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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기대감이 커진다. 석유·가스 시추로 국제유가가 안정화되면 수요가 늘면서 정제마진이 반등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열린 취임식에서 "우리는 석유를 마음껏 시추할 것"이라며 "우리는 다른 어떤 제조업 국가도 가지지 못한 많은 양의 석유와 가스를 갖고 있기에 이를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줄곧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를 외쳐왔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값싼 화석연료로의 귀환을 공식화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미국발 석유·가스 생산량이 확대되면서 수요 증가에 따른 정제마진 확대와 이로 인한 정유사 손익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에 대한 긍정적인 예상도 나온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가 14일 발표한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브렌트유 기준 국제유가 가격은 올해 배럴당 평균 74달러에서 내년 66달러로 하락할 전망이다.
정유업계는 낮은 가격으로 원유를 도입하게 돼 운전 비용을 줄이고 낮아진 유가가 수요 진작을 견인할 것이란 예상이다.
정유업계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은 현재 5달러 안팎에서 횡보하고 있다. 통상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선으로 알려졌다.
정제마진이 개선되면 국내 대표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에쓰오일(S-Oil) 등 주요 기업들에 수혜가 예상된다.
국내 유가 안정화도 기대할 수 있다. 석유 시추 확대에 따른 원유 공급량 증가는 국제유가를 안정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은 원유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만큼 국제유가가 안정화되면 국내 유가 역시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석유·가스 시추 등 화석연료 패권 강조는 한국에는 기회 요인"이라고 말했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 2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임 정부의 에너지 및 환경 정책을 철회, 화석연료 중심의 성장 전략을 다시 부활시키는 행정명령을 신속히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에너지 산업 성장을 우선시 하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