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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중동지역의 방산 시장 경쟁 격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화 김동관 부회장과 구본상 LIG 회장이 시장확장을 위해 직접 나서 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중동지역은 K방산의 글로벌 4강 진입을 위한 주요 전략지다. 전문가들은 K방산의 중동 공략을 위해 미국업체과의 정면 승부보다는 '틈새전략'이 유리하다고 제언한다.
1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 부회장과 구 회장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중동 최대 방산 전시회 'IDEX 2025'에서 중동시장 확장 행보를 본격화했다. 김 부회장은 고위층과의 정치적·경제적 네트워크와 기술 이전·합작 투자를 중심으로 구 회장은 현지 업체와의 협력에 기반해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전략으로 중동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김 부회장과 구 회장이 직접 중동 세일즈 외교에 나선 배경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지역에 대한 무기 수출통제 완화 가능성이 지목된다. 조 바이든 정부에서 미국은 사우디와 UAE 등을 인권 침해국으로 지정해 무기 수출을 통제했지만 트럼프 정부에선 실익을 앞세워 중동 방산 시장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에서도 전임 오바마 정부가 수출을 제한했던 바레인과 사우디에 무기 수출을 허용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무기 수출액은 전 정부 대비 30% 가량 증가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국내업체들은 '맞춤형 대공 방어 시스템'을 내세웠지만 미국과의 경쟁이 녹록치 않다는 지적이다. 저렴한 가격은 강점이지만 실전경험이 부족해서다. 약 40여년간 15여개 국가에서 실전경험을 쌓아온 패트리엇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년 이상 운용된 THAAD를 이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산업 전문가들은 정면 경쟁보다는 '틈새 전략' 수립에 나설 것을 제언한다. 중동 국가들의 사막지형에 적합한 맞춤형 무기를 제안하거나 발주국의 국방산업 자립화를 돕는 기술이전, 현지생산을 포함한 맞춤 패키지를 제안하는 식이다.
미국과의 직접 경쟁이 많지 않은 정밀 소형무기 등의 틈새 시장 공략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멘의 후티 반군,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의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은 전면전 대신 게릴라식 공격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공격을 방어하고 대응 타격하기 위해 비궁, 현궁, 신궁, KGGB(한국형 GPS 유도폭탄) 등의 수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최근 트럼프의 '러브콜'로 주목받고 있는 방산 MRO 사업 또한 중동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세계의 무기고로 불리는 중동지역은 무기 MRO 시장의 주요 전략지역으로 꼽힌다. 극단적인 온도변화와 샌드스톰 등 기후적 특성과 더불어 내전·국지전·테러 대응 등으로 인해 전력 운용 빈도가 높아 MRO 주기가 짧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MRO 사업부를 신설해 패키징 공략에 나서고 있다. LIG넥스원의 주력 수출상품인 유도무기는 고가의 정밀 장비이므로 장기 운용을 위한 정기적인 점검과 부품 교체가 필수다. 중동 국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현대전 환경 변화로 인해 유도무기를 지속적으로 도입해왔다. 한화 역시 이집트, 사우디 등 K9 도입 가능성 높은 국가들을 위주로 MRO 사업을 연계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고위층과 현지 업체와의 네트워킹도 향후 수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오너일가의 네트워킹 향방에도 관심이 모인다. 정치적 불안정성과 국제적인 외교적 관계가 복잡한 중동은 수주국의 외교적 신뢰와 경제적 파트너십을 고려하는 경향이 크다. 또한 현지 업체와의 협력 없이는 사업 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바이든 정부가 인권 침해국으로 지정한 국가들에 대한 수출 통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방위산업이 감당하지 못하는 방산분야에 주력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