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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등을 처벌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가운데 영세 전문건설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앞서 정치권은 중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의 2년 유예를 추진해왔으나 무산됐다.
2일 뉴시스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이 내놓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연장안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연장안은 이날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산업안전보건청'도 2년 후에 설립한다는 협상안을 내놓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산업안전보건청의 명칭을 산업안전보건지원청으로 변경하고 기관의 역할도 예방과 지원을 하는 조직으로 고용노동부에 설치하는 협상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정 협상을 거부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더 충실하기로 했다"며 "정부·여당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영세 전문건설업체들은 고금리 여파로 원자재·인건비 상승이 지속되고 공사 발주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대재해 리스크 비용마저 늘 경우 사업 유지가 어려울 것을 우려해 강하게 반발했다.
장세현 대한전문건설협회 철근·콘크리트공사업협의회 회장(동극건업주식회사 대표)은 "중소건설업체들은 사업을 그만 두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호소했다.
김학노 서울·경기·인천 철근콘크리트연합회 대표는 "규모가 작은 공사를 수주하는 업체들의 입장에서 경영 능력이 상실될 정도의 위기감이 생겼다"며 "50억원 미만 공사를 수주하는 곳은 영세하다고 봐야 하는데 몇억짜리 공사만 수주해도 법 상한선인 5인 이상 근로자가 필요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봉 4000만원을 주던 안전관리자는 현재 7000만~8000만원을 줘도 못 구한다"면서 "앞서 2건의 사고가 발생했는데 50억원 미만 업체에서 절반 이상 나온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와 경영관리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확인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27일 시행돼 직원 5인 이상 50인 미만(공사비 50억원 미만) 중소 사업장에 대해 2년 유예기간을 뒀다. 올해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들은 2년의 추가 유예를 요구해왔다. 다만 2월 국회에서 추가 협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