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된 아이가 머리에 피를 흘려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다녔으나 모두 진료 거부를 당해 결국 마취 전문의 없는 한 병원에서 마취 없이 3바늘을 꿰맸다. 사진은 대구 한 병원을 찾은 모자의 모습으로 기사와 무관함. /사진=뉴스1
30개월된 아이가 머리에 피를 흘려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다녔으나 모두 진료 거부를 당해 결국 마취 전문의 없는 한 병원에서 마취 없이 3바늘을 꿰맸다. 사진은 대구 한 병원을 찾은 모자의 모습으로 기사와 무관함. /사진=뉴스1

30개월 아이를 둔 한 아버지가 응급실 '뺑뺑이'를 겪다가 마취 없이 머리에 3바늘을 꿰맨 사연이 뒤늦게 전해졌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료대란이 남의 일인 줄 알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아이가 머리에 피를 흘려 병원으로 향했으나 계속 진료를 거부당한 탓이다. 결국 해당 아동은 마취과 전문의가 없는 곳에서 마취 없이 3바늘을 꿰맸다.


아이는 지난달 29일 집 소파에서 놀다가 떨어져 머리에 피가 맺혔다. 금방 딱지가 생겨 당일 응급실로 향하진 않았다.

다음날 아침 아이의 아빠는 뇌진탕 증세가 없는지 등을 살피기 위해 한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딱지가 있어도 다시 벌어질 수 있으니 한 바늘 정도는 봉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유아 봉합 수술은 상위 병원에서 가능해 진료의뢰서를 들고 세브란스 응급실에 접수했다.

걸음을 옮긴 아빠는 응급실로부터 진료 거부 통보를 받았다. 응급실 측은 "여기서 봉합 못하니까 다른 병원 알아봐야 한다"며 몇몇 병원을 소개해 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병원에서도 모두 수술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아빠는 "응급실 대부분이 직접 통화 연결이 안 돼서 발품 팔며 직접 찾아다닐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덜컥 겁이 나기 시작한 아빠는 근처 대학병원부터 일반 병원까지 응급실 있는 모든 곳에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덜덜 떨리던 그의 손 수화기 너머로는 "응급환자는 전화 없이 찾아오면 된다"는 안내 음성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옆에 있던 외국인 아내는 울기 시작했다. 그는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에 오지 않았다. 한국 의료 시스템이 원래 이랬냐"며 이성을 잃어갔다.

그러던 중 한 의원급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들려왔다. 희망을 갖고 병원에 들렀던 부부 내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막상 도착해보니 마취과 전문의가 없어 수술이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병원 측은 "마취하지 않고 가능하긴 하다. 아이가 힘들어해도 참을 수만 있다면 수술 진행하겠다"며 "잘 고민해보고 1시간 안에 돌아오면 진료를 보겠다"고 전했다.

최후의 보루를 얻은 아빠는 다시 한번 연락을 돌렸으나 끝내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했다. 결국 30개월 아이는 마취 없이 머리에 3바늘을 꿰맸다.

현재 아이는 언제 아팠냐는 듯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 아빠의 설명이다. 그는 "말로만 듣던 의료대란이 내게 벌어질 줄 몰랐다"며 "'정말 심각한 상황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이어 "아이들은 특히 의료 공백에 더 취약하니까 모두 조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