스타트업과 제휴가 활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카드사들이 앞다퉈 내놨던 O2O(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도 스타트업과 협업한 결과물이다.
◆스타트업 직접 육성하기도
카드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신사업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지렛대 역할로 카드사가 스타트업을 활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타트업과 협업을 넘어 아예 스타트업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스타트업을 직접 육성하고 있어서다.
KB국민카드는 지난달 빅데이터 지식사업 스타트업인 빅디퍼에 투자하면서 이 회사 지분 34.5%를 가진 2대 주주가 됐다. 빅데이터 관련 신사업 추진 시 각종 제약을 극복하고 보다 유연한 비즈니스모델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KB국민카드는 기대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곳도 눈에 띈다. 현대카드는 올 초 ‘스튜디오 블랙’을 오픈했다. 스타트업은 물론 다방면의 특정 전문가를 대상으로 마케팅·디자인 등의 멘토링제도를 운영한다. 이들에겐 투자자를 상대로 기업을 홍보할 기회도 주어진다.
KB국민카드는 미래생활 혁신 선도기업 발굴·육성 프로그램인 ‘퓨처나인’을 운영 중이다. KB국민카드는 최근 자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퓨처나인에 참여한 스타트업 9곳의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중 높은 평가를 받은 스타트업엔 초기 투자를 진행하고 영업활동을 공동으로 펼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스튜디오 블랙을 통해 상호간 시너지가 창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로선 고객을 확보할 만한 기술을 얻을 수 있어 장래가 유망한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하는 등 육성에 나서는 것”이라며 “협력하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카드사와 스타트업 모두에 윈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