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벤엔제리스 제공
/사진=벤엔제리스 제공

식품·외식 시장에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불황으로 인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주류 소비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으나 역설적으로 프리미엄시장은 더욱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는 자신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프리미엄 브랜드, 국내 진출 ‘속속’

최근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잇따라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스크림시장이다. 세계 1위 프리미엄 파인트(통) 아이스크림인 ‘벤앤제리스’와 3위 ‘매그넘’, 유럽 아이스크림 1위인 ‘매그넘’ 등이 국내 시장에 발을 들였다.
유니레버코리아는 지난 19일 연남동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벤엔제리스’ 국내 론칭을 알렸다. 당초 국내 진출은 10월로 예정됐으나 지난달 1일 편의점 GS25 일부 매장에서 선 출시된 후 제품 품절 사태가 벌어지자 판매 시기를 앞당겼다.

해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국내 상륙은 올 들어 두번째다. ‘헤일로탑’은 지난 7월 아시아 시장 중 가장 먼저 국내에 진출했다. 앞서 2015년에 국내에 들어온 ‘매그넘’은 지난 6월 강남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데 이어 이달 편의점에 진출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한 개당 1만원이 넘는 고가라는 점이다.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 파인트(473㎖) 가격은 1만1600원, 헤일로탑(473㎖) 역시 1만800~1만1300원선이다. 모두 편의점과 마트에서 판매되는 아이스크림이지만 국내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배스킨라빈스의 최근 인상가(8200원)보다 값비싸다.

하지만 이들은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시장 성장세에 주목했다. 2030을 중심으로 디저트시장이 커지는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게 벤엔제리스의 설명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 기준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시장 규모는 연평균 10%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이 매년 하락세인 것과 는 대조적이다.

아비스 시그니처 버거. /사진=아비스 공식 홈페이지
아비스 시그니처 버거. /사진=아비스 공식 홈페이지

◆프리미엄 제품, 잘 팔리는 이유

아이스크림뿐만이 아니다. 커피, 햄버거 등 다양한 글로벌 식품·외식 브랜드들이 한국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뉴욕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은 2016년 국내에 들어온 뒤 사업을 확장하며 최근 10호점까지 열었다. 다른 프랜차이즈 버거에 비해 고가임에도 인기는 꾸준하다.
또 다른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아비스는 내년 한국 진출을 예고한 상황이다. 미국 현지 가격은 세트 메뉴 기준 5.69~7.69달러(약 7000~9000원대)인데 여느 해외 브랜드가 그렇듯 국내에선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고급 커피브랜드 블루보틀도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5월 초 성수점을 시작으로 삼청점, 강남점, 압구정점까지 서울에 총 4개 매장을 열었다. 각 매장은 연일 고객들이 줄을 이으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프리미엄 콘셉트의 스페셜티 커피매장을 늘리는 추세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프리미엄 커피를 제공하는 리저브 매장을 현재 94개 운영하고 있다. 할리스커피도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는 프리미엄 특화 매장인 커피클럽을 12개까지 확대했다.

이 같은 프리미엄의 인기는 되레 불황에서 기인한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고가품에 큰 돈을 쓰기는 어렵지만 대신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상품으로 큰 만족을 얻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 같은 소비 현상이 나타나는 것.

업계 관계자는 “최근 빙과류, 제과류 등 디저트 제품이 고급화 되고 있다. 특히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가세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양보다 질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고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