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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유럽 주요국들이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와 더불어 자체 방위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결정에 의존해야하는 유럽의 현실을 드러낸 '굴욕 회담'이라는 평가에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도 전면 중지됐기 때문이다. 특히 러-우전쟁에서 부각된 방공 시스템의 보완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와 K방산의 대공 무기체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국방부 산하 방위장비지원부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대신해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와 최대 16억파운드(약 2조9643억원)규모의 경량 다목적 미사일(LMM) 계약을 체결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런던에서 열린 유럽 정상회의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지원을 논의한 바 있다.
러시아가 자폭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의 민간인과 에너지 기반시설을 공격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헬기나 비행기를 격추하는 대공무기체계의 추가 지원을 요청해왔다.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특사단은 한국을 방문해 대공 무기체계 지원을 요청했다.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인 천궁-II, 대공 레이더,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신궁 등에 대한 판매를 요청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국제전략 연구소(IISS)는 러시아가 자폭 드론, 미사일, 기만용 목표물을 동시에 사용해 방공 시스템을 교란하고 요격 미사일 재고를 고갈시키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대공 방어 시스템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러시아는 Geran-2(Shahed-136) 생산을 확대해 월 2000대 이상의 공격 드론을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9K720 이스칸데르-M, 9K79-1 토치카-U 등의 미사일 생산량도 늘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K-대공 방어 무기체계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오르게 된 배경이다. 신궁, KGGB와 같은 저고도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무기체계들의 수출확대가 기대된다. 한국형 아이언돔인 LAMD은 북한의 대구경 방사포(300mm급)와 KN-23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까지 대응하도록 설계돼 기존의 아이언돔, IRIS-T SLM보다 강력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소련제 방공 체계인 S-300을 대체할 수 있는 천궁-II는 NATO 가입을 희망하고 있는 조지아, 보스니아, 몰도바 등의 유럽 국가들에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M-SAM,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L-SAM 등 대공 방어 시스템의 시장 확대까지 기대된다. '한국형 THAAD'로 불리는 L-SAM은 미국 패트리엇과 THAAD 대비 도입비용, 대당 미사일 가격, 연간 운영 비용이 최대 75% 가량 저렴하다. 우크라이나는 패트리엇(PAC-3) 4기, 독일의 아이리스-T SLM 6기, 노르웨이 콩스버그와 미국 레이시온이 공동 개발한 NASAMS를 8기 이상 운용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비용적 측면에서 지속적인 러시아의 대공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유럽이 최근 EU 권역 내 방위산업 생태계 회복을 위한 보호주의를 내세우고 있어 직접적인 수출은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 관계 또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독일 등 주요 방산국들과 협력해 탄약이나 탄두 없는 발사체 등 살상력 없는 구성 요소들을 수출할 수는 있다. 생산역량 부족으로 인해 러시아의 증가하는 공격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유럽의 공급망을 보완하는 차원의 접근이다. 체계통합에 강점을 가진 LIG넥스원을 필두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풍산 등이 수혜를 볼 수 있다.
장원준 전북대학교 방위산업융합전공 교수는 "지난해 폴란드 대규모 수출의 연장 선상에서 유럽 내에 가격 대비 성능이 입증된 K방산 대공 무기체계들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은 충분히 높아 보인다"며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러시아 등이) 자유주의 진영 내 우방국의 방산 역량 강화를 돕는 차원에서의 수출을 문제삼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언급했다.
"정치적 상황이 복잡한만큼 방산수출의 시작과 마지막을 함께 해야할 정부의 컨트롤타워 능력이 관건"이라며 "다소 불안정한 현재의 정치 상황을 딛고 국방부, 방사청, 국회의원 등이 힘을 모아 '원팀'지원에 힘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은 총수들까지 직접 나서 2025 IDEX에서 대공방어체계의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L-SAM을 앞세워 고고도부터 드론 대응까지 가능한 다층 방공망 구축 역량을 강조했다. 한화 김동관 부회장과 구본상 LIG 회장은 일선에서 현장 세일즈에 나서며 수출 확장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