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 업계에선 핀테크 산업 육성 시 금융위원회의 역할을 국토교통부가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규제 산업에서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사진=뉴시스
프롭테크 업계에선 핀테크 산업 육성 시 금융위원회의 역할을 국토교통부가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규제 산업에서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사진=뉴시스

[S리포트] 프롭테크 잘 나갈 때만 도와주고 '나 몰라라' 정책 당국

국토교통부는 2016년 프롭테크(부동산 정보기술) 지원을 위해 종이·인감도장 없이 온라인으로 부동산 계약을 완료할 수 있는 전자계약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제도 도입 6년이 흐른 2022년까지 사용률은 4%를 넘지 못했다. 지난 3년 동안 연평균 약 19억원의 운영비가 들어갔지만 시스템을 알지 못하는 공인중개업 종사자가 수두룩하다.

프롭테크 산업이 성장기에 진입했음에도 해당 규정을 정하는 법률이나 제도가 미비해 부동산 산업의 육성과 선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계는 정책 지원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샌드박스 도입한 금융위… 국토부 정책 어디까지 왔나

프롭테크 활성화를 위해 국토부가 도입한 제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2021년 7월 국토부는 '국토교통 규제개혁 추진체계 혁신방안'에 프롭테크 등 부동산신산업 육성을 포함했다. 리츠(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를 위한 진입·영업 규제 완화와 프롭테크, 공간정보 산업 등 부동산 신산업을 위한 공공 데이터 공개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2022년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스타트업과의 '커피챗(chat)' 행사에서 '1인 창조기업 육성법'의 지원 대상에 부동산업을 포함하겠다고 선언한 뒤로 2년이 지나도 프롭테크 발전을 위한 정책 발표는 없었다.

지난 9일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산업계와 간담회를 열어 업계 건의 사항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업계가 원하는 수준의 공공 데이터 공개 확대와 규제 개선을 비롯한 정부의 지원 방식 다각화를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며 산업 활성화를 꾀했다./사진=임한별 머니S 기자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며 산업 활성화를 꾀했다./사진=임한별 머니S 기자

이 같은 국토부의 행보는 핀테크(금융 정보기술) 육성정책을 시행한 금융위원회보다 한발 늦었다는 평가다. 2015년부터 핀테크 육성에 나선 금융위는 2022년까지 4차례에 걸쳐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하는 등 산업 활성화를 위한 시도들을 했다.

2018년 한국핀테크지원센터를 설립했고 다음 해에 '금융혁신지원 특별법'('금융혁신법')이 제정됐다. 1조원 규모의 핀테크혁신펀드를 조성해 규제 개선과 핀테크 기업의 시장 진입을 도왔다.


샌드박스 등을 통해 핀테크 스타트업의 발굴과 기존 금융회사의 수용에도 적극 나섰다. 샌드박스란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조건(기간·장소·규모 제한) 하에서 먼저 출시해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를 계기로 산업 저변이 확대된 핀테크는 2019년 345개 기업에서 2021년 553개로 늘어 몸집을 불렸다. 같은 기간 관련 산업의 종사자 수는 1만2092명에서 2만317명으로 확대됐다.

업계에선 프롭테크 업체의 활성화를 위해 국토부의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된다. 프롭테크 산업이 활성화되면 기존 부동산 산업의 맹점으로 지적된 불투명성과 비효율 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음에도 정책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산성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 혁신 지원을 위한 법적 기반이 미비함에 따라 규제 배제 등을 위한 법적 지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자금 마련을 통해 혁신기업을 발굴하는 등의 방법으로 성장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계 종사자들은 과도한 규제 도입 시 업황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에 정책 마련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일부 업계 종사자들은 과도한 규제 도입 시 업황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에 정책 마련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규제 경계해야"… 혼란의 프롭테크

일각에선 너무 많은 규제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정책 결정에 따라 신규 시장이 창출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정부 규제가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프롭테크 시장은 2008년 법무부가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MLS(Multiple Listing Service)라는 정보 독점을 금지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MLS는 지역 특화 부동산 정보제공업체로 이들이 보유한 정보에 자유로운 접근이 허용되면서 데이터 구축은 물론 다양한 플랫폼이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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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욕, 댈러스,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등 일부 도시에선 단기임대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단기임대가 늘면 장기임대주택 감소와 임대료 상승, 주거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예컨대 뉴욕주는 지난해 9월부터 주택을 30일 이내 임대하는 경우 임대인 계좌 정보와 임대수익 등을 신고하도록 했다. 이에 에어비앤비와 부킹닷컴 등의 공유숙박 플랫폼이 큰 타격을 입었다.

한국프롭테크포럼 관계자는 "부동산업은 규제 산업일 수밖에 없지만 프롭테크 기술이 소비자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할 때는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반면 임대료 상승과 같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점만 부각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성장과 사회 요구의 방향성을 일치시키거나 규제가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