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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철쭉동산에서 바라본 불암산 풍경. 이하 서울관광재단 제공. |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맑은 하늘이 지속되는 가을엔 외출을 하지 않고선 못 배길 것이다. 얇은 외투를 걸쳐 입고, 동네에서 가볍게 걷기 운동을 하면 '코로나 우울'을 예방할 수 있다.
서울 노원구에만 가도 산과 숲을 활용해 걷기 좋은 길들이 많다. 노원구는 가족들이 나들이 와서 3~4시간 산책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무장애 숲길을 설치하고 각각의 테마가 있는 코스를 개발했다. 유모차를 끌고 오거나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산책하기 좋은 코스들이다.
서울관광재단은 노원구 도심 속에서 걷기 좋은 관광자원 6곳을 발표했다.
◇ 도심 속 숲속 산책, 불암산 힐링타운
불암산 자락 아래에 있는 불암산 힐링타운은 나비 정원을 시작으로 철쭉동산과 무장애 숲길, 산림치유센터와 유아숲 체험장을 조성하여 힐링을 테마로 한 복합단지로 거듭났다.
불암산 힐링타운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나비 정원을 만난다. 나비, 매미, 잠자리 등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반긴다.
나비 정원은 나비를 키우는 온실과 곤충학습관으로 이루어진 실내 전시관이다. 온실에는 식물 50여 종을 심어 나비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재현한 후 10여 종의 나비 7000여 마리를 풀어놓아 사계절 내내 나비를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비가 애벌레부터 번데기를 지나 나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주말이면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 나온 동네 주민들로 붐비는 생태 학습장으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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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정원 실내전시관과 매미 조형물. |
나비정원 앞으로는 철쭉동산이 펼쳐진다. 매년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는 분홍색 철쭉이 피어나 아름다운 꽃동산으로 탈바꿈해 봄나들이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철쭉동산을 넘어가면 산림치유센터와 유아 숲 체험장이 나오고, 옆으로는 데크로 이루어진 무장애 숲길이 이어진다.
산림치유센터에서는 산림욕을 하며 몸과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옥상에는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벤치를 만들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심신을 달래기 좋다.
울퉁불퉁한 돌길 위해 데크를 놓아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게 만든 무장애 숲길은 약 2.1km의 길이로 산기슭을 요리조리 걷게 만든다. 무장애 숲길 중간 지점에 불암산의 바위 능선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를 조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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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에 핀 수크령, 수크령의 꽃말은 가을의 향연이다. |
◇ 폐철길을 따라 이어지는 '경춘선 힐링타운'
지하철 화랑대역을 나오면 경춘선을 철거할 때 공릉동 일대를 보존해 만든 공원이 나온다. 철길을 따라 걷다가 큰 도로를 마주칠 때면 아직도 남아있는 기찻길 건널목 차단기가 눈에 띈다. 시간이 흘러 기차는 다니지 않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선 차단기는 아직도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듯 곧은 자세로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과거의 공릉동 경춘선 주변은 기차가 다니던 곳이라 편의시설이 드물었고 오래된 다세대주택이 많아 낙후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철길이 숲길 공원으로 재탄생되면서 걷기 좋은 길로 알려지면서 공릉동을 찾는 이가 늘었다.
특히 젊은 층의 유입이 두드러지면서 철길 주변 주택가에 카페와 음식점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마포구 연남동에 조성된 경의선 숲길을 '연트럴파크'라고 애칭으로 부르는 것처럼, 최근에 공릉동 카페거리는 '공트럴파크'라고 불릴 만큼 새로운 상권을 형성했다.
카페거리를 지나면 공릉동 도깨비시장이 나타난다. 시장이 일반적으로 넓은 평지에 형성되는 것과는 다르게 도깨비시장은 낮은 언덕을 따라 경사진 곳에 일자 형태로 길게 형성되었다.
입구에서 시장을 들어서면 오르막길로 시장이 시작되고 중앙부에 다다르면 잠깐 평지가 나타났다가 다시 내리막길로 이어져 끝이 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독특한 구조 덕분에 시장 안을 걷는 재미가 있다.
공릉동 도깨비시장을 대표하는 맛집은 '만두장성'과 '명동 홍두깨 손칼국수'다. 두 맛집은 각각 만두피와 면발을 직접 손으로 만든다. 가격도 저렴한 편.
해가 질 때가 되면 구 화랑대역에 있는 노원불빛정원으로 이동해 야경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화랑대역 벽면을 스크린 삼아 상영하는 미디어파사드가 불빛정원의 하이라이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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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산 정상의 전망대. 공릉동과 하계동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
◇ 경사도 8% 이하 순환산책로, 영축산 힐링타운
영축산에 목재 데크를 설치하여 경사도 8% 이하의 순환산책로를 만들었다. 안전 난간을 설치해 장애인 등 보행 약자를 비롯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도록 만든 무장애 숲길이다.
현재 월계 꿈의숲SK뷰 아파트에서 월계 롯데캐슬루나 아파트까지 약 1.83km 길이의 구간이 완공되어 노원구의 힐링로드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코스 대부분이 지그재그로 완만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천천히 걸으며 숲을 즐기기 좋다.
정상의 전망대에 도착하면 불암산 아래 자리한 공릉동과 하계동의 풍경이 펼쳐진다. 데크를 걷다 보면 나무의 크기와 모양에 맞춰 데크 바닥에 구멍을 내어 나무를 통과시킨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숲을 훼손하지 않고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만들어진 산책로라 더 상쾌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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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소망길 입구에 들어서면 작은 문인석을 만난다. |
◇ 조선 왕실 내시와 궁녀들의 이야기가 잠든 곳 '초안산 분묘군'
영축산 힐링타운 근처에는 초안산이 자리 잡고 있다. 조선 시대 양반부터 서민까지 다양한 계층의 무덤 약 1000기가 잠들어 있는 산이다. 특히 내시의 분묘가 많아 '내시네 산'이라 불렸다.
그래서일까 돌봐줄 후손 없이 잠든 내시 분묘군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버려졌고, 버려진 무덤 주변으로 부러진 비석과 석물이 늘어져 있다. 산책로를 따라 산을 오르다 보면 곳곳에서 무덤과 문인석이 나타나 산 전체가 조선 시대의 공동묘지였음을 알게 해준다.
무덤들은 대게 궁궐이 있는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는 죽어서도 왕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목이 잘린 문인석이나 깨진 비석을 보고 있으면 영화 속 세트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독특한 분위기가 난다.
이러한 특징 덕에 산이 을씨년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해발고도가 114m인 낮은 산이라 인근 주민들이 산책로로 사랑받고 있어 찾는 이가 많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초안산의 이름 없는 무덤들 사이에 17세기 내시였던 승극철 부부의 묘와 비석은 온전히 남아있고, 궁녀였던 상궁개성박씨의 묘표도 발견되었다.
노원구는 이를 바탕으로 살아생전 아기를 가질 수 없었던 내시와 궁녀의 삶을 위로하면서 아기가 생기기를 소망하는 사람이나, 아기를 건강히 기르기 위한 소망을 담아 빌 수 있도록 하는 초안산 아기소망길 코스를 만들었다.
아기소망길은 비석골 근린공원의 석물 전시장을 시작으로 여러 무덤이 모여 있는 잣나무 숲과 상궁개성박씨묘표를 지나 승극철 부부의 묘에 들렸다가 초안산 캠핑장에 있는 연리지 나무까지 이어지는 약 3km의 코스이다.
정상에서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초안산 축구장으로 방향을 잡고 온 후, 녹천정 안내판을 따라 걸어가면 내시 승극철 부부의 묘를 찾아갈 수 있다.
숙종 때 활약한 내시 승극철은 연양군파라는 이름난 내시 문중을 이루었다. 내시도 결혼을 하고 양자를 통해 가문을 잇게 했음을 알게 해주는 기록이 묘비석에 남아있다.
승극철 묘를에서 캠핑장 방향으로 내려가면 연리지 나무를 만난다. 두 나무가 오랜 세월을 거쳐 의지하면서 하나로 가지가 이어지는 연리지 나무는 강한 사랑의 힘을 상징한다. 연리지 앞에서 기원하면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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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의 홍살문 |
◇ 서울 속 유네스코 세계유산, 태릉·강릉
5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조선은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아 조상에 대한 존경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조선 왕실은 이를 엄격하게 실천하여 역대 왕과 왕비의 능을 관리하는데 큰 공을 들였고, 그 결과 42기의 능 어느 하나 훼손되거나 인멸되지 않고 모두 제자리에 보존되었다. 서울과 경기도 곳곳에 조선왕릉이 분포되어 있는데 노원구에도 태릉과 강릉이 있다.
태릉은 조선의 11대 왕 중종의 세 번째 왕비 문정왕후 윤씨를 모신 능이고 강릉은 조선의 13대 왕 명종과 인순왕후를 모신 능이다. 태릉 앞에 놓인 석물은 다른 능에 비해 1.5배 이상 커서 멀리서 보아도 눈에 확 띈다.
권력의 정점에 섰던 왕비의 위세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문정왕후는 생전에 남편이었던 중종 옆에 묻히길 바랐다. 문정왕후는 첫 번째 부인이었던 장경왕후와 함께 고양시에 잠들어 있던 중종을 삼성동(현재의 정릉)으로 이장하면서까지 본인이 그 옆으로 가길 원했다.
하지만 명종은 그녀가 죽은 후 당시 침수가 잦았던 삼성동 대신 양지바른 지금의 불암산 자락에 어머니를 모시면서 결국 문정왕후와 중종은 함께하지 못했다. 다른 능보다 유난히 큰 석물은 어머니를 위로하려는 명종의 마음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태릉은 소나무 숲이 특히 이색적이다. 다양한 형태로 휘어지고 꺾이면서도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소나무들은 예부터 신비로운 숲으로 여겨질 만큼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태릉의 소나무 숲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을 맞으면 한결 몸이 가벼워진다.
최근 문화재청에서 조선왕릉 숲길을 정비하여 개방하였다. 각 왕릉별로 8개의 숲길을 코스로 연결한 길이다. 태릉과 강릉에도 불암산 자락의 능선을 따라 1.8km의 숲길을 이어 두 왕릉이 연결되도록 했다.
태릉·강릉 숲길에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많이 자란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굴참나무도 볼 수 있고, 단풍나무도 있어서 가을에 걷기 좋은 길이다. 조선왕릉 숲길은 11월29일까지만 개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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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현천 출발지인 상계역 앞. |
◇ 수크령이 만개한 '당현천'
당현천은 수락산에서 발원하여 중계동을 지나 중랑천으로 흘러드는 하천으로 과거엔 비가 올 때만 물이 흘렀으나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면서 현재는 항상 물이 흐르는 하천이다.
당현(堂峴)이라는 이름은 당고개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당고개라 이름 붙은 데는 신묘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 시대 사도세자를 모시던 '이씨' 궁녀가 있었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이후에 궁녀 또한 몸져눕게 되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내의원이 노원에 있던 자신의 집으로 궁녀를 데려와 보살폈다.
그런데 어느 날 불한당이 궁녀 이씨를 해하려 하였고, 이때 사도세자가 나타나 그녀를 구해줬다. 마을 사람들이 궁녀를 찾으러 나가보니 미륵이 그녀를 안고 있었다. 이에 사람들은 그 자리에 미륵불을 세우고 제를 지내면서 당고개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당현천 산책로는 노원수학문화관 앞에서 시작하여 중계역을 지나 중랑천과 합류하는 지점까지 약 2.6km 길이의 구간이다. 하천을 걷기 좋은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산책로 옆으로 다양한 꽃을 심어 화사한 길을 만들었다.
봄철에는 양귀비, 여름에는 황화 코스모스 등이 만개하고, 가을로 접어들면서 현재는 수크령이 구간마다 피어나 바람과 햇살을 따라 살랑이며 반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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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을 이용해 영상이 가미된 음악분수쇼. |
당현천은 지난 9월에 음악분수를 만들면서 노원구의 새로운 야경 명소로 거듭났다. 당현천의 음악분수는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분수에 조명을 비추던 일반적인 분수쇼와는 달리, 홀로그램을 이용해 분수 위로 다양한 영상 효과를 더하면서 더욱 흥겹고 역동적으로 다가온다.
음악분수는 노원수학문화관 앞에 있으며, 매일 저녁 7시부터 단 15분간만 운영하니 시간을 잘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또한, 오는 23일부터 11월15일까지 '2020 노원달빛산책' 등축제를 개최한다. 당현천 새싹교(수학문화관)~당현3교(어린이교통공원)까지 이어지는 약 2km 구간에 거리두기하며 200여 점의 등불이 전시될 예정이며 점등시간은 매일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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