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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일환으로 해초류의 일종인 '잘피'를 앞다퉈 심고 있다. 바닷속 탄소 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잘피는 산림보다 탄소 흡수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잘피 심기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LG화학이다. 지난해 기후테크 스타트업 땡스카본과 함께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잘피 서식지 해양 생태계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1년 동안 잘피 5만주를 심었고 올 하반기 2만주를 추가로 심는다. LG화학은 사업장 인근인 전남 여수 앞바다에 잘피 군락지를 만들고 오는 2026년까지 축구장 14개 크기인 10만㎡까지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사업 1년 만에 여수 앞바다 대경도 인근 잘피 서식지 면적이 약 2만㎡ 확대됐다. 잘피 확대로만 약 6톤의 탄소를 흡수했으며 퇴적층까지 감안할 경우 탄소 고정량은 최대 1000톤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는 분석했다. 자동차 560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LG화학은 잘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하기도 한다. 잘피 심기를 통해 이용자만의 특별한 바다 숲을 만드는 메타버스 공간 '블루 포레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블루 포레스트는 지난해 6월 개설된 후 누적 방문자 수 400만명을 넘길 만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중이다.
신세계도 잘피 심기에 나섰다. 최근 부산시와 '바다 생태숲 조성 실천 협약'을 맺었다. 2026년까지 부산 연안의 생물 다양성 보전 등을 위해 잘피 서식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부산 기장임랑 해역에 1만㎡ 규모 잘피 생육지를 조성하고 관련 효과를 평가할 방침이다.
신세계와 부산시는 협약을 바탕으로 ▲탄소중립, 수산자원 및 생물 다양성 증진 ▲해양생태환경 개선 및 ESG 경영 실천 ▲순환경제 실현 등에도 협력한다. 신세계는 사업에 총 2억원을 지원하고 임직원들과 함께 생물 다양성 보전 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효성그룹은 지난달 전남 완도군,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탄소중립 등 지속 가능한 바다 생태계 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완도군 신지면 동고리 해역을 바다숲 조성사업 대상자로 선정, 1.59㎢ 면적에 잘피를 심고 해양생물 서식공간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다. 효성그룹 임직원들은 업무협약 체결 후인 이달 9일 동고리 어촌 주민 등과 함께 잘피 2000주를 직접 이식했다.
기업들이 잘피 심기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뛰어난 탄소 흡수 능력이 있다. 잘피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공식 인증한 3대 블루카본(해양 탄소 흡수원) 중 하나다. 블루카본은 그린카본(육상 탄소 흡수원)보다 탄소 흡수 속도가 50배 빠르다. 탄소 저장 능력은 5배 이상 높다.
산업계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존 사업의 친환경 전환과 탄소 배출 감소를 주요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 이유로 해양 생태계를 보전하고 탄소 감축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잘피 서식지 복원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