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편의점에 들른 60대 A씨는 플레이트가 세로형인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사람을 봤다. 지난해 카카오뱅크가 선보인 세로형 체크카드의 인기가 뜨겁다는 뉴스를 접하긴 했지만 사용하는 걸 직접 본 건 처음이었다. 세로형 카드의 디자인은 신용카드가 맞나 싶을 정도지만 많은 사람이 쓰는 것 같아 신기할 따름이다.
‘가로형’, ‘앞면의 카드정보’와 같은 신용카드 디자인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가로형이었던 플레이트는 세로형으로 바뀌고 16자리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등의 복잡한 정보는 카드뒷면으로 옮겨졌다. 앞면은 카드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채워졌다. 캐릭터 회사와 손잡고 큼지막한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기도 한다. 딱딱하기만 했던 신용카드가 밝고 친숙한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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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라이킷. /사진제공=롯데카드 |
◆세로형 카드, ‘혁신’ 이미지 반영
롯데카드는 지난 3일 세로형 디자인을 구현한 새로운 상품 ‘라이킷’ 3종을 출시해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이번에 새로 출시한 라이킷 3종은 각 상품 이미지에 모션그래픽을 적용해 움직이는 디자인을 구현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방식을 연계시키는 디자인으로 디지털세대에 최적화했다”며 디자인을 바꿔 상품을 출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출시 초기지만 다른 상품에 비해 라이킷 카드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덧붙였다.
카드사가 디자인 교체에 나선 이유는 뭘까. 우선 세로형 카드는 카드 결제방식의 변화가 반영됐다. 단말기에 카드를 가로로 긁어 결제하는 마그네틱(MS)방식에서 카드를 꽂아 결제하는 직접회로(IC칩)방식으로 변하는 추세다. IC결제가 MS보다 보안성이 높아 금융당국도 IC단말기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카드결제의 패러다임이 가로로 긁는 것에서 세로로 꽂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어 플레이트 역시 세로형으로 변하는 것이다.
‘혁신’의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카드사의 의중도 담겼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2월 자사만의 철학과 개성을 담기 위해 가로형 카드 발급을 일체 중단하고 출시 상품을 세로형으로 전면 교체했다. 모든 상품을 세로형으로 제작하는 건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에서도 현대카드가 첫 사례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TV나 극장스크린, PC모니터 등 아날로그나 초기 디지털시대의 디스플레이는 가로형이 대부분이었지만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처럼 휴대하기 쉬운 세로형으로 디스플레이가 변화하고 있어 이를 반영했다”며 전면 세로형 카드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카드 앞면에 배치된 카드번호·유효기간 등 각종 카드 정보를 뒷면으로 이동시킨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국내외겸용카드 제작 시 비자·마스터카드 등의 로고는 국제브랜드카드사의 가이드에 따라 카드 앞면에 박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마저도 뒷면으로 옮기는 추세다.
대신 카드 앞면을 차지하는 건 각 상품을 상징하는 이미지다. 롯데카드는 국제브랜드카드사의 로고, 카드정보 등을 모두 카드 뒷면으로 옮기고 앞면은 ‘최고’(라이킷 올), ‘작은 하트’(라이킷 펀), ‘승리’(라이킷 온)를 뜻하는 손모양으로 각 상품의 이미지를 담았다. 현대카드 역시 기존 카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M or Nothing’(M 계열 상품)이나 ‘X or What’(X 계열 상품)과 같은 위트를 플레이트에 삽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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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현대카드 |
◆젊은층 겨냥한 캐릭터 카드
대중에게 친숙한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카드 상품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7월 카카오프렌즈와 손잡고 내놓은 체크카드를 신청한 고객은 이달 7일 기준 373만명이다. 지난해 금융권 체크카드 전체 발급 순증 규모(470만장)의 80%에 달한다. 카드 앞면을 채운 ‘국민 캐릭터’ 카카오프렌즈를 소유하기 위한 고객이 크게 몰렸다는 분석이다.
SC제일은행도 캐릭터를 활용한 카드로 고객몰이 중이다. 월트디즈니와 손잡고 지난해 4월 마블 체크카드를 선보인 SC제일은행은 아이언맨·캡틴아메리카 등의 캐릭터를 카드 전면에 배치하며 카드는 물론 은행에 대한 인기도 동시에 끌어모았다. SC제일은행에 따르면 마블 체크카드 출시 이후 SC제일은행 체크카드의 고객은 그 전보다 월평균 50% 증가했고 신규고객은 40%가량 올랐다.
캐릭터 카드는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연령대별 계좌개설 고객 비중을 보면 30대가 34.9%로 가장 많고 20대(28.9%), 40대(24.0%), 50대 이상(11.9%) 순인데 이들 중 74.6%가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를 신청한 걸 감안하면 20~30대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SC제일은행 관계자도 “마블 체크카드 고객의 절반 이상이 20~30대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캐릭터 카드에 대한 전업계 카드사의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포화상태인 카드시장에서 미래고객에 해당하는 젊은 고객을 포섭할 수 있어서다. 특히 교통카드 발행사인 한국스마트카드의 행보에서 젊은 고객을 겨냥한 전략을 엿볼 수 있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카카오프렌즈와 제휴하고 자사 상품 ‘티머니’에 시즌별 환경에 걸맞은 이미지를 넣었다. 한국스마트카드 관계자는 “교통카드는 무기명 선불카드여서 어느 연령층이 많이 구매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면서도 “교통카드 특성상 신용카드를 쓰지 못하는 중고등학생의 사용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신용카드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카드사 이미지로 다가간다”며 “플레이트를 세로형으로 교체하고 앞면에 캐릭터 등을 채움으로써 젊은 이미지와 친근한 느낌을 담을 수 있다. 특히 캐릭터의 영향이 점점 커지며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3호(2018년 1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