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9년 3월 3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만국박람회를 맞아 에펠탑이 준공됐다 /사진=로이터
1889년 3월 3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만국박람회를 맞아 에펠탑이 준공됐다 /사진=로이터

1889년 3월31일. 낭만의 도시 프랑스 파리에 철탑이 우뚝 솟았다. 프랑스 파리에 세워진 이 철탑은 건축가의 이름을 따 에펠탑으로 불린다.

랜드마크란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구별하게 하는 표지로 관광지에서 그 지역을 식별하기 적당한 사물'을 말한다. 에펠탑이야말로 랜드마크의 의미를 설명하기 가장 적합한 세계적인 랜드마크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지난해 약 9600만명의 관광객이 프랑스를 찾았다. 이는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많은 관광객 수다. 오는 7월에는 '2024 파리올림픽'이 개최되는 만큼 올해 더 많은 관광객이 파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혁명 100주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입구

1889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에펠탑이 올해 파리올림픽을 준비한다. 사진은 2024 파리올림픽을 위해 공사 중인 에펠탑 부근. /사진=로이터
1889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에펠탑이 올해 파리올림픽을 준비한다. 사진은 2024 파리올림픽을 위해 공사 중인 에펠탑 부근. /사진=로이터

1889년 당시 프랑스는 국격을 높이기 위해 파리에서 만국박람회를 개최했다.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한 박람회였다.

프랑스는 박람회가 열리는 마르스 광장 입구에 전 세계 방문객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건축물을 짓기 위해 공모전을 열었다. 공학자 출신으로 철골 구조물을 잘 다루는 건축가 귀스타브 에펠이 탑을 설계할 건축가로 최종 선정됐다.


그러나 처음 에펠탑을 구상한 것은 에펠이 아니다. 그의 동료였던 엔지니어 에밀 누기에와 모리스 코에쉴랭이 처음 에펠탑의 형태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에펠탑에 에펠의 이름이 붙은 것은 합당한 이유가 있다. 에펠은 에펠탑을 짓는 데 들어간 공사비 대부분을 직접 감당했다. 이후 에펠은 에펠탑 수익의 독점권을 인정받아 3년 만에 투자한 공사비 전부를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펠탑의 엘리베이터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발명가 중 한 명인 토마스 에디슨이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높이 324m의 에펠탑은 1930년 미국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이 완공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철거했으면 어쩔 뻔"… 욕먹던 에펠탑, 파리의 랜드마크로

세계 곳곳에 에펠탑의 모조품이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28일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앞두고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에펠탑 조형물. /사진=뉴스1
세계 곳곳에 에펠탑의 모조품이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28일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앞두고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에펠탑 조형물. /사진=뉴스1

당시 파리 시민들은 에펠탑을 흉물로 생각했다. 철골 구조가 건축 재료로 사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라 철골의 느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에펠탑을 싫어했다. 에펠탑이 파리의 경관을 해친다며 해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에펠탑을 싫어한 유명인으로 프랑스의 대문호 기 드 모파상이 꼽힌다. 그는 에펠탑이 낭만의 도시 파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글을 신문에 기고했을 정도로 혐오했다.

하지만 에펠은 이 같은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한동안 에펠탑 3층 구석에 사무실을 마련해 지내기도 했다. 그는 에펠탑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1층 전망대 아래에 프랑스의 과학자와 수학자 등 72명의 이름을 새겼다.

원래 에펠탑은 박람회를 위해 지어졌기 때문에 20년 후 해체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년이 되던 1909년 해체시기가 다가오자 에펠탑이 통신 시설물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해체 위기에서 벗어났다.

프랑스 육군은 지난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중 에펠탑을 군 통신 중계탑으로 활용했다. 이후에는 라디오와 TV 송출용 송신탑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에펠탑은 지난 1942년 프랑스 최초의 TV 방송을 송출했다.

송출탑의 역할로 간신히 살아남은 에펠탑이지만 현재의 위상은 전혀 다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를 점령한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조차 에펠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정도로 세계적 명소가 됐다.

현재 에펠탑은 파리를 찾는 관광객의 필수 관광 코스다. 에펠탑이 파리의 낭만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관광 명소가 된 에펠탑은 일몰 후 정각마다 10분씩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파리의 밤에 낭만을 더한다.

사실 에펠탑은 하나가 아니다. 각국에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에펠탑을 따라 지었다. 미국은 지난 1999년 라스베이거스에 높이 165m의 반쪽짜리 에펠탑을 지었다. 지난 2007년에는 중국 항저우에도 에펠탑이 세워졌다. 파키스탄 라호르에도 또 다른 에펠탑이 있다. 에펠탑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에펠탑은 프랑스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최고의 건축물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