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 본사. /사진=뉴스1 DB
구글코리아 본사. /사진=뉴스1 DB


다시 불붙은 구글세 논란
“수조원 버는데 세금·고용 없다” vs “정당하게 납부”

지난달 30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 등 국내 IT업체 수장들이 대거 출석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 과세당국에서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문제에 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구글세' 논란을 재점화한 것. 유 장관은 이어 "거대 글로벌 기업에 대해 구글세 부과 방안을 포함해 (과기정통부도)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다국적기업 세금 논란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이런 와중에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또 한번 구글세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 GIO는 “(구글이) 지금 국내에서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고 있는데 얼마를 버는지도 모르고 세금도 안낸다. 고용도 없고 트래픽 비용도 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구글코리아는 이튿날인 31일 “세금을 안낸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며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세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다국적 IT기업을 대상으로 부과되는 세금을 일컫는다. 이 기업들은 세계 각국에 지사가 있지만 고세율 국가에서 창출한 수익을 저세율 국가 법인으로 자금을 이전해 세금을 낮추는 전략을 쓴다. 이 전략이 가능한 것은 유한회사로 등록돼 매출 등 수치를 공개할 의무가 없어서다. 따라서 세금을 정확하게 납부하지 않아도 과세당국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세계는 '구글세 전쟁' 중

그런데 2010년부터 상황이 조금씩 바뀌었다. 프랑스의 경우 2010년부터 “IT업체들이 프랑스의 예술작품을 무료로 사용해 돈을 버는 행위를 제지하고 자국의 문화예술산업을 보호하겠다”며 구글세를 도입했다. 이탈리아도 “2002년부터 2015년까지 구글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며 세금추징을 단행했다. 당시 구글은 이탈리아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은 후 3억600만유로(약 3952억2700만원)의 세금을 납부하기로 약속했다. 영국에서도 구글세 논란은 이어졌다. 영국과 구글은 지난해 1월 1억3000만파운드(약 1900억원)의 체납세금 납부에 합의했다.

인도네시아도 세금 추징에 나섰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5년 구글이 납부하지 않은 세금을 1조루피아(약 826억원)로 추산했다.

당시 인도네시아 국세청은 “구글이 인도네시아에서 올린 매출 전액을 법인세율이 낮은 싱가포르 법인에 귀속시키는 방법으로 세금 납부를 피해왔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법인세율은 25%로 싱가포르의 17%보다 약 8% 높다.


◆매출·법인세액, 비밀

이 흐름 속에 우리정부도 다국적기업을 향해 칼끝을 겨눴다. 올초 국세청은 다국적기업 오라클의 한국법인인 한국오라클에 세금 탈루 혐의로 법인세 3174억원을 부과했다. 당시 국세청은 오라클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조세피난처 채널 아일랜드 제도 페이퍼컴퍼니에 국내 매출을 보내는 방식으로 약 2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한국오라클은 서울행정법원에 법인세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세금 논란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다국적 IT기업의 주장은 한결같다. ‘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말로 각종 논란에서 면죄부를 구한다.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 측은 “숫자와 관련된 사항은 일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 본사의 방침이며 그럴 의무도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무선인터넷연합회(MOIBA) 추산에 따르면 구글은 국내 플레이스토어, 검색광고 등의 분야에서 3조~4조원의 매출을 올린다. 다만 이는 모두 싱가포르 법인으로 귀속돼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구글과 같은 국외사업자들이 사업의욕과 노동의욕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며 “세금을 내고 있다면 이번 기회에 당당하게 공개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국감에서 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존 리 대표는 국감에서 “지역별로 매출을 발표하지만 국가별로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영국에서는 매출과 수익을 공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데 한국에서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매출과 수익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세금을 정당하게 납부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매출규모 드러날까

이런 행태가 가능한 원인은 다국적IT기업들이 유한회사로 등록돼 있어서다. 유한회사는 1인 이상의 사원이 설립해 출자액만큼 법적 책임을 지는 회사다. 소규모 기업이 회사를 설립하기 쉽도록 허용하는 행태로 매출이나 자산 현황에 대한 공시 의무가 없다. 외부감사에서도 자유롭다. 이에 유한회사는 본래의 취지와 맞지 않게 공시와 외부감사를 피하기 위한 기업들이 선호한다.

국회와 정부에서는 이 법안의 허점을 파악하고 개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회에는 외감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구글의 매출규모가 파악된다 해도 법인세를 부과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사업장으로 제한된 과세범위를 정부가 임의로 다른 국가까지 확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법 개정 시 미국 기업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미국과의 통상마찰도 빚어질 수 있다.

조세당국 관계자는 “구글의 문제를 조금 살펴보려고 하면 미국 상무부에서 전화가 걸려온다”며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 기업이 보복성 과세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에 진행되는 한·미 다국적기업 사업활동 보고서 교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보고서로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의 매출이 비교적 정확히 파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고서 공개가 당장 법인세 부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다국적기업들의 국내 매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4호(2017년 11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