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민들의 불만을 담은 현수막과 몰려든 관광객. /사진=김창성 기자 |
◆“민속촌에 갇힌 전시물 같다”
“내 집에 살면서 왜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하나요?”
북촌한옥마을에 사는 A씨가 불만을 토로했다. 엄연한 내 집인데 관광객을 피하느라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한다.
A씨는 “1년 365일 밤낮 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아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대문을 두드리고 담배꽁초를 버리고 침을 뱉고 술 마시고 소리를 지르고 정말 가관이다”며 한숨지었다.
A씨의 말대로 북촌한옥마을은 늘 북적인다. 각종 관광책자에 소개되고 서울시나 관할 종로구에서도 대표 관광지로 소개하며 적극 홍보한다. 또 해외에서 발간되는 책이나 관광 관련 온라인사이트에도 북촌한옥마을은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할 관광지로 소개된다. 그만큼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져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알려졌다.
최근 평일 낮에 북촌한옥마을을 찾았을 때도 끊임없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관광버스는 주기적으로 관광객을 이곳에 실어 날랐고 렌터카, 오토바이, 도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북촌한옥마을을 찾았다. 또 대여한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은 북촌한옥마을 언덕을 오르내리며 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누느라 바빴다.
![]() |
한옥마을 입구에 정차된 관광버스. /사진=김창성 기자 |
북촌한옥마을 곳곳에는 B씨 같이 밝은 표정의 관광객이 널렸지만 이곳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고통스러운 광경이다. 일부 수준 낮은 관광객의 몰상식한 행동이 주민들의 일상을 짓밟고 있어서다. 또 여기저기 유명 관광지로 소개되는 것도 전혀 반갑지 않다.
주민 C씨는 “사람 사는 집인데 마치 민속촌이나 박물관에 갇힌 전시물이 된 기분”이라며 “주민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관광지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서울시나 종로구의 행정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질서’의 연속… 유명 관광지의 역설
“찰칵찰칵, 예쁘다, 나이스, 뷰티풀!… 어? 저건 뭐지?”
북촌한옥마을에서 관광객의 사진 찍는 소리와 마을의 풍경에 감탄하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예쁜 모습을 사진과 기억에 담느라 정신없는 관광객 틈 사이로 북촌한옥마을의 또 다른 풍경이 눈에 띈다. 한글·영어·일본어·중국어로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푯말을 든 자원봉사자들이다. 주민들의 주거쾌적성이 위협받자 서울시와 종로구 등에서 내놓은 대책이다.
자원봉사자 D씨는 “관광객과의 물리적인 충돌은 피하면서 푯말을 보고 스스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시끄럽게 떠들다가도 푯말이나 벽에 걸린 현수막을 보면 목소리가 잦아들어 어느 정도 효과를 본다”고 설명했다.
북촌한옥마을에는 푯말을 든 자원봉사자가 골목길 곳곳에 배치됐고 각 가구 대문이나 벽에도 한글·영어·일본어·중국어로 된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푯말과 현수막이 걸렸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편을 호소한다. 서울시는 북촌한옥마을에 ‘관광 허용시간’ 도입을 추진해 관광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평일과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를 관광 허용시간으로 지정했다. 또 새벽, 늦은 밤 시간대와 일요일은 관광객 출입을 제한하기로 하는 등의 방침을 내놨지만 강제성이 없어 소용없다고 토로한다.
![]() |
한옥마을 입구에 몰린 관광객. /사진=김창성 기자 |
그는 “남의 집에 무턱대고 들어와서 안을 둘러보거나 사진을 찍고 가는 몰상식한 관광객이 널렸다”며 “이는 엄연한 주거침입죄다. 한옥 대문에 어울리지 않게 전자 도어락을 달아 놓은 집이 여러 군데 보이는 건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주민 F씨도 비슷한 입장. 그는 “담배, 노상방뇨, 구토, 불법주차 등 온갖 무질서가 만연한 게 한옥마을과 주변 주거지 주민이 겪는 공통된 고통”이라며 “몰상식한 관광객의 행태도 문제지만 뚜렷한 대책 없이 손 놓고 있는 서울시와 종로구청의 탁상행정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8호(2018년 11월28일~12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