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주축으로 한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정부가 올해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주축으로 한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고금리 여파로 수년째 지속돼온 건설부동산시장 불황이 2024년에 정점을 찍었다. 내년에는 이 같은 혼란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나온다.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속에 대출 규제는 오히려 강화됐다. 가계 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당국의 조치다. 이에 서민·중산층의 '내 집 마련'은 혼돈으로 치달았다. 대형 건설업체도 턱밑까지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하반기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카드를 내세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섰지만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 불확실성이 변수로 등장했다. 정책 추진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머니S는 2024년 건설부동산시장 10대 뉴스를 선정해 지난 1년을 돌아봤다.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정비사업 규제완화(1·10 공급대책)

정부는 새해 벽두인 1월10일 새로운 주택 공급대책을 내놨다. 핵심 내용은 입주 30년 이상 된 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착수할 수 있도록 해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양한 주택 공급을 위해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에 적용되는 건축·입지 규제도 완화했다. 소형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도 담아냈다.


건설산업 활력 회복을 위한 공적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보증 확대와 관련 정책도 포함됐다. 다만 종합대책 성격이 강해 실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들은 국회 논의와 시행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의 경우 지난 11월14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법안 공포 이후 6개월 뒤 시행됨에 따라 2025년 6월부터 준공 30년이 지난 아파트들은 안전진단 절차가 없어도 재건축 착수가 가능하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절차의 첫 관문이다. D등급(A~E) 이하는 재건축이 불가했다. 앞으로 안전진단(법 시행 후 재건축진단)은 사업시행계획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된다. 법 개정 이후 평균 10~13년가량 걸리던 재건축 사업기간은 2~3년 단축될 전망이다.

수도권 그린벨트 풀어 공급 늘린다(8.8 공급대책)

정부의 두 번째 공급대책은 8월8일 발표됐다. 주요 내용은 ▲서울과 인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8만가구 이상 공급 ▲재개발·재건축 특례법(가칭) 제정을 통한 정비사업 단계 축소 및 재건축 부담금 폐지 ▲빌라 등 비아파트 구입자 청약 시 무주택 인정 범위 확대 등이다.

서울과 인근 그린벨트를 활용해 2025년까지 총 8만가구를 공급하고 기존에 추진 중인 3기 신도시와 수도권 택지 등에서 2만가구 이상을 추가 확대하는 내용이다.

기본계획과 정비계획 동시 처리 허용 등의 사업 절차를 간소화하는 정비사업 특례법 제정을 통해 2029년까지 13만가구를 조기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주택 공급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비아파트 무제한 매입과 전용면적 85㎡ 이하, 수도권 5억원·지방 3억원 이하의 비아파트 구입자는 청약 시 무주택을 인정받을 수 있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냈다. 서울 서초구 원지동 일대 그린벨트/ 사진=뉴스1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냈다. 서울 서초구 원지동 일대 그린벨트/ 사진=뉴스1

8·8 공급대책의 후속조치로 11월5일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수도권 신규택지 5만가구 계획도 발표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보금자리주택지구 공급 계획을 진행한 2012년 이후 약 12년 만이다.

주요 위치는 ▲서울 서초구 일대 서리풀지구(2만가구) ▲경기 고양대곡 역세권(9000가구) ▲경기 의왕 오전왕곡(1만4000가구) ▲경기 의정부 용현(7000가구) 등이다.

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 연 GTX-A

지난 3월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A 일부 구간 수서-동탄 노선이 개통됐다. 수도권 직장인의 서울 출·퇴근 30분 시대를 열었다.

해당 구간은 개통 후 한 달 동안 이용객이 기대치의 3분의 1 수준인 7000~8000명(일평균)에 그쳤지만 버스 등 연계 노선이 추가되며 약 8개월 만인 11월 들어 1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28일 '서울역-연신내-대곡-킨텍스-운정중앙' 등 5곳에 정차하는 GTX-A 2단계 노선도 뚫렸다. 기존 대중교통 환승을 통해 최대 90분가량 소요되던 이동 시간이 22분 내로 대폭 단축됐다. 경기·인천에 거주하며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의 이동 편의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가계부채 증가에 전방위 대출 규제

주택 거래 증가와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겹쳐 지난 7~8월 가계대출 규모는 월 5조~10조원 수준의 역대급 폭증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의 전방위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기폭제가 됐다.

금융위원회는 9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적용을 발표했다.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 1.5% 수준)를 통해 대출 한도 축소를 유도하고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사실상 주택 수, 갭투자 등에 따른 가수요를 차단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해 전방위 대출 규제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의 대출 안내문. /사진=뉴스1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해 전방위 대출 규제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의 대출 안내문. /사진=뉴스1

정부 정책자금 대출인 디딤돌대출에 대한 방 공제(소액임차보증금 공제) 적용으로 서민·중산층의 실수요 대출마저 한도가 수천만원가량 축소됐다. 실수요자도 대출 규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연소득 2억 이하 맞벌이 '신생아 특례대출' 수혜

디딤돌·버팀목 등 신생아 특례대출 지원은 확대됐다. 대출 대상은 연소득 2억원 이하 맞벌이 부부로 늘렸다. 국토교통부는 특례대출의 소득 기준이 결혼 페널티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부부 중 한 명의 소득은 연 1억3000만원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육아휴직 등 일시적인 외벌이 상황은 서류 증빙이 필요하다. 구입자금 대출은 소득과 만기에 따라 3.30%~4.30%, 전세자금 대출은 소득과 보증금 수준에 따라 3.05%~4.10%의 기본 금리로 제공된다.

디딤돌(구입자금) 대출의 경우 연소득 1억5000만원 이하 맞벌이 부부는 10년 만기 3.3%에서 30년 만기 3.6%까지, 2억원 이하 부부는 10년 만기 4.0%에서 30년 만기 4.3%까지 특례 금리가 적용된다.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연소득 1억5000만원 이하 맞벌이 부부는 보증금 5000만원 이하 3.05%에서 1억5000만원 초과 3.35%, 2억원 이하 맞벌이는 동일 보증금 기준 3.8%에서 4.1%까지다.

청약통장 납입기간(0.3~0.5%) 추가 출산(0.2%) 등 자녀 수에 따라 구입자금 기준 최대 1.3%포인트까지 우대금리 혜택도 받는다.

10만→ 25만원… 청약통장 납입금 41년 만에 올렸다

지난 11월부터 청약통장의 월 납입 인정액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됐다. 월 납입 인정액이 늘어난 것은 1983년 이후 41년 만이다.

청약제도 운영에도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미성년 납입 인정기간 2년→ 5년 ▲최고 금리 2.8%→ 3.1% ▲기존 통장→ 주택청약종합저축 전환 허용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신설 ▲당첨자 선정 시 통장 가입기간 우대 등이다.

여기에 ▲소득공제 한도 240만→ 300만원 상향 등 다양한 조건들의 개편 내용을 고려해 청약통장에 대한 신규 가입이나 유지·해지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필요성이 생겼다.
불황 장기화에 신음하고 있는 건설업계가 자산을 팔고 자발적 상장폐지에 나서는 등 유동성 위기 극복에 힘쓰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사진=뉴스1
불황 장기화에 신음하고 있는 건설업계가 자산을 팔고 자발적 상장폐지에 나서는 등 유동성 위기 극복에 힘쓰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사진=뉴스1

유동성 위기에 발목 잡힌 신세계·태영건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으로 몸집을 키워온 신세계건설과 태영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자발적 상장폐지와 주식거래 정지 사태를 맞았다.

이마트는 자회사 신세계건설의 상장폐지를 위해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진행키로 했다. 신세계건설은 내년 1분기(1~3월) 상장폐지 될 전망이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 주식을 받고 주주들에게 주당 1만8300원을 교부하기 위해 9월30일부터 10월29일까지 공개매수 가격과 동일하게 교환가액을 산정했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은 내년 2월4일 완료된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 끝나면 신세계건설은 이마트의 100% 자회사가 된다. 이마트는 주식의 포괄적 교환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신세계건설의 상장폐지를 진행할 예정이다.

태영건설은 연결재무제표 2023년 말 기준 자본 총계가 -5626억원으로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 3월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태영건설의 자본잠식은 PF 사업장들의 예상 결손과 추가 손실 충당 반영 등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에 상장폐지 사유 해소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단에 기업개선 계획서를 제출했고 2025년 4월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 회사는 서울 여의도 사옥을 비롯해 골프장과 사업부지 지분 등 보유 자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

올해 무담보 채권자의 출자전환과 지주사의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추가 자본을 확충했다. 올 상반기(1~6월) 기준 자산·부채 총계는 각각 2조7556억원, 2조3508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총계는 4048억원을 기록해 반년여 만에 자본잠식에서 탈출했다. 지난 3월 주식거래가 정지된 지 약 7개월 만인 10월31일 거래를 재개해 숨통이 트였다.

HUG 전세보증 사고 4.2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생긴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사고액이 올 들어 11월까지 4조2587억원 기록해 연간 최고치 경신이 임박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조9656억원) 대비 7.4% 증가한 액수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보증 사고액은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4조3347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월별 보증사고 액수는 지난 7월(4227억원) 이후 줄었다.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 요청을 받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반환을 완료한 대위변제액은 3조6500억원이다. HUG 대위변제액은 ▲2021년 5041억원 ▲2022년 9241억원 ▲2023년 3조5544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올해 연간 대위변제액은 4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에 속도가 붙으며 프로젝트 추진이 본궤도에 올랐다. 사진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부지 전경. /사진=뉴스1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에 속도가 붙으며 프로젝트 추진이 본궤도에 올랐다. 사진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부지 전경. /사진=뉴스1

PF위기 뚫어라… 자기자본비율 5%→ 20%

정부는 5월12일과 11월14일 두 차례에 걸쳐 관계부처 합동으로 PF 구조조정 방안과 구조재편 계획을 발표했다.

5월에 발표한 PF 구조조정 방안은 '질서 있는 연착륙'을 목표로 한다. 주요 실행 계획은 평가기준 개선을 통해 정상 사업장은 자금 공급을 강화하고 사업성 부족 사업장은 재구조화와 경·공매 처리 하는 등의 옥석가리기를 유도한다.

이를 통해 금융과 건설업체 부실 가능성을 사전 차단할 계획이다. 11월 발표한 PF 구조재편 방안은 사업 초기의 자기자본비율을 현재 5% 수준에서 20~40%로 상향해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용산 한복판에 '100층 랜드마크' 우뚝 선다

서울시가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손잡고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에 속도를 냈다.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로 좌초했던 대형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올랐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최근 49만5000㎡ 규모의 용산정비창 일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해 개발계획을 고시했다. 시는 건축물 용도와 밀도 규제가 없는 화이트존 '도시혁신구역'을 지정해 고밀복합개발을 유도했다. 이곳에는 최고 100층짜리 고층 빌딩이 들어서게 된다.

공연장, 전시관, 도서관 등을 연계한 복합문화공간과 야외공연장(최대 1만석)이 조성된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조성 등을 통해 2050년까지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미래도시 모델인 에너지자립도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노들섬, 노량진을 연결하는 보행교도 설치한다.

내년 말 도로, 공원 등 부지 조성 공사의 착공을 시작으로 2028년부터 민간 공사가 진행돼 빠르면 2030년 기업과 주민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