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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미국 증시가 한풀 꺾이면서 중국·유럽 시장이 높은 수익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개별 주식을 직접 매매하는 것보다 쉽게 투자할 수 있는 ETF(상장지수펀드)가 눈길을 끈다.
20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ETF는 상당수가 중화권 지수 ETF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는 60.41%로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중국 기술주로 구성된 홍콩 항셍테크 지수가 오를 때마다 '지수 상승률 2배에 가까운 수익을 제공(레버리지)'하는 ETF다. 대신 지수가 떨어질 때 손실도 하락률 2배에 달한다.
삼성자산운용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도 37.68%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ETF는 항셍 테크보다 많은 기업을 포함하는 홍콩 H지수 수익률을 2배 추종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차이나항생테크는 '지수 2배' 조건인 레버리지형이 아니어도 수익률이 33.66%였다.
최근 중화권 증시는 상승세가 뚜렷했다.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 충격 이후 시진핑 국가주석이 민간 기술 기업 간담회를 개회하는 등 기술 강화 의지를 보이면서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에도 민간기업 좌담회 이후 다음 해 민간경제 지표가 반등했다"며 "당시 홍콩 항생테크지수는 36% 올랐다"고 분석했다.
유럽 관련 ETF 수익률도 만만찮다. KODEX 유럽명품TOP10 STOXX는 수익률 33.47%를 기록했다.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등 유럽 명품 기업 10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유로스톡스 50 지수를 2배 추종하는 TIGER 유로스탁스레버리지(합성 H)도 수익률 30.8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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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초 경기 침체 우려가 컸던 유로존 증시는 올해 양호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러우 전쟁 종료와 선거 이후 정치 불확실성 해소 기대가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달리 유럽 정책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을 높이는 지표가 공개되고 있다"며 "미·중 갈등 속 기술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강조되는 점도 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국가들 대비 단기 투자 매력을 높인다"고 짚었다.
미국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공격적인 관세 정책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승세가 더딘 상황이다.
미국 증시 연계 ETF 성적도 2종만 수익률 상위 50위 안에 들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합성)은 25.38%로 36위, TIGER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은 23.18%로 47위다. 레버리지 ETF를 제외한 순위에는 미 증시 연계 ETF가 없었다.
다만 미국 관세가 앞으로 세계 증시에 미칠 영향력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많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관세의 잠재적 악영향이 확인될수록 오히려 관세 강도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감세 기대도 관세로 인한 하방 압력을 상쇄할 수 있다"고 봤다.
최 연구원은 "지역별로는 유로존 보다 전체 유럽, 지수별로는 유로스톡스50 보다는 유로스톡스600을 선호한다"며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고 미국의 유럽연합(EU) 대상 관세 정책 부과 시에도 영향이 제한적일 영국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