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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기업이 해외 시장에서의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종전 도급형 위주에서 투자개발형으로 사업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접근성이 좋은 도급형 비중이 월등히 높은 상황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해외 건설 수주액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333억1000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지정학적 불안 요인 등 어려운 대외 환경여건에도 지속 성장세를 보였다.
발주형태별로 개발사업(14억6000달러)보다 도급사업(318억5000달러) 비중이 높다. 수주 지역과 공사 종류의 다변화뿐만 아니라 수주 방식의 다양화에 관한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도급사업은 통상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는 복잡한 대규모 산업설비와 인프라 시설을 제외하면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수주 경쟁 강도가 높다. 가격경쟁력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 한국 건설업체는 도급사업에서 중국과 튀르키예 등 후발기업의 저가 수주로 인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중국 정부의 개발도상국 대상 경제 개발 원조 등을 원인으로 해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발주처의 재정 부족으로 인한 발주취소·지연 발생, 선진기업의 시장 다변화 등으로 가격 경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건설업체가 자국 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전개하며 아시아·중동에서의 수주 경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정부와 기업은 단순 도급사업 비중을 낮추고 개발사업 비중 확대를 위해 그 동안 다양한 노력을 전개했다. 하지만 한국 건설업체의 해외 수주액 중 개발형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10년 동안 세계 인프라 필요 투자액은 39조7000억달러로 예측된다. 현재 투자추세를 반영한 투자액과 필요 투자액 간 차액은 7조9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민간금융 조달과 민관협력사업(PPP·Public Private Partnership) 등의 발주 확대가 제시됐다.
PPP는 민간이 공공기반시설 투자·건설·유지보수 등을 수행해 수익을 얻고 정부는 세금 감면과 일부 재정을 지원하는 사업방식이다. 민간 기업은 공공부문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정부는 재정 부담 없이 납세자들에게 효율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전통적으로 인프라 개발 자금은 국채 발행 등을 통한 정부 재정으로 충당해왔다. 금리 상승 국면과 부채 급증 등의 문제로 인프라 개발을 위한 재원 조달이 어려워지자 세계 다수 정부는 민관협력사업(PPP)을 비롯한 민간 투자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PPP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한 전 세계 국가는 140개국이며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PPP 발주 방식 도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유가 하락 대비와 재정 운용의 탄력성 확보를 위한 조치다.
한국 건설업체 또한 도급사업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을 위한 방안으로 PPP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기업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전개 함에 따라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호주나 캐나다 등지에서 수주 성과를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지역별 진출전략을 마련해 수주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한국 건설업체의 성과는 다소 미흡한 상황이다. 글로벌 PPP시장은 에이씨에스그룹(ACS Group) 호흐티에프(Hochtief) 등 유럽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 단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진출이 쉽지 않다. 건산연은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PPP시장 진출 과정에서 선진 기업과의 제휴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실시된 해외건설업계 간담회 결과 PPP 진출·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가장 많이 제시된 것이 금융경쟁력 제고와 정부의 금융지원 요청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화랑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한국 건설업체는 교통 인프라 시설을 중심으로 해외 PPP사업을 일부 수주한 바 있으나 오랜 기간 해외수주 전략으로 PPP사업 진출을 제시했음에도 이를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점은 다소 아쉽다"며 "정부는 대규모 PPP 사업에 대한 정부 간(G2G) 수출 계약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인프라 건설 분야에 한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로 담당 기관을 이관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