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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한별 기자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답이 4일 오후 발표된다. 교육 당국이 최근 4년간 출제 오류를 3번 겪은 가운데 올해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4일 오후 5시 2018학년도 수능 최종 정답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수능 문제와 정답 확정은 크게 3단계를 거친다. 수능 당일 정답을 공개한 직후부터 홈페이지에서 이의신청을 접수해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모니터링단에는 출제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 전문가도 포함된다. 필요 시에는 관련 학회 자문도 구한다.
이후 영역별로 이의심사실무위원회를 개최해 문제와 정답에 이상이 있는지 검토한다. 이어 영역별 심사 결과를 모아 이의심사위원회에서 문제와 정답에 이상이 있는지 확정한다.
평가원은 수능이 치러진 지난달 23일부터 27일 오후 6시까지 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올해 이의신청은 2017학년도 661건보다 48.0%(317건) 많은 978건이 접수됐다.
이는 2015학년도 1338건 이후 가장 많으며, 2016학년도 909건보다도 7.6%(69건) 많은 수치다. 하지만 단순 의견 개진, 중복 제기, 다른 의견 반박 등이 섞여 있어 실제 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 제기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이의신청은 사회탐구 영역이 620건으로 가장 많았고, 과학탐구 137건, 국어 122건, 수학 46건, 영어 33건, 한국사 10건, 제2외국어·한문 6건, 직업탐구 4건 순으로 집계됐다.
사회탐구 중에서도 '생활과 윤리' 18번 문제에만 전체 이의신청의 27.5%에 해당하는 269건의 이의신청이 집중됐다. 해외 원조에 대한 미국 철학자 존 롤스의 입장을 고르는 문제다.
평가원은 '자원이 부족한 국가만을 원조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3번 보기를 정답으로 제시했지만 일부에서는 '정답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롤스가 '자원이 부족해도 질서 정연한 사회는 원조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3번도 틀리다는 설명이다.
이 같이 특정 문항에 이의신청이 집중되는 것은 다소 특이한 현상이다. 평가원이 2015학년도 수능에서 출제 오류로 인정한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의 경우 총 390건의 이의신청이 집중된 적은 있다.
이의신청이 집중됐다고 해서 반드시 출제 오류로 판명나는 것은 아니다. 2016학년도 수능에서는 물리Ⅰ 6번 문항에 71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됐지만 평가원은 '문제에 이상이 없다'고 판정한 반면 2017학년도 수능에서는 물리Ⅱ 9번 문항에 1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됐지만 평가원은 '정답 없음'으로 판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최근 4년간 출제 오류가 3번 발생했기 때문이다. 1994년 수능 도입 이후 출제오류는 총 6차례 8문항에서 발생했다. 2014학년도 이후 출제 오류가 생기지 않았던 해는 2016학년도 한 해뿐이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처음으로 영어 25번과 생명과학Ⅱ 8번 문항 등 2문항에서 출제 오류가 일어난 데 이어 2017학년도 수능에서도 2문항에서 출제 오류가 일어났다. 처음 필수로 지정된 한국사 14번은 '복수정답'으로, 물리Ⅱ 9번은 '정답 없음'으로 결론 났다.
평가원은 2015학년도에 이어 2017학년도 수능에서도 2문항이나 출제 오류가 발생하자 지난 3월 검토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검토위원장 직속으로 검토지원단을 신설해 오답도 출제 근거를 확인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발생한 8문항의 출제 오류 중 6문항이 탐구 영역에서 발생한 점을 감안해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을 중심으로 8명 안팎의 검토위원을 구성했다.
올해 6월 모의평가부터 이 같은 개선 방안을 적용했지만 9월 모의평가에서 또 구멍이 뚫렸다. 지구과학Ⅰ 17번(과학탐구)과 기초제도 18번(사회탐구) 2문항에서 출제 오류가 일어난 것이다. 올해 수능에서 이의신청이 집중된 생활과윤리도 사회탐구 영역이다. 검증 시스템을 대폭 강화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앞서 평가원 측은 "필요하면 관련 학회의 자문을 받는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의신청을 처리할 예정"이라며 "특히 이의신청 건수가 많은 문항은 관련 학회의 의견을 두루 받아 신중하게 처리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2018학년도 수능 성적은 오는 12일 학생들에게 통지된다. 경북 포항시 지진 발생으로 수능 일정이 1주일 순연되면서 채점 기간을 1일 단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