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고양점./사진=이케아
이케아 고양점./사진=이케아
#. 주부 정모씨(44)는 최근 이케아몰에서 아이 의자를 구입하려다 혀를 내둘렀다. 소비자가 3만9000원짜리 의자 '구매'를 클릭했더니 조립비용과 배송비까지 붙어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 정씨는 "이케아가 다른 가구업체보다 저렴하다더니 그런것도 아닌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014년 광명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진출한 '가구 공룡' 이케아의 기세가 무섭다. 국내에 북유럽풍의 심플한 디자인을 적용한 가구들이 인기를 끌며 이케아는 자연스레 소비자가 사랑하는 브랜드가 됐다. 특히 합리적인 가격대는 국내 업체들에 대한 불신이 깊었던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며 이케아 열풍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이케아 배송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국내 소비자들은 배달음식 유료배송까지 받아들이면서도 아직 이케아의 5만원대 배송비에는 적응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케아의 배송비는 왜 비싼 것일까.


◆5만원 배송비, 합리적일까

국내에 '홈퍼니싱' 열풍을 몰고 온 이케아는 2014년 국내 진출 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회계연도(2017년9월~2018년8월) 기준 이케아는 전년보다 29% 늘어난 471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샘(연매출 2조원)과 현대리바트(연매출 8884억원)에 이은 가구업계 3위 자리를 굳혔다. 30명 가량이던 종사자수도 1700여명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광명점과 고양점 방문자만 약 900만명에 이른다.


특히 이케아는 나름의 고품질 제품을 공급하며 국내에서 사랑받아왔다. 유럽회사인 이케아는 가구 제작 시 유럽기준을 따라야 한다. 현재 이케아는 목재가구 제작에 E0등급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E0등급은 유럽이 허용한 목재가구 제작 기준으로 유해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리터 당 0.5mg 이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알레르기나 아토피 등 피부질환에 민감할 경우 E0등급 이상의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현재 국내에서 실내 가구용으로 허용한 최하 기준은 E1등급이다. E1등급은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리터당 1.5mg 이하로 E0등급보다는 유해하다. 물론 국내가구업체가 모두 목재가구에 E1등급을 쓰는 것은 아니다. 고품질 가구는 E0등급을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유럽기준을 따르는 이케아는 적어도 목재가구에 있어서는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좋다고 볼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이케아는 완제품이 아니라 DIY(스스로 조립) 상태로 공급한다. 공장에서 조립 공정을 생략할 수 있고 '플랫패킹'이라는 납작한 형태로 포장해 물류비 절감이 가능하다. 부동산 임대료가 저렴한 외곽지역에 대형매장을 개설한 점도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문제는 배송비다. 현재 이케아의 배송비는 오프라인 매장 주문 시 4만9000원, 온라인몰 구입 시 5만9000원이다.(제주도는 5만원 추가) 서울·수도권에서 배송지가 멀어질수록 가격이 뛴다. 물론 리빙제품 등 대형박스에 담을 수 있는 제품은 배송비 5000원만 더 내면 된다.

하지만 박스에 담을 수 없는 가구는 무조건 5만원 가량의 배송비를 부담해야 한다. 단, 2.5t트럭에 실을 수 있는 양이면 한개를 주문하든 20개를 주문하든 배송비는 같다. 하지만 국내 가구업체 배송서비스에 비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국내 가구 온라인몰에서는 무료배송을 실시하는 편이다. 여기에 조립 서비스도 포함된다.


사진=이케아몰 홈페이지
사진=이케아몰 홈페이지

반면 이케아는 대형 침대를 구매했다면 약 15만원 가량의 조립서비스 비용도 부담한다. 침대가격이 30만원이어도 배송비와 조립서비스 비용을 더하면 가격이 50만원대로 치솟는다. 결국 비슷한 품질의 침대를 다른 업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하지 않을 때가 많다. 가격표만 보면 이케아 가구가 다른 업체 것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조립서비스 비용과 배송비를 더하면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케아 가구를 이케아가 아닌 다른 오픈마켓에서 구매하는 '웃픈' 사례도 등장한다. 일부 오픈마켓에서는 배송비 없이 이케아 상표가 붙은 가구를 수입해 정가에 1~2만원 더 받고 판매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구매해도 배송비 부담만 없다면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원래는 배송서비스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케아는 왜 이렇게 고가의 배송비와 조립서비스 비용을 받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케아의 북유럽 영업방식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당초 이케아는 조립형가구를 구매하는 곳으로 큰 차량에 가구를 실어 가져가는 오프라인매장으로 전세계에서 인기를 얻었다. 애초에 배송 및 조립서비스 자체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 코리아 대표./사진=뉴스1DB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 코리아 대표./사진=뉴스1DB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이케아코리아는 "일반적으로 가구 가격은 배송 및 조립 비용이 모두 포함된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이케아는 이러한 서비스 비용을 분리해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해 직접 집으로 가져가 조립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의 니즈에 따라 제품을 직접 집으로 가져가거나 규격에 맞는 경우 택배, 또는 트럭 배송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트럭 배송서비스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단일 배송서비스 가격인 4만9000원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송은 원래 없던 서비스지만 한국시장 사정에 맞게 도입하다보니 일정금액의 배송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케아는 한국 뿐만 아니라 도로교통 사정상 배달이 필수인 국가에서는 외주배달을 유료로 운영하고 있다.


외주배달서비스의 경우 대형트럭 렌트, 인건비 등으로 고비용이 든다. 특히 대형마트, 쇼핑몰의 배송업무를 담당하는 외주운송업체의 기사들은 택배배송기사보다 장거리를 뛰기 때문에 고액의 급여를 받는다. 그중에서도 이케아 외주업체 배송기사는 업무량에 따라 월 8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케아 본사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배송비 구조를 투명하게 밝히면 소비자 불만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한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진출 5년간 여전히 배송비로 시끄러운데 이케아 본사는 이 부분에 대해 묵묵부답"이라며 "왜 5만~6만원대의 배송비가 들 수밖에 없는지 고객에게 외주배송 시 드는 비용 등 가격구조를 투명하게 밝히면 논란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2호(2019년 3월5일~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