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거리두기 2단계+α에 따라 카페 내 취식을 금지했지만 꼼수 영업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착석을 금지한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방역당국이 거리두기 2단계+α에 따라 카페 내 취식을 금지했지만 꼼수 영업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착석을 금지한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지난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는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홀로 앉아 노트북을 사용하는 손님도 눈에 띄었다. 현행 거리두기 2단계+α(추가 집합 금지)에 따르면 카페에선 좌석을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카페 사장은 “가게에서 커피와 맥주를 같이 팔고 있다”며 “호프집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앉았다 가도 된다”고 안내했다. 

방역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에 대응해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제한했다. 클럽·헌팅포차 등 유흥시설은 아예 문을 닫았고 음식점은 밤 9시 이후 매장 이용이 금지됐다. 카페는 영업시간 내내 포장·배달만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방역 수칙의 사각지대를 노린 ‘꼼수’ 영업이 계속되고 있다. 브런치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선 커피 주문 시에도 매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방역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페? 식당?… 방역당국도 ‘헷갈려’


현행 거리두기 2단계+α 방역 수칙은 프랜차이즈 카페뿐 아니라 소규모 개인 카페에도 적용된다. 지난 8월30일부터 9월14일까지 시행한 거리두기 2.5단계에서는 프랜차이즈 카페만 매장 이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지난달 거리두기 체계가 개편되면서 개인 카페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처음 맞는 거리두기 2단계에 카페 업종 자영업자들은 우왕좌왕했다. 시행 하루 전날까지도 시설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아서다. 방역당국은 음식점과 카페를 표면상으로만 단순 구분했다. 하지만 두 시설은 식품위생법상 업종이 구분돼 있지 않다. 

카페는 신고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등 3개 업종으로 나뉜다. 문제는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카페다. 현장에서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카페는 운영해도 되느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각 지자체에서도 이에 대한 해석을 달리해 자영업자가 혼란을 겪었다. 

당국은 거리두기 2단계 시행을 고작 반나절 앞둔 지난달 23일 오후에야 시설 기준을 내놨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일반음식점이라도 커피·음료·디저트류를 주로 판매할 경우 카페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맥도날드에서 노트북 펴는 ‘카공족’ 

서울의 종로구의 한 카페(왼쪽)에서 맥주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착석을 허용하고 있다. 서대문구의 카페(오른쪽)에선 핫도그와 커피를 판매하는 브런치카페란 이유로 매장 내 취식이 가능하다. /사진=김경은 기자
서울의 종로구의 한 카페(왼쪽)에서 맥주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착석을 허용하고 있다. 서대문구의 카페(오른쪽)에선 핫도그와 커피를 판매하는 브런치카페란 이유로 매장 내 취식이 가능하다. /사진=김경은 기자

하지만 ‘주로 판매하는 메뉴’를 해석하는 기준은 마련되지 않아 혼란은 여전하다. 음식과 음료를 모두 파는 브런치 카페의 경우엔 음식을 주메뉴로 본다면 매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음료를 주메뉴로 본다면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릴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허점을 파고든 사례도 발생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는 핫도그를 브런치 메뉴로 판매하고 있다. 카페 사장은 “브런치 카페는 매장 내 취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며 “케이크나 와플 등 디저트 메뉴는 안 되지만 핫도그를 주문하면 커피를 마시고 가도 된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점도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맥도날드·버거킹·롯데리아 등에선 커피와 디저트 등 카페 메뉴를 판매한다. 하지만 주 메뉴가 햄버거이기 때문에 매장 이용이 허용된다. 문제는 햄버거 없이 커피만 구매해도 매장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부 소비자도 이런 틈새를 노린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일명 ‘카공족’들이 최근 패스트푸드점으로 몰려간 이유다. 실제 서울 시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 곳곳에서는 커피 한 잔만 시켜둔 채 책이나 노트북에 몰두한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카페 점주는 “2단계 시행 이후 ‘매장 이용 가능하냐’는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 내부 취식이 안 된다고 하면 되레 ‘되는 곳도 있다’는 답변을 받는다”며 “방역수칙을 어기는 카페도 있고 그런 곳만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지키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매출 직격탄 맞았는데… “단속 어렵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맘스터치(왼쪽)과 맥도날드 매장에 노트북을 편 사람들. /사진=김경은 기자
지난 1일 서울의 한 맘스터치(왼쪽)과 맥도날드 매장에 노트북을 편 사람들. /사진=김경은 기자

허점을 파고든 영업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 사이에선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방역 수칙에 따라 포장·배달만 하고 있는 자영업자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커피전문점업계에 따르면 전체 매출의 50~60%는 매장 이용 고객에게서 나온다. 그만큼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셈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 청원인은 “(카페뿐 아니라) 음식점·편의점·PC방에서도 커피를 판매한다”며 “피자집에서 피자 먹고 커피 마시면 괜찮지만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빵 먹는 건 안 된다는 논리가 정당한가”라고 지적했다. 

형평성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가 먼저 규제 강화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는 1일 0시부터 7일 24시까지 브런치카페와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커피·음료·디저트류는 포장과 배달만 허용하도록 했다. 거리두기 2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간 ‘핀셋 방역’ 조치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추가 방역 조치 시행 첫날인 1일 서울 시내 ▲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KFC ▲맘스터치 등을 확인한 결과 관련 방역 수칙을 지키고 있는 패스트푸드점은 버거킹 한 곳뿐이었다.

버거킹은 서울 시내 전 점포에 관련 지침을 시달했다. 매장엔 ‘커피·음료·디저트(사이드 메뉴) 구입 시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버거류를 주문하지 않으면 매장에서 취식이 불가능하다’ 등의 안내문이 붙었다. 

반면 다른 버거 프랜차이즈에선 커피만 주문해도 매장 이용이 가능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 직원은 “(커피를) 마실 때를 제외하고 마스크를 쓴다면 커피만 주문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인근 롯데리아 매장에서도 “커피만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방역수칙 미준수로 적발되면 집합 제한·금지 등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면서도 “시에서 현황 조사를 하고 있고 각 자치구도 점검하고 있지만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