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롯데쇼핑, 신세계, 롯데하이마트 등 유통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 통상임금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것이 실적감소의 주 원인으로 꼽혔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제품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롯데쇼핑, 신세계, 롯데하이마트 등 유통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 통상임금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것이 실적감소의 주 원인으로 꼽혔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제품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비위축과 계엄 사태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유통가가 지난해 줄줄이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경기침체보다 대규모 일회성 비용인 '통상임금 충당금'을 이유로 들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쇼핑, 신세계, 롯데하이마트 등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

롯데쇼핑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 13조9866억원(전년비 3.9% 증가), 영업이익은 4731억원(6.9% 감소)을 올렸다. 같은 기간 신세계는 연결기준 매출 11조4974억원(3.3% 증가), 영업이익 4795억원(25.1% 감소)을 기록했다. 현대그린푸드는 매출 2조2075억원(4.0% 증가), 영업이익 886억원(7.8% 증가)을 냈다.


이 가운데 신세계와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4분기에 반영된 통상임금 충당금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어난 수준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추정 부담금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5372억원으로 5.7% 증가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측도 "12월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에 따른 추정 부담금과 면세점 희망퇴직 진행으로 발생한 퇴직금 등이 일시에 반영돼 영업이익이 하락했다"며 "이를 제외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불황 속에 나름의 성과를 올렸음에도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은 해당 기업들이 통상임금 충당금을 비용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532억원 ▲신세계 353억원 ▲롯데하이마트 102억원 등 규모는 수백억원대에 이른다.


다음주 실적 발표 예정인 이마트,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들이 통상임금 충당금을 이번 실적이 적용할지는 미지수지만 이는 시점의 문제일 뿐 수백억원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명절 귀향비·휴가비도 통상임금 인정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기존에는 제외됐던 명절 상여금, 휴가비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됐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기존에는 제외됐던 명절 상여금, 휴가비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됐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11년 만에 통상임금 범위를 종전보다 확대하는 판결을 내렸다. '고정성' 개념을 두고 노사가 줄다리기를 해왔는데 법원이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대가성·정기성·일률성만 갖추면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제외됐던 명절 상여금, 휴가비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됐다. 이는 곧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들은 높아진 임금을 기준으로 수당, 퇴직금 등을 다시 산정해 지급해야 한다. 새로운 법리는 판결 선고일인 2024년 12월19일 이후부터 적용된다. 이번 실적 공시에는 이와 관련된 충당부채가 반영돼 일시적으로 비용이 늘었다.

유통업계는 업무 특성상 타 업종에 비해 야근 등 시간 외 근무와 휴일 근무가 많은 편이라 비용 부담이 더 크다.

업계관계자 A씨는 "유통업은 인건비에 민감한 산업군으로 정책 변경에 따라 재무제표상의 변화가 클 수밖에 없다"면서 "산업마다 각각의 특성을 고려해 유연한 임금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기업들이 충당금을 최대한 넉넉하게 추산했을 것"이라며 "여기에 희망퇴직으로 인한 퇴직금 등의 비용까지 합산하면 표면적으로 영업이익이 더 하락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불경기가 지속될 전망이라 회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업체의 C씨는 "대법 판결에 따른 것으로 수익성 측면에서는 아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임직원들을 위한 결정이므로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