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리포트- MZ세대의 경제학<6>] "이번 역은 제페토입니다"… '부캐의 삶' 즐기는 Z세대
안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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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의 이상과 현실 차이는 매우 흥미롭다. MZ세대는 미래에 대비하면서도 동시에 현재의 자신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줄 수 있는 소비에도 열중한다. 머니S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 10명 중 9명 이상이 재테크를 하고 있으며 전통적 방식의 적금은 물론 주식, 부동산에 암호화폐까지 투자하고 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영끌’과 빚내서 투자는 ‘빚투’ 등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도 놀라운 사실이다. MZ세대 재테크 성향은 물론 그들의 소비,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계획, 팬데믹 전후 여가 활동의 이동, 스트레스 요인이나 해소법 등에 대한 결과도 다양한 양상을 띈다. 틱톡, 유튜브 등 ‘숏폼’을 이용한 놀이 문화와 가상세계에서의 의식 흐름, 과시 소비 현상의 실체와 직장 생활에 대한 한국 사회 MZ세대들의 ‘찐’(진짜) 실상과 과 그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밈’(문화 전달)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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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머니S 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부 (1-1) "영끌·빚투? 그건 일부 얘기"… MZ세대, 안전 투자한다 (1-2) 2021년 MZ세대 경제 키워드는 ‘제로’(Z·E·R·O) (2) 경제 주류의 대이동… M세대 앞서는 Z세대 (3) M세대 분노… '내집마련·결혼·출산 ▶2부 (4) “같이 틱톡할래?” 요즘 Z세대들은 ‘숏폼’으로 논다 (5) M "Z의 철없는 명품소비"… '가까운 듯 먼' 세대 갈등 빚나 (6) “상상이 현실로"… Z세대가 메타버스에 빠진 이유는 (7) 포용·경청하는 ‘어른’… 공감 능력 ZERO 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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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대상 : 국내 MZ세대 438명
•2021년 ‘국내 MZ세대 소비 성향 실태조사’ 결과 (머니S)
•MZ세대 기준 : 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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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인 김제트(가명·19)군은 ‘부캐’(본래 사용하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 만들기에 푹 빠졌다. 자신을 꼭 닮은 아바타를 만들기만 하면 가상세계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현실 세계와 똑같은 활동이 가능해서다. 오전에는 가상교실에서 수업을 들은 뒤 오후에는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인 BTS의 팬 사인회 혹은 콘서트에 참석하는 것이 김 씨의 요즘 일과다. 현실에선 비싼 가격 때문에 구매하지 못하는 명품도 마음껏 ‘플렉스’(FLEX·돈 자랑)할 수 있다.
현실을 초월한 가상 세계, ‘메타버스’(Metaverse)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메타버스는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 중에서도 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등장인물들은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빌려야만 가상 세계 ‘메타버스’로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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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제2의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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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머니S 김은옥 기자
KT그룹 디지털 미디어랩 나스미디어가 발표한 ‘2021 인터넷 이용자 조사(NPR)’에 따르면 유튜브는 네이버에 이어 검색 서비스 순위 2위에 올랐다. 유튜브가 구글을 제치고 2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MZ세대 덕분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 불리기도 하는 M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 TV와 컴퓨터보다는 스마트폰, 유튜브, 넷플릭스를 더 친숙하게 받아들인다. 이 때문에 이들에겐 유튜브가 가장 좋은 검색 엔진이자 정보의 창고다.
하지만 최근엔 MZ세대의 관심사가 유튜브, 페이스북, 틱톡 등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메타버스로 옮겨지고 있다. 이미 메타버스의 대표주자 격인 미국 온라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이용자의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이 유튜브나 틱톡을 넘어섰다는 통계도 있다.
메타버스는 흔히 Z세대의 놀이터로 불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일상이 지속하면서 급부상한 메타버스는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선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개발한 ‘제페토’가 주목받는다.
2018년 8월 출시된 제페토는 이용자가 개인 아바타를 내세워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게임을 함께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출시 3년 만에 누적 가입자 수는 2억명을 돌파했다. 특히 10대 이용자 비율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제페토에는 역할 놀이와 상황극에 관심이 많고 SNS를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Z세대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가득하다. 제페토에선 스스로 만들어낸 ‘사이버 부캐’인 아바타를 활용해 다양한 공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만나 소통할 수 있다. Z세대는 이 가상세계에서 낯선 친구와 친목을 도모하기도 하고 자신의 내면의 가치를 실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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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의 자아 실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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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공간(제페토)에서 노을진 한강공원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사진=머니S 한영선 기자
메타버스의 인기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선 인간의 욕구에 대해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에 따르면 인간의 최상위 욕구는 ‘자아실현’이다.
메타버스는 인간의 최상위 욕구인 자아실현 성취를 위한 접근으로 평가받는다. 메타버스가 제공하는 3차원 가상세계에서 참가자들은 현실 세계의 한계성으로부터 누구나 자유로워질 수 있어서다. 즉 개성과 자아실현 욕구가 상대적으로 강한 Z세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이자 인격체인 아바타를 만들어 재미와 만족감을 느끼는 셈이다.
Z세대가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만큼 젊은 세대들의 현실이 힘들기 때문이란 의견도 나온다. 실제 요즘 젊은 세대들은 그야말로 암울하고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현실에선 취업도 힘들고 코로나로 인해 여행도, 연애도 쉽지 않다. 몇 년 사이 집값마저 폭등해 내집마련의 꿈도 멀어지다 보니 가상세계에서라도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타버스 속에서는 잠시나마 현실 세계의 문제와 압박에서 벗어나 휴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교 2학년인 김현철 군(가명)은 “최근 코로나로 인해 학교도 못가고 친구를 만나기도 어려운데 제페토를 통해 새 친구를 사귀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며 “그중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면 실제로 연락처를 주고받아 만나기도 하고 같이 취미 생활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례는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순히 아바타를 통해 대리 충족하는 것을 넘어서 3차원 가상세계 속에서 사회적 인간관계, 경제 활동, 문화활동이 더욱 활발히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정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타버스의 구조적 성장 요인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닿아 있는데 인간이 현실 세계에서 갖지 못하는 형태의 행복감을 안겨줄 수 있다”며 “향후 관련 기술이 발전할수록 메타버스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감의 형태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