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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복귀를 추진한다. 회사 경영 정상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이다.
트러스톤은 20일 공개주주서한을 통해 태광산업에 이 전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 개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은 현재 태광산업 지분 6.09%를 보유한 2대 주주이다.
트러스톤운용은 현재 태광산업의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고 지적했다. 태광산업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6배에 불과한 저평가 상태다. 지난 20년간 평균 배당성향 역시 1.5%로 국내 상장사 중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비영업용 자산 비중이 약 40%로 다른 상장사들에 비해 과도하게 높고, 자사주 비율은 25%에 달하는 등 자산 운용이 비효율적인 상태라는 것이 트러스톤의 주장이다.
최근 SK브로드밴드 주식 매각으로 태광산업의 시가총액보다 많은 9000억원의 현금이 일시에 유입될 예정이지만, 태광 측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밝히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았다.
매각 대금을 활용한 주주 환원 방안이 이사회 의사록을 통해 공시될 정도로 공식 논의됐지만, 최근 대표이사가 갑작스레 사임한 이후 모든 대화가 중단되며 해당 논의 역시 멈췄다고 트러스톤은 지적했다.
트러스톤은 이 전 회장이 실질지분율이 70%를 넘는 최대주주이자 회사의 핵심 관계자인 만큼 현재 태광산업에 필요한 확고한 리더십을 제공할 수 있는 책임자라고 판단해 경영 복귀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이성원 트러스톤 ESG 운용부문 대표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소수주주의 추천을 받아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했고 이후 회사 경영진과 함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했지만 최근 태광 측과 모든 대화가 중단됐다"며 "경영 정상화와 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최대주주이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전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정식 복귀하는 것이 선결과제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태광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비전과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의 책임 경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난 15년간 선장 부재로 서서히 침몰해 온 태광에 이제는 정말로 선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대주주의 책임경영 없이는 난파선이 되는 암울한 미래밖에 남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러스톤의 주장에 대해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의 건강 등을 고려해 복귀 시점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희망하는 트러스톤의 입장은 이해한다"면서도 "이 전 회장의 의사와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주총회를 소집해 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회장은 2023년 8월 복권 이후 경영 복귀를 준비해 왔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상근 집행임원으로 경영활동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료진의 권고를 받았다"며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태광산업 비상근 고문으로서 성장동력 확보와 신사업 진출 등 대주주의 역할과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한해 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 시점과 관련해서는 현재 구체적인 일정을 정해 놓고 준비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건강 호전 상황 등을 고려해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