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위메프, 티몬. 원조 소셜 3총사가 탄생 10년을 맞았다. 소셜 3총사와 오픈마켓이 주축이 된 이커머스 시장은 ‘오프라인 유통 공룡’을 넘어뜨리며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추정치는 130조. 올해는 150조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이커머스 업체들은 외부 자금을 수혈 받으며 저마다 공격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시장 패권을 쥐게 될 최종 강자는 누가될까. 새롭게 변화된 이커머스 전쟁을 들여다보고 이들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 조명해본다.(편집자주)

11번가, 티몬/사진=각사
11번가, 티몬/사진=각사


묘하게 닮았다. 롯데와 ‘합방’할 뻔했다거나 ‘합방설’이 돈 것도, 재무구조 개선 프로젝트를 통해 성적표 숫자 다듬기에 혈안인 것도…. 원조 소셜커머스 ‘티몬’과 SK플래닛에서 분사한 ‘11번가’ 이야기다. SK텔레콤은 2017년 롯데쇼핑과 11번가 지분투자 협상이 결렬되자 SK플래닛으로부터 11번가를 분사했다.
11번가와 티몬은 지난해부터 매출 확대보다는 수익성 강화로 경영전략을 선회했다. 4분기 실적은 집계되기 전이지만 11번가는 지난해 3분기까지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이 같은 흑자는 이커머스 시장의 대세인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줄인 결과다.

티몬 역시 지난해 초 100억원에 달하던 영업손실을 하반기 20억원까지 줄이면서 적자 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빠르면 올 1분기 안에 월별 흑자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게 티몬 측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 티몬의 누적 적자는 7700억원에 달한다. 총자본이 마이너스(-) 4300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업계는 이들 업체가 성적표를 다듬어 공통적으로 노리는 건 합병 혹은 상장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투자자의 엑시트 시점과 맞물린다. KKR 등 외국계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있는 티몬의 경우 사모펀드가 통상 특정 회사 인수 후 3~5년 정도 가치를 키워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윤을 챙긴다는 점을 감안할 때 5년을 맞는 올해가 그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롯데와 티몬의 인수합병 소식이 들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양측은 모두 이를 부인했지만 국내 이커머스 가운데 유일하게 대주주가 외국계 사모펀드로 구성된 티몬이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 등 기조체력을 다진 후 다시 새 주인을 찾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11번가도 2018년 9월 투자자로부터 5000억원 자금 수혈을 받을 당시 3~5년 내 상장하지 못할 경우 대주주인 SK텔레콤 지분까지 동반 매도하는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맺었다. SK텔레콤이 11번가를 계속 안고가기보다 재무재표를 잘 만들어 외부에 파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여기엔 이들이 풀어야 할 딜레마가 있다. 이커머스 시장에선 흑자를 만듦과 동시에 시장 존재가치가 그만큼 축소될 위험성이 있어서다. 즉 인수합병 시장에서도 매력적이지 않게 비춰질 수 있다.

실제 11번가는 결제액 기준으로 옥션과 G마켓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에 이어 2위를 유지해왔지만 지난해 상반기 쿠팡에게 밀려 2위 자리를 내줬다. 티몬도 마찬가지다. 4위 위메프에 이어 5위를 기록 중인 티몬의 결제액은 성장률 역시 전년대비 18% 성장한 위메프에 비해 12%로 둔화되고 있다. 거래액도 2018년 기준으로 위메프의 5조400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3조원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들의 상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회의적이다. 이커머스 업체는 누가봐도 재무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데다 몇 년간 연속 영업이익을 낸다는 가치를 인정받아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티몬이 노리는 것은 적자기업이라도 일정 수준의 외형을 갖추면 기업공개가 가능한 특례상장이지만, 이 방식으로 상장한 기업들이 실패하거나 주식이 폭락하는 등 부정적인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1번가와 티몬은 각각 흑자전환과 적자폭을 줄이면서 시장 존재가치와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데 원하는 대로 상장과 높은 몸값으로 팔리는 걸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 회사가 방향성을 찾는 사이 SSG닷컴이 적자폭을 늘리고 거래액을 키우면서 그 틈새를 무섭게 따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0호(2019년 2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