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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선업계가 '슈퍼사이클'을 만나 불황을 모르는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저성장 고착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고 가운데 전선업계는 글로벌 전력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올해도 최대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전선기업은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LS전선은 지난해 연간 매출 6조7660억원, 영업이익 2747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환율 급등에 따른 환파생 손실 등 영업외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줄었음에도 연간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8.2%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매출액 역시 전년대비 8.8% 늘었다.
대한전선도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2820억원, 영업이익 1146억원, 당기순이익 73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15.4%, 영업이익은 43.6% 각각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1.6% 늘었다.
대한전선의 연간 매출이 3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영업이익도 2007년 이후 처음으로 1100억원을 초과하며 역대급 성과를 거뒀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실적은 대한전선의 본업인 케이블 앤 솔루션 사업으로만 거둔 사실상 사상 최대 실적"이라며 "2010년 전후 건설·통신 등 다수의 비 주력 계열사를 보유했던 대한전선은 현재 케이블 관련 사업에 집중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선업계의 실적 호조는 인공지능(AI) 발전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가 크게 늘고 노후 전력장비 등 인프라 교체 수요가 급증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지난해 북미,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성과를 거뒀다. LS전선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5조7073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전년같은기간 대비 30.6%나 늘어난 것이다.
대한전선도 지난해 3조7000억원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2023년 1조8000억대비 두 배 이상의 성과를 달성했다. 연말 기준 수주 잔고는 2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3% 증가했다.
전망은 더 좋다.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전선업계의 향후 실적도 한동안 탄탄대로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2022년기준 460TWh에서 2026년에는 1050TWh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미지역에서의 성장이 기대된다.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미국 내 전력 수요 성장률이 2023년 2.6%에서 2028년 4.7%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전력 수요 성장률이 2~3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로운 송전망 계획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는 노후 전력 인프라 교체와 AI 및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따라 미국 내에서만 전력 수요가 2024년 8TWh에서 2030년 652TWh로 8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글로벌 현지 법인과 지사를 활용한 신규 시장 개척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