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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내 대표 게임사 엔씨소프트(엔씨)가 주가 하락, 실적 부진으로 고심이 깊었지만 박병무 대표의 등장으로 부활하고 있다. 게임업계 산증인 '김택진 창업주' 그늘 아래 성공 가도를 달려온 엔씨는 창사 이래 유례 없는 위기 속에서 표류했다. 구조조정 전문가 박병무 대표는 BM(병무)으로 불리며 엔씨의 강도 높은 쇄신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병무 대표는 지난 3월28일 경기 성남시 엔씨소프트 사옥에서 진행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됐다. 당시 박 대표는 회사의 주가 하락과 성과가 부족했다고 인정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약속했다. 박 대표의 등장은 엔씨로서는 큰 도전이었다. 창사 이래 27년 동안 김택진 대표 단독체제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김 대표의 아내인 윤송이 최고전략책임자(CSO·사장)와 친동생인 김택헌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부사장)까지 자리에서 물러나며 가족경영 기조까지 포기했다.
김택진 대표의 고등학교 선배이자 서울대학교 동문인 그는 오너의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엔씨의 환골탈태를 이끌고 있다. 그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시작으로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구)로커스홀딩스)대표, TPG Asia(뉴 브리지 캐피탈) 한국 대표 및 파트너, 하나로텔레콤 대표, VIG파트너스 대표를 역임한 법률가이다.
기업 M&A 전문가로도 명성을 떨쳤다. 박 대표는 2006년 3월 하나로텔레콤을 맡은 후 2년 만에 하나로텔레콤을 SK텔레콤에 매각한 바 있다. 2007년부터 엔씨소프트의 사외이사로 참여했으며 2013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돼 경영 자문까지 했다.
절체절명의 김 대표에겐 박병무 카드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개발자 역할로 물러난 김 대표를 대신해 박 대표는 전공 분야인 구조조정에 온 힘을 쏟았다.
엔씨는 회사 규모에 비해 인적구조가 비대하고 조직이 복잡하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박 대표는 지난 5월 40대 이상의 저성과자, 비개발 직군을 중심으로 한 달간 권고사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고정비성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권고사직을 단행한 것이다.
이어 올해 6월 이사회에서 엔씨큐에이(QA)·엔씨아이디에스(IDS) 등 서비스 사업 부문과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을 맡는 2개의 분사 법인 출범을 결의해 지난 2일 정식 출범했다. 반발하는 직원들에겐 회사가 3년 내 폐업할 경우 복귀를 보장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개발 문화 역시 완전히 바꿨다. 본사 아래 IP를 분리해 스튜디오 체제로 재편했다. TL(쓰론 앤 리버티), LLL, TACTAN(택탄), AI서비스연구 사업부문을 각 분할해 신설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2012년 이후 12년 만에 희망퇴직도 시행한다. 엔씨는 근속 기간에 따라 최소 20개월에서 최대 30개월까지 희망퇴직 위로금을 지급한다.
3년 이상만 근무해도 24개월 위로금을 받는다. 개발자의 높은 처우를 고려하면 평균 3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게임업계에선 이번 희망퇴직 위로금 규모를 두고 유례가 없는 최대 규모라고 본다. 경영 사정이 좋지 않지만 미래를 위한 진통이라고 생각해 박병무 대표가 과감하게 결단했다는 평가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박병무 대표가 구조조정 전문가로서 엔씨의 많은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김택진 대표도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만큼 엔씨가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