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시름하는 기업 살리기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선언하고 ‘3차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절체절명 위기에 놓인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다시 한번 뛸 준비를 하고 있다. ‘머니S’는 경제·자본시장 전문가들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움츠린 고용과 소비시장, 변동성이 커진 금융투자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국책·민간 연구원 40명과 국내 기업에 활력을 넣을 수 있는 경제해법을 알아보고 20개 대기업들이 말하는 경제정책 진단과 해법도 모색했다. <편집자주>

[Cover Story-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 유통업계, 소비 위축 장기화 대비책은?

지난 21일 서울의 한 백화점이 한산한 모습 . /사진 =장동규 기자
지난 21일 서울의 한 백화점이 한산한 모습 . /사진 =장동규 기자

#. 지난 4월3일부터 7일까지 열린 롯데백화점 ‘봄 정기세일’ 행사에서 명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8.0% 늘었다. 같은 기간 신세계·현대·갤러리아백화점 등의 명품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5~8%가량 증가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명품 신장세를 ‘보복 소비’ 현상으로 보고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눌러왔던 소비 욕구가 분출됐다는 것.
#. 기대 섞인 전망과 달리 소비 회복은 아직 멀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번 백화점업계 세일 기간에도 명품을 제외한 대부분 상품군에서 큰 폭의 매출 하락세가 나타났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매출은 지난해 세일 기간보다 각각 15.8%, 11.5% 14.0% 줄었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몸부림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확진자가 줄어드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등 유통시설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유통업계가 진단하는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업계에선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소비심리 회복?… “아직 멀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고 있지만 소비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올 2분기(4~6월) 유통업체들의 경기전망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반사이익 업종으로 꼽힌 온라인쇼핑마저 부정 전망으로 돌아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2분기 경기전망지수’(RBSI)는 66으로 집계됐다. 경기전망이 기준치 100을 웃돌면 2분기 호전을 전망한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에 미달하면 그 반대다. 2분기 경지전망지수는 지난 1분기(1~3월)보다 22포인트 떨어졌으며 2002년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대형마트가 44로 전분기(80) 대비 36포인트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그동안 대형마트는 코로나19로 식료품과 생활필수품 수요가 늘어난 덕에 매출 하락 폭이 적었다. 하지만 ‘사재기’에 가까웠던 대량구매 추세가 꺾이면서 2분기 매출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19 쇼크에 상대적으로 선방했던 편의점업계도 전분기(75) 대비 20포인트 떨어진 55로 전망했다. 편의점은 겨울철 비수기가 끝나고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2분기를 매출 ‘터닝포인트’로 꼽는다. 하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시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백화점 경기전망지수 역시 전분기대비 32포인트 하락한 61로 나타났다. 대면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분위기 속에 오프라인 매장에 소비자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호조세를 이어오던 온라인·홈쇼핑도 1분기 105에서 2분기에는 100 아래로 떨어진 84를 기록했다.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④] 소비심리 꿈틀?…


업계에선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당장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출혈이 커 봉합되더라도 회복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고꾸라진 상태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4월 최근 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6% 감소했다. 대형마트 매출도 13.8% 하락했다.

무엇보다 면세점의 타격이 심각하다. 올 1월 2조247억원이었던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한 2월 1조1025억원으로 반토막났다. 3월에는 매출 90%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면세점의 악재는 전체 매출의 70~80%를 책임지던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달 방한 중국인 관광객수는 전년동기대비 96.5% 감소했다. 사실상 중국인 관광객이 없었다는 얘기다. 상황이 악화되자 면세업계 두 축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 사업권까지 포기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2월 말에서 3월 초가 최악이었고 이후에는 방문객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면서도 “그동안의 매출 타격이 커서 사태 이전으로 회복하기엔 아직 멀었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천공항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 /사진=뉴스1
코로나19 여파로 인천공항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 /사진=뉴스1

소비촉진보다 직접적인 지원 절실

정부는 소비촉진을 위해 소득공제율을 2배로 확대했으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대책은 정부-가계-소상공인-기업으로 이어지는 유통 사이클 정상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기업에선 당장 부담이 되는 규제나 비용 문제를 덜어달라고 요구한다.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규모점포 영업규제 개선 ▲공공 역사내 점포 임대료 감면 ▲신용카드 결제대금 익일 입금 시스템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마트업계는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규제를 완화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달 2번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고 오전 0시부터 10시까지 배송을 포함한 모든 영업이 금지된다. 하지만 새벽배송을 하는 이커머스업체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고 생필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배송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임시휴업 후 방역에 나선 모습. /사진=뉴스1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임시휴업 후 방역에 나선 모습. /사진=뉴스1

면세점업계는 임대료 감면을 요구하고 있다. 입·출국객이 전무한 상황에서 매출의 배가 넘는 임대료를 부담해야 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 이에 정부는 뒤늦게 면세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임대료를 3월 분부터 6개월간 20%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내년 임대료 감면분을 포기하라는 조건을 내걸면서 업계가 반발하는 상황이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최소보장액(낙찰가)에 전년도 여객 증감률에 따라 당해 임대료를 최대 ±9% 조정한다. 올해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 만큼 내년 임대료는 9% 감면이 확실시된다. 이 상황에서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대로 내년 감면 6개월치를 포기한다면 사실상 11% 감면에 불과한 셈이다. 

정부의 소비 진작책 확대 적용도 대책으로 거론된다.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은 연매출 10억원 이상인 업소나 백화점·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프랜차이즈 직영점 등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사용처를 확대해달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편의점은 지역사랑 상품권 사용처 확대도 요청하고 있다. 온라인·홈쇼핑업계는 티켓할인 지원과 배달 플랫폼 소상공인 배송료 지원을, 슈퍼마켓은 내수활성화 위해 생필품 전국동시 세일추진을 각각 현실적인 대책으로 본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소비위축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유통업계의 부담을 덜기 위한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소비 정상화까지는 어렵겠지만 경영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들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2호(2020년 4월28일~5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