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부산 가덕도신공항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참사 유가족 모습. /사진=뉴스1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부산 가덕도신공항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참사 유가족 모습. /사진=뉴스1

지난 29일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179명이 사망하고 여객기 꼬리 부분에 있던 2명의 승무원이 구조됐다. 남성 승무원은 의료진으로부터 기억 상실 진단을 받았다.

이번 참사는 사고 여객기 기종인 'B737-800'의 랜딩기어 고장 외에도 짧은 활주로 길이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인식 부족 등으로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착공해 2007년 개항했다. 당시 광주공항 국제선과 목포공항 국내선을 대체한다는 명목이었다. 건립 당시부터 지역 갈등이 벌어졌고 광주·목포 공항이 그대로 기능하면서 무안국제공항 역할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무안국제공항은 개항 당시 연간 992만명의 방문객을 목표로 했으나 지난해 이용객은 24만6000명에 그쳤다. 활주로는 한 개뿐이며 길이 2800m, 너비는 45m다. 이마저도 참사가 발생한 날에는 활주로 연장 공사로 300m가량 사용할 수 없었다.

활주로는 비행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돕는 시설이다. 대형 항공기 유입이 많은 국제공항 대부분은 활주로 길이가 3㎞를 넘는다. 국내 주요 국제공항인 인천국제공항(3.75㎞), 김포국제공항(3.6㎞), 김해국제공항(3.2㎞), 제주국제공항(3.2㎞) 등도 활주로 길이가 비교적 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활주로 길이와 폭도 중요하지만, 비상시 착륙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안공항의 활주로는 국내 주요 국제공항에 비해 길이가 짧은 편이다. /사진=뉴시스
무안공항의 활주로는 국내 주요 국제공항에 비해 길이가 짧은 편이다. /사진=뉴시스

제주항공 여객기 랜딩기어의 주요 고장 원인으로 꼽히는 조류 충돌에 대한 안일한 인식도 문제를 키웠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달 8월 말까지 무안공항에선 모두 10건의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 중 발생률이 가장 높다.

무안국제공항은 113.34㎢ 규모의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과 가깝다. 이 지역은 서해안 철새 도래지다. 무안국제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당시에는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조류 충돌 위험성이 크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2029년 12월 개항 목표' 부산 가덕도 신공항도 철새도래지 인근

무안국제공항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2029년 12월 개항이 목표인 부산 가덕도 신공항이 재조명받고 있다. 2021년 2월25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시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1일 앞두고 가덕도에 방문해 신공항 추진을 공식화했다.

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가덕도 일대 666만9000㎡에 공항시설·항만 외곽시설·교량 등을 짓는 등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라는 별칭이 붙었다. 추산 사업비는 약 10조5300억원으로 공공공사 발주 중 단일 공사로는 최대다. 여객 터미널과 접근 철도·도로 등을 포함한 가덕도 신공항 총사업비는 약 15조4000억원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이 공식화된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이 공식화된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이곳 역시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에서 7㎞ 정도만 떨어져 있다. 신공항 부지는 철새들의 이동 경로이기도 하다. 맹금류를 포함해 두루미, 까마귀, 갈매기류 등 월동을 준비하는 새들의 동선이 비행기 이착륙과 대부분 겹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8월 공개된 가덕도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신공항 계획지구 주변으로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를 포함해 대규모 철새 개체군이 도래하는 조류 서식지가 인접해 있다"고 명시돼 있다. "뿔논병아리 무리와 항공기 간 직접적인 충돌이 예상된다"며 "가마우지류와 맹금류 역시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 바로 옆에 위치한 김해공항도 조류 충돌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환경단체 습지와새들의친구, 부산환경운동연합은 "가덕도 신공항이 운영될 경우 김해공항보다 더 많은 조류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공사는 육지·바다를 걸쳐 짓고 공사 기간이 짧아 앞서 네 차례 유찰된 바 있다. /사진=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가덕도 신공항 부지공사는 육지·바다를 걸쳐 짓고 공사 기간이 짧아 앞서 네 차례 유찰된 바 있다. /사진=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