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공유 플랫폼이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해 공간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넘어 사용자끼리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커뮤니티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각종 공유 플랫폼이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해 공간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넘어 사용자끼리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커뮤니티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셰어하우스에 사는데 학교 앞 원룸에서 자취할 때보다 주거비가 절반 가까이 줄었어요."

부산이 고향인 윤모씨(여·20)는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해 학교 기숙사에 거주하다 한 학기만에 자취하기로 결심했다. 음식물 반입도 안 되고 공용화장실을 써야 하는 불편함에 비해 경제적 이점이 크지 않아서다.


'자취 로망'에 부풀어 학교 앞 원룸을 알아보던 윤씨는 곧바로 경제적 문제에 부딪혔다. 원룸 수요가 많은 대학가 특성상 월세와 관리비가 예상보다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윤씨는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셰어하우스 구인글을 보게 됐다. 3인실이던 기숙사와 다르게 1인실이라 혼자만의 공간을 보장받을 수 있었고 부엌과 거실, 화장실 등 공용 공간은 함께 사용해 관리비도 여러명이 나눠내는 장점에 끌려 셰어하우스를 선택했다.

윤씨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처음에는 셰어하우스가 많이 불편할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개인 공간이 잘 보장됐다"며 "같은 학교 여학생들끼리 함께 살다 보니 자연스레 교류할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셰어하우스에 살아 보니 원래 가지고 있던 편견이 많이 사라져 학교 근처 '안암생활' 등 코리빙 하우스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따로 또 같이… 다양한 사람과 교류 "재밌어요"

단순히 거주 공간만을 제공하는 셰어하우스에서 발전해 다양한 유형의 공유 공간을 제공하는 '코리빙 하우스'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동대문'의 공용 주방 모습. /사진= 지모씨 제공
단순히 거주 공간만을 제공하는 셰어하우스에서 발전해 다양한 유형의 공유 공간을 제공하는 '코리빙 하우스'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동대문'의 공용 주방 모습. /사진= 지모씨 제공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청년 가구의 대부분(82.5%)이 임차 거주 중이다. 이는 고령 가구의 임차 거주율(19.8%)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다양한 형태의 공유주거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공유주거 중 가장 대표적인 '셰어하우스'는 타인과 일정 공간을 공유하며 생활하는 주거 형태를 뜻한다. 화장실이나 부엌 등 공용 공간을 공유하는 '플랫 셰어'와 방까지 공유하는 '룸 셰어'로 구분된다.

거주 공간만을 제공하는 셰어하우스에서 조금 더 발전한 것이 '코리빙 하우스'다. 코리빙 하우스는 개인의 독립적인 거주 공간을 보장하고 업무·운동·독서·영화 등 다양한 유형의 공유 공간을 제공하면서 점점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강원도 고성, 서울 신촌·동대문·신설·숭인에 위치한 '맹그로브'도 그중 하나다.

맹그로브의 런드리 룸에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갖춰져 있으며 24시간 무료로 운영한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동대문'의 공용 세탁실 모습. /사진= 지모씨 제공
맹그로브의 런드리 룸에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갖춰져 있으며 24시간 무료로 운영한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동대문'의 공용 세탁실 모습. /사진= 지모씨 제공

서울 중구에 위치한 '맹그로브 동대문'에 1년째 거주 중인 지모씨(남·27)는 "코리빙 하우스 입주 이전에 원룸에서 자취해 본 적이 있다"며 "피트니스센터나 빨래, 주방 등 다양한 공용 시설이 경제적이라고 판단해 (이곳에) 입주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개인 주거 공간에도 빌트인 가구가 모두 마련돼 있어 일반적인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자취할 때보다 경제적 이점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전세사기 등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문제로 자취생 사이에서 걱정이 많다"며 "맹그로브의 경우 규모가 있는 회사가 운영해 그런 걱정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또 "여러 사람이 함께 살다 보니 안전 측면에서도 안심이 된다"고 덧붙였다.

맹그로브의 워크 스테이션에서는 24시간 자유롭게 업무나 공부를 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동대문'의 공용 공간 모습. /사진= 지모씨 제공
맹그로브의 워크 스테이션에서는 24시간 자유롭게 업무나 공부를 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동대문'의 공용 공간 모습. /사진= 지모씨 제공

맹그로브에는 주방과 세탁실 등 꼭 필요한 공용시설뿐 아니라 시네마룸, 도서관 등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용 공간이 마련됐다. 업무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24시간 운영하는 워크 스테이션과 다양한 운동기구를 갖춘 플렉스 룸, 명상과 요가를 할 수 있는 릴렉스 룸 등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맹그로브는 공용공간이 일회성 공간에 그치지 않도록 '북토크'나 '아침 요가' 등 함께 거주하는 구성원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강연과 원데이 클래스 진행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공유주거가 단순히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방이나 주방을 공유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람이 건강하게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커뮤니티로 발전하고 있다.

"주방 공유하며 정보 나눠요"… 사장님들의 든든한 버팀목

다양한 형태의 공유주방이 있지만 '키친42'는 배달 전문 외식 사업자에게 개별 주방과 공용공간, 창업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배달형 공유주방' 업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키친42 송파점 내부 모습. /사진=윤지영 기자
다양한 형태의 공유주방이 있지만 '키친42'는 배달 전문 외식 사업자에게 개별 주방과 공용공간, 창업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배달형 공유주방' 업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키친42 송파점 내부 모습. /사진=윤지영 기자

공유주방은 다양한 형태의 장소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마을 공동체공간 ▲일반인에게 시간단위로 대여되는 주방 데이트 공간 ▲식품 제조를 위해 기계와 설비를 함께 쓰는 주방 공간 등을 모두 '공유주방'으로 지칭한다.

머니S는 이 가운데 배달 외식 사업자에게 개별 주방과 공용공간, 창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형 공유주방' 업체인 키친42를 찾았다. 키친42는 현재 전국 41개 지점을 둬 공유주방 지점 수 1위를 차지한 브랜드다. 직영점 기준 입점률은 약 80%다.

황현석 키친42 이사는 "매우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외식 창업을 할 수 있는 것이 (공유주방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1년 단위 계약으로 일반 상가에 비해 임대차 계약 기간이 짧아 기대 손실을 최소화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이사는 또 "저렴한 임대료로 풀옵션 주방을 제공함으로써 초기 창업비용은 물론 고정비용까지 낮춰 외식 사업자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키친42는 별도의 입점료와 매출 수수료 등을 받지 않는다. 시설 제공 외에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록이나 로고 디자인 등 사업 초기 과정을 지원하며 사업 확장을 위한 추가 출점이나 프랜차이즈화, 밀키트 사업도 도와준다.

공유주방은 사용자에게 개별 주방과 공용공간, 창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은 공유주방 키친42 이용자가 공유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 /사진=윤지영 기자
공유주방은 사용자에게 개별 주방과 공용공간, 창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은 공유주방 키친42 이용자가 공유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 /사진=윤지영 기자

이곳에서 마라탕·마라샹궈 배달전문 중식 매장을 운영하는 강모씨(남·34)는 "배달창업을 위한 공간을 찾던 중 공유주방을 알게 됐다"며 "업체 상담을 받아보니 창업비용이 적고 장사에 필요한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입주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개업 6개월째라는 강씨는 "단독 매장으로 시작했다면 권리금 또는 인테리어비로 최소 2000만원 이상 소요됐을 텐데 공유주방에서는 이 비용뿐 아니라 기타 창업에 들어가는 비용(가스 개통, 부동산 중개비 등)을 아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자금이 많지 않아 단독 매장으로 창업했다면 개업 초기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공유주방에서 시작한 덕분에 매장을 초기에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배달음식점 특성상 배달 앱(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의 잦은 정책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에 맞춰 전략을 세우는 것이 장사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며 "공유주방에서는 입주자끼리 변화에 대한 정보 교류가 빨라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단점도 있다. 강씨는 "단독 매장보다 공간이 부족하다"며 "이웃 매장과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해야 하는 만큼 피로감을 느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나에게 딱 맞는 '공유오피스'… 시설도 혜택도 나눠요

공유오피스는 업무 공간은 구분해 사용하되 회의실과 휴게공간 등은 공용으로 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진은 공유오피스 업체 패스트파이브(위)와 워크플렉스의 내부 모습. /사진=각 공유오피스 홈페이지
공유오피스는 업무 공간은 구분해 사용하되 회의실과 휴게공간 등은 공용으로 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진은 공유오피스 업체 패스트파이브(위)와 워크플렉스의 내부 모습. /사진=각 공유오피스 홈페이지

공유오피스는 업무 공간은 구분해 사용하되 회의실과 휴게공간, 화장실 등을 공유해 관리비 등 부대비용을 절약하고자 고안된 공간 임대 시스템이다. 보증금과 인테리어 등 초기 세팅비와 관리비 등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최근 들어 공유오피스 업체들이 다양해지면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워크플렉스의 경우 계열사 할인과 세무·법무 무료 상담 서비스를 지원하며 건강검진 업체와도 제휴했다. 패스트파이브는 호텔·자기계발 서비스·항공 레저·의료 서비스 업체와 제휴를 맺어 입주사 직원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입주사 공동 어린이집과 무료 간식·음료도 제공한다.

또 스파크플러스는 커뮤니티 매니저, 공간관리팀, 자산관리팀을 고용해 입점 후에도 오피스 운영과 공간·시설·건물 문제까지 대응하도록 했다. 공유오피스가 단순히 사무실을 나눠 쓴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입주 사업자들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시스템으로 거듭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