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김금보 기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김금보 기자

법원이 SK서린사옥을 무단 점유해온 아트센터 나비에 사무실을 비우고 그동안 밀린 임대료 등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21일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에서 "아트센터 나비는 사무실을 비우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SK이노베이션이 제출한 임대차 계약서 등을 종합해 볼 때 임대차 계약은 2019년 9월로 종료된 것이 인정된다"면서 "아트센터 나비는 전대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거나 권리남용이나 배임행위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어 이혼소송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특수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원고와 피고의 전대차 계약이 정해진 날짜에 따라 적법하게 해지됐으므로 피고는 전대차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며 아트센터 나비가 SK이노베이션에 무단점유 공간인 560.3㎡를 인도하고 10억456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2000년 12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4층에 개관한 국내 최초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서린빌딩을 관리하는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3월 서린빌딩 건물 전체 리모델링 등을 이유로 아트센터 나비측에 임대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계약 조건에 따라 6개월 뒤인 2019년 9월 임대차 계약이 최종 해지됐다.

SK이노베이션은 계약 해지 이후 내용증명을 보내 퇴거를 요청했으나 아트센터 나비는 4년 넘게 사무실을 비우지 않고 무단 점유해왔다. 이에 SK이노베이션 지난해 4월 부동산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노 관장측은 "아트센터 나비는 고(故) 박계희 여사가 설립해 운영했던 워커힐 미술관을 승계해 SK그룹 기업문화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부동산 명도소송이 아니라 최태원 SK 회장과 노 관장과의의 재산분할 소송으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유 없다"며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다.

실제로 워커힐 미술관은 동양 미술 및 한국 전통문화의 발전과 작가 양성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데 비해 아트센터 나비는 설립 시점부터 디지털아트 전문기관을 표방해 한 만큼 설립 취지와 목적이 다르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고 박계희 여사의 딸인 최기원 이사장이 운영하는 우란문화재단이 워커힐 미술관의 소장품을 소장 및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워커힐 미술관을 승계한 것은 우란문화재단이라는 것이 SK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노 관장측은 명도소송에서 패소하면 직원 고용 유지와 미술관 운영 등에 재정적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아트센터 나비에는 100억여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과 서울 경복궁 인근에 단독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무실 운영에 어려움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측은 "이번 판결은 아트센터 나비가 지난 수년간 미술관 고유의 전시활동이 별로 없었던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트센터 나비는 이미 다른 곳에 전시 공간을 보유하고 있고, 12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의 여유도 가지고 있어 이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