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이 열린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윤 대통령이 입장해 있다. 2025.2.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이 열린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윤 대통령이 입장해 있다. 2025.2.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길어지며 보수층이 최대치까지 똘똘 뭉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여론전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학습 효과'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여당이 강경 노선을 유지하는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주말 전국 곳곳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특히 8일 대구 집회에는 5만 2000여명이 참석했다. 경찰 추산 대구 단일 집회 중 최대 규모다. 같은 날 서울 광화문 집회에도 경찰 비공식 추산 2만 명이 모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해 파면해야 한다'는 55%,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40%였다.

한 달 전 조사(1월 둘째 주)에 견줘 탄핵 찬반 격차가 29%포인트(p)에서 15%p까지 절반 수준으로 좁혀졌다.

특히 여권 핵심 지지층에서는 탄핵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국민의힘 지지층 89%. 보수층 76%, 대구·경북(TK) 60%가 탄핵 반대 입장을 밝혀, 찬성을 앞질렀다. 12·3 비상계엄 사태 초기 충격을 어느 정도 수습한 보수층이 정권을 잃지 않기 위해 결집한 결과로 풀이된다.


2017년 박 전 대통령 당시 헌법재판소의 탄핵안을 인용하기 직전까지도 보수층 내 탄핵 찬성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흐름과는 다른 양상이다. 당시 여당 지지층에서는 70~80%가 탄핵에 찬성했다.

보수층의 결집에는 윤 대통령의 논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와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행동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구속의 부당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권 등을 문제 삼으며 '내란 탄핵공작 프레임'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여권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자,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을 적극 방어하며 결집하는 양상이다. 당초 구속을 계기로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예상과 달리 연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지난 3일 국민의힘 지도부, 7일 윤상현·김민전 의원에 이어 김기현 전 대표와 추경호 전 원내대표, 이철규·정점식·박성민 의원 등 당내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5명이 10일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을 면회할 예정이다.

탄핵 반대 집회 규모가 커지자, 집회에 참석하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 전날 대구 집회에는 추 전 원내대표 등 TK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국민의힘은 지지율 상승의 원인을 윤 대통령에게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정권을 넘길 수 없다는 위기감도 결집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2025.2.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2025.2.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그러나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가 중도층과의 괴리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부 당내 인사들도 대통령과의 밀착 행보를 경계하고 있다. 김재섭 조직부총장은 최근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면회하러 간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의 공식적인 입장인 것처럼 비쳐질 것이고, 무책임해 보인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의원도 "당을 계엄 옹호당으로 각인시킬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보수층과 달리 중도층은 여전히 탄핵 찬성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NBS 조사에서 중도층 가운데 '탄핵을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32%에 그쳤다.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도 27%였다.

특히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대응에 대해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45%에 달했다. 보수층 결집이 오히려 중도층과 거리감을 넓히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도·무당층은 계엄에 비판적이고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고 있어 윤 대통령과 선을 긋지 못하는 여당에 부정적 태도를 갖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국민의힘이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니며 서서히 매몰되는 모습"이라며 "당장은 반짝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탄핵 인용 후에는 정당 자체가 한계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NBS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20.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