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방역패스부터 키오스크까지… '디지털 소외계층' 갈 길 잃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불러온 비대면 사회는 의도치 않게 디지털 격차를 더욱 늘리는 계기가 됐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QR코드가 일상 속에 등장하면서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으면 어딜 들어갈 때마다 일일이 수기로 명부를 작성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부터 적용된 방역패스 확대는 디지털 소외계층의 깊은 한숨을 자아냈다. 백신 접종 여부를 알 수 없는 안심콜과 수기 명부 등 기존의 방역 확인 절차가 폐지되면서 디지털 소외계층이 갈 길을 잃었다.


방역패스는 백신 접종완료일로부터 2주가 지났다는 증명서나 음성확인서를 말한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이 기존 일부 고위험시설에서 식당, 카페, 학원, PC방 등 16개 시설로 확대됐다.

공식적으로 방역패스로 사용이 가능한 것은 ▲질병관리청 쿠브(COOV) 앱 ▲전자출입명부(네이버·카카오·토스)의 전자 증명서 ▲신분증에 붙인 예방접종 스티커 ▲2차 접종 후 접종기관에서 받은 종이 접종 증명서 등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장에서의 방역패스 확인은 대부분 QR코드 인식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방문 등록과 접종 이력이 한 번에 증명되기 때문이다. 어떤 확인서가 방역패스로 사용할 수 있는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 방역패스 확대는 식당, 카페 등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시설까지 적용됐다는 점에서 불편함이 크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에 어려움이 있는 노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PCR 음성 확인서 등으로 증명이 가능하다고 발표했지만 절차도 번거로운 데다가 현실적으로 외출할 때마다 확인서를 챙기는 것은 쉽지 않다. 스마트폰 없이는 밖에서 밥 한 끼 먹기 어려워진 것이다.

여기에 최근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키오스크(무인 자동화기기)의 존재도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또 다른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키오스크는 음식점부터 병원, 영화관 등 다양한 곳에서 인건비 절약 등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2017년 65억원에서 2019년 150억원, 2020년에는 220억원까지 빠르게 성장했다.

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소비자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키오스크 이용 시 용어 이해, 기기 조작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고령소비자들은 업종별로는 유통점포의 키오스크를 가장 어려워했다. 불편한 점으로는 ▲복잡한 단계 ▲뒷사람 눈치가 보임 ▲그림·글씨가 잘 안 보임 등을 꼽았다.

특히 빠르게 키오스크가 퍼지고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영문으로 표기된 메뉴명 등으로 어려움이 배가 된다. 키오스크 전담 직원이 상주하고 있는 곳도 흔치 않아 이용에 불편함을 겪어도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주문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IT기술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이 가운데 사회적 약자들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효율성은 높이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요즘 더욱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 ‘포용’의 시대로 가려면 디지털 격차가 사회적 소외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제도적인 보완과 지속적인 교육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