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 추락 사고를 계기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높은 항공기 가동률과 정비 환경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그래픽은 2019년부터 국내 주요 LCC의 월평균 항공기 가동시간을 나타낸 그래프. /그래픽=김성아 기자
29일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 추락 사고를 계기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높은 항공기 가동률과 정비 환경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그래픽은 2019년부터 국내 주요 LCC의 월평균 항공기 가동시간을 나타낸 그래프. /그래픽=김성아 기자

지난 29일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 추락 사고를 계기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높은 항공기 가동률과 정비 환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적 개선을 위해 가동률을 극대화했지만 기체 노후화와 안전 관리 체계 부족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운영 방식을 재검토하고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30일 각 항공사들의 3분기 사업보고서에 게재된 여객기 월평균 가동시간을 살펴보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355시간과 335시간을 기록했다.


LCC는 ▲제주항공 418시간 ▲티웨이항공 386시간 ▲진에어 371시간 ▲에어부산 340시간 등으로 대형항공사 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LCC 4사의 월평균 항공기 가동시간은 379시간으로 대형항공사 2사의 평균인 345시간보다 10%가량 높았다.

항공기 월평균 가동시간은 항공기가 수익을 위해 비행한 총시간을 보유 항공기 대수로 나눈 값이다. 항공기 1대당 월평균 가동시간은 숫자가 높을수록 항공기와 노선 운용 효율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동일한 기종을 보유하고 있다면 유사한 고정 비용을 투입하면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린 셈이다.

통상 중·단거리 노선에 특화된 LCC의 경우 대형항공사 보다 가동시간이 짧은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 LCC 1위인 제주항공은 올 3분기 노선별 매출 비중에서 비교적 비행시간이 짧은 동남아(33.1%)와 일본(30.2%)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2위 LCC인 티웨이항공도 동남아 노선이 매출 1위(34.2%)다.


단거리 노선은 승객 탑승 대기, 이착륙 준비, 정비 등의 과정으로 항공기의 지상 대기 시간이 많아 가동시간이 장거리 노선보다 짧은 경향이 있다. 단거리 국제노선과 중·단거리 소형기체만을 보유한 국내 LCC의 높은 가동시간은 그만큼 빡빡한 운항 일정이 편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제주항공의 항공기 1대 당 월평균 가동시간은 대형항공사와 LCC를 통틀어 가장 길었다. 한 달에 400시간 넘게 항공기를 운용하는 곳은 제주항공이 유일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4년 3분기: 418시간 ▲2023년: 412시간 ▲2022년: 208시간이다. 제주항공은 더 많은 시간 '유상 운송'에 나서면서 여객기 1대 당 매출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셈이다.

실적은 끌어올릴 수 있지만 높은 가동시간은 동시에 기체 피로를 가중시켜 노후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현재 제주항공이 보유한 41대 항공기의 평균 '기령'(항공기 나이)은 14.4년으로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티웨이항공(38대, 13.0년), 진에어(31대, 12.7년)와 비교했을 때 10% 이상 높은 수치로 기체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사고 위험성을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운영 효율성과 안전성의 균형 확보해야"

항공기 결함(랜딩 기어 이상)이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 추락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면서 LCC에 대한 안전 우려가 확산하는 모양새다.사진은 30일 김포공항에 항공기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머니S(임한별 기자)
항공기 결함(랜딩 기어 이상)이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 추락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면서 LCC에 대한 안전 우려가 확산하는 모양새다.사진은 30일 김포공항에 항공기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머니S(임한별 기자)

이처럼 국내 LCC들은 쉴 새 없이 뜨고 내리며 항공기 가동시간을 늘려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여행 수요에 대응하고 있었다. 이번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 추락 사고를 계기로 국내 LCC의 높은 항공기 가동률과 정비 환경이 주목된다. 특히 항공기 결함(랜딩 기어 이상)이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면서 LCC에 대한 안전 우려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제주항공의 불행한 사고가 LCC와 여행업계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주원인은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추정되지만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LCC 항공기 노후화와 정비 부족 등과 엮여 소비자들은 이 같이 쉼 없이 운항하는 항공기 탑승에 대해 안전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항공업계는 보유 기재를 최대한 활용했을 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떨쳐내기 어렵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무서워서 LCC는 못타겠다" " 값을 더 지불하더라도 대형항공사 비행기로 바꿔야겠다"는 등 'LCC 포비아'를 호소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항공 착륙 사고 이후 11년 만에 국내 항공사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항공사의 운영 효율성과 안전성 간 균형을 확보하지 못하면 유사한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중·단거리 노선 위주인 LCC의 높은 운항률은 그만큼 수익성에 치중한 경영 전략을 펼친 것을 방증한다"며 "가동률이 높아지는 만큼 기체 이상이나 고장에 신속히 대처할 정비 문제를 더욱 철저히 하고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