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 지난해 7월30일 요르단 암만 후세인 문화센터에서 열린 K-POP 월드페스티발에서 한 여성이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 /뉴시스 채정병 기자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 지난해 7월30일 요르단 암만 후세인 문화센터에서 열린 K-POP 월드페스티발에서 한 여성이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 /뉴시스 채정병 기자

“방탄소년단의 꿈을 응원합니다. BTS와 함께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팬클럽 ‘아미’도 응원합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에 보낸 축전이다. 세계 1등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과 같이 언급된 낯선 이름이 눈길을 끈다. 팬클럽인 '아미(A.R.M.Y)'다. 문 대통령은 왜 굳이 팬클럽 이름을 거론하며 그들을 응원했을까.


◆글로벌 영업 달인 ‘아미’의 탄생

2014년 3월 탄생한 아미는 육군을 뜻하는 영어 ‘ARMY’에서 따왔다. 방탄복과 군대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듯 방탄소년단과 팬클럽도 영원히 함께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함께 아미가 주목받는 이유는 타 그룹과 차별화된 팬덤문화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이 2년 연속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부문 트로피를 따낸 것도 전세계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아미 덕분이다. 소셜미디어 활동이 활발한 방탄소년단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유튜브를 통해 해외팬들과의 물리적 거리는 물론 심리적 간극을 좁혔고 이는 강력한 아미라는 팬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전세계 아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방탄소년단의 SNS를 향유하고 이를 전파한다. 그들의 음악이나 방송을 번역하는 아미, 팬아트를 그리는 아미, 움짤을 만드는 아미, 리액션 영상을 올리는 아미, 방탄소년단에게 멘션으로 보낼 편지를 그리는 아미, 방탄소년단 콘서트나 음악방송 후기를 올리는 아미 등이 있다.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 지난 5월20일 라스베거스 MGM그랜드가든아레나의 레드카펫 밖에서 팬들이 빌보드 뮤직어워드에 참석하는 방탄소년단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빌보드/뉴시스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 지난 5월20일 라스베거스 MGM그랜드가든아레나의 레드카펫 밖에서 팬들이 빌보드 뮤직어워드에 참석하는 방탄소년단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빌보드/뉴시스

“한국 팬덤과 외국 팬덤은 서로 사이가 좋아요. 예컨대 SNS를 통한 시상식 같은 경우 한국 아미들(K-diamond)과 외랑둥이(외국 팬+사랑둥이·international-lovely)가 함께 힘을 모아 투표하기도 하죠. 한국팬들이 한국 시간에 맞춰 열심히 투표하고 나면 외랑둥이들이 ‘이제 케이 다이아몬드들이 잘 시간이니까 우리가 열심히 해야 해’라며 투표해요. 그러면 다음날 아침 그 말에 감동받은 한국 아미들이 ‘역시 외랑둥이들이다, 우리도 지치면 안된다’며 또 힘을 내요.”

베트남에 거주하며 아미로 활동하는 한가을씨(29·가명)는 그들의 결속력을 이같이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강한 힘을 발휘했다. 팬들은 미국 50개 주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사연을 보내 방탄소년단 노래 선곡을 신청하는 자체 프로젝트 ‘@BTS×50states’를 실행했다. 이는 싸이가 미국 현지 라디오 방송 횟수 점수에 발목이 잡혀 ‘빌보드 핫 100’ 2위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고 기획된 프로젝트. 팬들이 자체 네트워크를 만들어 프로젝트 실행에 나섰고 결국 빌보드 1위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광고플래너로 활동하는 아미 이유리씨(30·가명)는 “한국팬들도 고생 많았지만 빌보드 1위 달성에는 미국 팬들의 도움이 컸다”며 “미국에서의 앨범판매 등이 차트집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들이 없었다면 빌보드 1위는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아미의 남다른 팬덤문화

아미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들만의 팬문화 때문이다. 

“(차별화)전략이라고 내세울 만한 건 따로 없어요. 굳이 꼽자면 서로 사이가 좋다고 말하고 싶어요. 한국 아미들과 글로벌 아미들은 아마 같은 마음으로 방탄을 응원하고 지지할 거라 생각해요. 우리는 성적보다는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을 더 궁금해 하고 앞으로 새로 나올 그들의 음악을 더 기대하거든요.”

디자이너로 일하는 아미 정미진씨(22·가명)의 말이다. 차트 순위가 아닌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에 빠져들었음을 강조했다.

대학원생 민이경씨(26·가명)도 “다른 팬문화를 경험해보지 못해서 정확히 ‘이런 게 다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아미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방탄소년단은 현재 그들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음악으로 풀어내고 아미들은 음악을 들으며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며 “그 고마운 마음을 그들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어서 아미들은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독자제공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독자제공

특히 아미는 지나친 팬심으로 스타를 위기에 빠뜨리지 않는다. ‘절제의 미학’을 아는 것이다. 아미는 최근 방탄소년단의 미국 출국 때부터 클린 팬덤문화 캠페인인 ‘방페 프로젝트’(아미는 방탄의 얼굴이다)를 시작했다.

아이돌 등 인기 연예인이 공공장소에 나타나면 항상 ‘지나친 팬심’에 따른 사고 위험성이 제기된다. 다수의 일반대중이 뒤섞이는 공항에서는 그 위험성이 더 큰 편이다. 

방탄소년단 팬들은 이 같은 인식을 뿌리 뽑기 위해 ‘아미 공항 안전 캠페인’에 나섰다. 방탄소년단의 미국 방문에서 공항 안전 캠페인은 빛을 발했다. 미국 현지 아미들이 공항 안팎에 보라색 리본을 묶어 방탄소년단을 팬들로부터 보호하는 안전선을 만든 것. 방탄소년단 또한 액세스 할리우드와의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순간’으로 이를 언급했다.

아미 중 한명인 주부 김지영씨(35·가명)는 “아미가 자랑스럽다. 예컨대 공항 내에서 사진을 찍는 팬이 있다면 그 팬을 혼낸다. 이번에 공항에서 안전 가이드라인을 자체적으로 만든 것을 보면 문화가 있는 대단한 팬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방탄소년단과의 행복한 동행을 희망했다.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지금 그대로 7명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컴백하는 것도 팬들 입장에서는 좋지만 너무 많은 스케줄에 몸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항상 아미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아이돌과 팬의 관계를 단순히 어떤 단어 하나로 설명하긴 힘들다. 하지만 이들에겐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아미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라고 말할 자격이 충분하다. 사랑하면 닮는다고 했던가. 서로에게 빛과 소금같은 존재가 된 BTS와 팬클럽 ‘아미’. 그들의 즐거운 동행을 기대한다.
‘개념 팬클럽’ 아미 만의 행보

이틀 만에 10억 기부


지난달 5일(현지시각)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 측이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에 감사인사를 전해 화제를 모았다. 같은달 3일부터 25일까지 스타워즈 측에서 진행한 선행 캠페인 ‘RoarForChange’에 아미가 100만 달러를 기부, 이틀 만에 목표 기부금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스타워즈 측은 “전세계 방탄소년단의 팬들 덕분에 순식간에 100만 달러가 모였다”며 “유니세프에 전달해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식량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아미’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2016년 6월 만들어진 30대 이상 이모팬 모임인 ‘방탄이모단’은 보육원퇴소청소년, 보호아동들의 자립활동을 돕고있다. 이들은 지난해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앨범 ‘유네버워크얼론’(YOU NEVER WALK ALONE) 발매와 콘서트를 기념해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가 종료된 아동의 자조 모임인 ‘바람개비 서포터즈’에 쌀을 전달하기도 했다.

방탄이모단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바람개비 서포터즈의 건강한 자립을 응원하기 위해 쌀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또한 방탄이모단은 캄보디아 수상유치원의 저소득 아동에게 스케치북과 크레파스 등 각종 학용품을 지원하는 등 해외 후원활동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전세계 아동·청소년 폭력 근절을 위한 ‘러브마이셀프’(LOVE MY SELF) 캠페인을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추진했던 방탄소년단. 그 가수의 그 팬이란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팬들 또한 개념 꽉 찬 행보로 긍정적인 팬문화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3호(2018년 6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