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국정농단 사건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68)이 지난 7월 파기환송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언론들은 해당 소식을 다루는 과정에서 '전 대통령'이라고 칭했다. 

반면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 중인 전두환씨를 부르는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대부분 그를 '전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구속된 대통령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은 왜 다른 호칭으로 불릴까. 

탄핵되거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대통령의 호칭에 관심이 모아진다. (왼쪽부터) 전두환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장동규 기자, 뉴시스
탄핵되거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대통령의 호칭에 관심이 모아진다. (왼쪽부터) 전두환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장동규 기자, 뉴시스

예우대상 제외되지만

… 경호·공항 VIP의전, 무궁화대훈장 혜택 '여전'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면 예우대상에서 제외된다. 박 전 대통령과 전씨가 그 예다.

전직 대통령 예우법 7조2항에 따르면 ▲재직 중 탄핵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형사처분을 회피할 목적으로 외국정부에 도피처 또는 보호를 요청한 경우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경우 예우대상에서 제외한다. 이 경우 연금이나 기념사업 지원 등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전직 예우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도 일정 기간 전직 대통령들 수준으로 경호·경비를 유지할 수 있다. 필요한 기간 경호와 경비는 할 수 있다는 제6조에 의거한 것이다. 

또 대통령은 파면된 뒤에도 공항 VIP의전을 받을 수 있다. 여권법 시행령에 따라 불시 소지품 검사를 받지 않고 일반인의 시선을 피해 공항 밖으로 나갈 수도 있다. 비자발급이 필요한 국가에서 비자 발급을 면제받을 수 있으며 해외에서 경범죄를 저질러도 처벌과 재판을 받지 않는 사법상 면책특권도 누릴 수 있다.

이외에도 박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사흘째 받은 무궁화대훈장을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이 훈장은 약 5000만원의 금, 은, 루비 등으로 만들어졌다.

이와 관련해 자격이 없는 대통령이 특혜를 누리는 것을 방지하자는 목소리는 나왔지만 아직까지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탄핵되거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 대통령에 대한 호칭 역시 법으로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다. 
지난 2015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 무궁화대훈장이 놓여져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15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 무궁화대훈장이 놓여져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씨'보다 '전 대통령' 적절한 이유는?

전두환씨의 칭호에 있어선 '씨'로 불러야 한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돼 왔다. 내란범으로 분류되는 그에게 '전 대통령'이라는 표현은 대통령으로 인정한다는 전제가 깔린다는 것이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전문가들은 정당한 민주적 절차를 걸쳐 당선됐기 때문에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에서 파면됐기 때문에 그냥 박근혜씨라고 하자는 사람들도 많다"면서도 "선거를 통해서 당선이 됐고 일정기간 대통령직을 수행했기 때문에 전 대통령이라고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 다수의 선택을 받아 당선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씨는 그 호칭을 '씨'로 부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민주적 정통성으로 보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와 전두환은 자격이 더 없을 수 있다고 보여진다"며 "이것도 결국은 프레임 전쟁이고 피아와 진영을 구분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역사는 밝은 부분이든 어두운 부분이든 그대로 수용하고 성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