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경쟁력인 시대다. 자신을 가꾸는 그루밍족이 급증하고 뷰티크리에이터들이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반면 외모평가를 거부하는 탈코르셋 운동도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머니S>는 ‘외모’를 둘러싼 경제·사회적 현상을 조명하고 관련 산업의 성장배경을 분석했다. 강남을 중심으로 횡행하는 성형 열풍현상과 이미지메이킹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문화트렌드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진=이미지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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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 ③얼굴평가 앱, 재미로 했다가 큰 코 다쳐요
잘 생겼다와 못 생겼다. 우리는 살면서 이 말을 은근히 자주 쓴다. TV속 연예인은 물론 옆집에 사는 아저씨, 아줌마를 보면서도 속으로 생각한다. ‘얼평’(얼굴평가)이 생활화된 셈이다. 기자 역시 누군가의 얼굴을 보며 지적을 한 적이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외모에 관심이 많다.

문득 궁금해졌다. 내 얼굴을 보면 타인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큰 맘 먹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얼평을 당해보기로 결심했다.


◆얼평 당하니 기분이 오묘하다

스마트폰 앱 검색란에 ‘외모’만 검색해도 무수히 많은 앱이 검색된다. 이 중 얼굴을 평가해주는 앱도 있다. 떨리는 마음으로 앱을 설치했다. 이 앱은 자신의 사진만 등록해서 타인에게 점수를 받는 식이다. 프로필만 등록해놓으면 사람들이 0~10점까지 점수를 매긴다. 이런 식으로 평균 점수를 내고 순위도 정한다.

어떤 사진을 올릴까 잠시 고민한 후 휴대폰 갤러리에서 나름 잘 나온 증명사진 하나를 골라 등록했다. 당장 점수가 매겨지진 않는다. 그동안 다른 사람 얼평에 나섰다. 그런데 사진들이 좀 이상하다. 온통 뽀샵(포토샵) 투성이라 얼굴 자체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얼굴이 아닌 전신 사진을 올린 사람도 있다. 얼굴 잘 보이라고 증명사진을 올린 기자가 뻘줌해졌다. 다시 프로필로 돌아가 사진을 셀카로 바꿨다.


얼평 대상자는 대부분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이다. 심지어 초등학생도 있었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은 어린친구들이 이 앱의 주 사용자다. 초등학생이 내 사진을 보며 점수를 매긴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오묘하다. 3~4시간 후 앱에 다시 접속하니 무려 60명이 내 얼평에 참여했다. 평균 점수는 5.70점. 실시간 순위에 랭크된 10명의 평균점수는 8점대다. 충격적인 점수가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얼굴평가 앱 점수와 (아래)소개팅앱 얼굴심사 점수 결과./사진=해당 앱 캡처.
(위)얼굴평가 앱 점수와 (아래)소개팅앱 얼굴심사 점수 결과./사진=해당 앱 캡처.

다른 얼평 앱을 설치했다. 이 앱은 일종의 소개팅 앱으로 사진 등록 후 타인에게 받은 평균 점수가 3점을 넘지 못하면(5점 만점) 아예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바로 전 앱과는 다른 공포감과 긴장감이 온몸을 덮쳐왔다. 참여자 연령대도 20대 중반부터 30대 중후반까지 다양하다. 진정한 시험대에 놓인 기분이다. 아까보다 더 잘 나온 셀카사진을 등록했다. 단 가입 후 승인절차를 거쳐야 해 하루가 지나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음날 떨리는 마음으로 앱에 접속했다. 평균점수는 3.09. 턱걸이로 합격에 성공했다. 이 앱은 얼평에 몇명이 참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람들이 나에게 준 점수 확인은 가능하다. 누군가 나에게 1점을 줬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앱을 둘러보니 대충 봐도 미남, 미녀 투성이다. 합격 평균점수도 4점 중후반대다. 3점으로 턱걸이 합격한 기자가 초라해졌다.

또 다른 앱에 접속했다. 이 앱은 얼굴의 대칭성, 균형성 등을 면밀히 체크해 점수를 매기는 식이다. 평가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 한다. 이번엔 함께 있던 동료기자도 참여했다. 내 사진을 먼저 등록하자 결과가 바로 나왔다. 상세평가에는 전형적인 미남, 눈의 대칭성이 완벽하다는 극찬이 담겼다. 하지만 점수는 67점이다. 그래도 미남형이라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다. 동료기자가 도전했다. 점수는 53점. 둘다 웃음이 터졌다. 묘한 승리감이 들었다. 상세평가에 전형적인 미남이라는 설명이 또 있었다. 눈의 대칭성도 좋단다. ‘AI가 우리를 농락했구나’라는 생각에 바로 앱을 꺼버렸다.

얼평 앱 이용 결과 한번 웃고 말 수준의 재미는 보장한다. 단 사람들의 잔인한 얼평에 담대하고 또 담대하게 대응할 각오가 있다면 말이다. 결과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얼평 결과가 좋지 않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찜찜해질 수 있음을 유의하라.

◆내 얼굴 견적은 얼마일까

평소 궁금하긴 했다. 성형외과 의사는 내 얼굴을 보고 어딜 고치라고 조언할까. 실제로 성형외과 의사를 만날 일도, 병원을 방문할 일도 없다 보니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한 앱이 등장했다. 실제 성형외과 의사들이 내 사진을 보고 성형견적을 내주는 앱이다. 놀라움 반, 기대 반으로 앱을 설치했다.

성형앱 견적요청서 작성./사진=해당 앱 캡처
성형앱 견적요청서 작성./사진=해당 앱 캡처

이곳에서는 정면, 측면, 옆모습 등 3가지 사진을 첨부한다. 의사가 보다 정밀한 견적을 내기 위해서다. 또 간단한 신상정보도 기재한다. 이름과 생년월일, 사는 곳, 그리고 예상수술시기, 원하는 수술예산, 수술하고 싶은 부위 등을 기입한다. 수술하고 싶은 부위는 눈과 코, 안면윤곽, 입술, 모발이식, 제모, 치아, 피부 등에서 5개까지 선택할 수 있다. 기자는 무난하게 코만 선택했다.
나의 프로필이 등록되면 전국 300여개 병원의 의사들이 견적서를 보내온다. 견적서를 받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몇시간을 기다리자 한 성형외과에서 견적서가 도착했다는 알람이 울렸다.

두 성형외과에서 온 견적내용./사진=해당 앱 캡처
두 성형외과에서 온 견적내용./사진=해당 앱 캡처

견적서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내가 원하는 부위인 ‘코에 대한 수술 및 시술은 이런 것이 있고 가격대는 이렇다’ 정도의 소개였다. 얼굴에 대한 종합적인 견적을 내려줄 거란 기대는 빗나갔다. 이벤트로 싸게 해준다는 홍보성 멘트만 눈에 들어왔다.
하루가 지나고 또 다른 성형외과에서 견적서를 보내왔다. 사진상 광대가 돌출돼 있어 광대축소술을 권한다는 얘기였다. 예상 견적가는 280만원이 나왔다. 수술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 있어 정말로 광대수술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비대면 상담치고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300여곳의 병원과 제휴했다는 이 앱의 아쉬운 점은 견적서가 달랑 2개만 왔다는 사실이다. 또한 300여곳의 성형외과 광고플랫폼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도 성형외과 방문 전 미리 원하는 수술 부위에 대한 가격대나 간단한 설명 등을 들어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앱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5호(2019년 1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