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가 다음달 23일 개최된다. /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가 다음달 23일 개최된다. /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가 다음달 23일로 확정되면서 표대결 승리를 위한 양측의 물밑 경쟁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MBK파트너스·영풍이 고려아연의 추가 지분을 확보하며 유리한 상황을 점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지분을 늘리면서 본격적인 추격에 나서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4일까지 총 7차례에 걸쳐 6만6623주를 장내 매수해 고려아연 지분을 0.32% 추가 확보했다. 이번 지분 매입엔 유미개발, 영풍정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최 회장 측으로 분류되는 회사다.


최 회장 측 지분은 기존 17.18%에서 17.5%로 확대됐다. MBK·영풍 연합의 지분율은 현재 39.83%이다. 임시주총에서 권리 행사가 가능한 주주를 확정 짓는 주주명부 폐쇄일이 오늘 20일로 예정된 만큼 남은 2주 동안 양측 모두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한 장내매입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월23일 열릴 고려아연 임시 주총은 경영권 향방을 결정지을 분기점이다. MBK와 영풍은 임시 주총 안건으로 신규 사외이사 12명 및 기타비상무이사 2명의 선임과 집행 임원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는 13명으로 이 중 12명이 최 회장 측 인사다.

고려아연 정관에는 이사 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MBK와 영풍이 신규 이사를 12명 이상 선임하면 기존 이사인 장형진 영풍 고문과 함께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


MBK·영풍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장내미입으로 지분율을 끌어올린 이후 고려아연 측에 먼저 임시 주총 소집을 요청했다. 현재의 지분율로도 표대결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최 회장 측의 지분율은 베인캐피털, 한화 등 우군을 합하면 33~34%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MBK와 영풍 연합에 5~6%정도 뒤쳐져 있지만 양측 모두 과반을 점유하지 못한 만큼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결국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을 얼마나 우군으로 끌어들이으냐가 이번 표대결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번 임시 주총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고려아연의 지분율은 9월 말 기준 7.83%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일부 주식을 매각해 지분율이 5%대로 줄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이 수준의 지분율로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엔 충분할 것이란 관측이다.

기타 소액주주들의 표심도 무시할 수 없다. 기타 소액주주들이 가진 지분은 4~5%정도로 추정된다. 고려아연과 MBK·영풍 모두 남은 기간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을 마련해 기관투자자와 주주들 설득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MBK 측은 최근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비상계엄 사태로 이를 연기했다. 하지만 조만간 다시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도 임시 주총에 앞서 최 회장이나 박기덕 사장 등이 주주들의 결집과 지지를 호소하는 자리를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어느 한 쪽의 압도적인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얼마나 많은 표심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남은 기간 기관투자자와 주주를 대상으로 양측의 여론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