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 꿈꾸는 '파이어족'이 사는법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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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이 젊은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주목받는다. 파이어족은 30대 후반, 늦어도 40대 초반에는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이며, 소득의 70% 이상을 저축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파이어족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회의감, 직장에서의 성공보다 본인의 일상과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파이어족이 조기 은퇴를 목표로 한다고 해서 40대부터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단 빠른 기간 내에 경제적 자유를 달성해 더 많은 시간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것이다.

◆ '지출 절감+N잡러' 짠테크하는 파이어족 

그렇다면 얼마나 모아야 조기 은퇴할 수 있을까? 미국 파이어족은 연 생활비의 25배를 모으면 경제적 자유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를테면 1년 동안 생활비로 4000만원을 쓴다고 가정하면 10억원을 모으면 된다. 이 돈을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해 연 5~6% 수익이 나면, 매년 4% 정도만 생활비로 사용해도 물가상승률과 시장하락에 대비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투자가 쉽지 않은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고려해 25배 법칙이 아니라 33배의 법칙 또는 40배의 법칙이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년까지 일을 해도 노후준비가 충분치 않은 시대에 40대 초반까지 은퇴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파이어족의 첫번째 요건은 근검절약이다. 이들은 소득의 70% 이상을 저축하기 위해 최대한 절약하고 절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30대 가구의 평균 소득에서 지출을 제외한 저축률은 34%에 불과하다. 특히 소비지출 항목 가운데 식료품과 기타지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계획적인 지출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지출을 크게 줄이는 것은 라이프 스타일을 전면 개조해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이다. 파이어족은 가장 먼저 지출 습관을 점검해볼 것을 권한다. 주요 지출항목을 살펴보고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면 불필요한 지출을 크게 줄여나갈 수 있다. 

지출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면 소득을 더 늘리는 방법을 검토해봐야 한다. 소득을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여 연봉을 높이는 것이다. 고소득 전문직이 아니라면 직장에서 받는 연봉만으로 단기간에 목표자금을 달성하기 어렵다. 본업 외 부업을 통한 추가 소득이 있다면 목표자금 달성을 앞당길 수 있다. 물론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업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저렴한 물건을 사기 위해 인터넷 서핑을 하고 발품을 파는 것보다 그 시간을 활용해 추가 소득을 만드는 것이 조기 은퇴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실제 대다수 파이어족은 본업을 유지하면서 블로그 및 유튜브 등을 통해 광고 수입을 얻거나, 사업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N잡러’이다. 부동산 및 주식 투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추가수익을 얻기도 한다. 

◆ 저금리·저성장시대… 투자성향 맞게 투자해야

같은 금액을 저축하더라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목표은퇴자금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달라진다. 즉 투자를 통해 은퇴자산을 효과적으로 증식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이를테면 30대 가구 평균소득(5982만원)의 70%를 저축(4187만원)해 목표자금 10억원을 준비한다고 가정했을 시 수익률이 0%라면 25.9년이 걸린다. 하지만 연평균 수익률이 3%라면 18.3년, 4%라면 17.1년, 5%라면 16.1년으로 준비기간이 줄어든다. 

즉 수익률이 1% 높아지면, 은퇴가 1년 이상 빨라진다. 단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과 경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요구된다. 높은 기대수익은 그만큼의 높은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위험 대비 수익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본인의 투자성향과 재무목표 수준에 맞게 투자해야 한다.

파이어족도 위험요인은 있다. 대부분 파이어족은 연 생활비의 25배를 은퇴 목표자금으로 설정한다. 하지만 기대수명 증가에 따라 계획보다 더 많은 은퇴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최빈사망연령은 88세(남성 85세, 여성 90세)로 사실상 100세 시대에 진입했다. 은퇴를 앞당길수록 은퇴 기간이 그만큼 증가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파이어족이 재정적인 자립을 위해 은퇴자금의 대부분을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투자수익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이 악화하면 은퇴 후 생활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요즘처럼 투자가 쉽지 않은 고령화, 저금리·저성장 시대에는 꾸준한 투자수익률이 전제돼야 한다. 이에 은퇴를 최대한 미뤄야 한다는 다이어(DIRE, Delay Inherit Retire Expire)도 눈길을 끈다.

행복을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 욜로족(YOLO, You Live Only Once)과 경제적 자유를 위해 최대한 돈을 모으는 파이어족은 표면적으로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파이어의 진정한 의미는 조기 은퇴가 아니라, 내가 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게 하는 경제적 자유에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유를 보다 앞당기기 위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불필요한 지출을 통제하며 부업으로 소득을 늘려 더 많이 저축하고 투자하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조기 은퇴를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파이어족이 돈을 모으는 방법을 실천해 나간다면 누구나 경제적 자유 또는 재무 목표 달성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0호(2020년 4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