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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또 다시 운명의 한 주를 맞이했다. 오는 2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을 놓고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경영권의 향방을 가를 표대결을 진행한다.
고려아연은 지난 1월 임시 주총에 이어 이번 정기 주총에서도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적대적 M&A 시도를 막는다는 구상이지만 이에 반발한 MBK·영풍이 가처분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이번 주총에는 이사 수 19명 상한 설정,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등 7개 안건이 상정된다.
주총에서 '이사 수 19명 상한 안'이 가결되면 집중투표제에 의한 '이사 8인 선임안'이 상정된다. 반면 부결되는 경우 '이사 12인 선임의 건'이나 '이사 17인 선임의 건' 중 하나가 표결을 거쳐 상정된다.
핵심은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 이사회에 신규 이사를 얼마나 진입시키느냐다. MBK·영풍은 17명의 이사 후보를 추전한 상황이다.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율은 영풍·MBK 측이 40.97%)으로 최윤범 회장 측(34.35%)을 앞서지만 집중투표제가 도입된 만큼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는 평가다.
고려아연은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고려아연은 지난 12일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선메탈홀딩스(SMH)가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아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며 이번 주총에서도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월 임시 주총에서도 SMC가 영풍 지분을 10% 이상 취득하게 하는 방식으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주식회사에만 적용되는데 SMC를 상법상 주식회사로 보기엔 어렵다며 의결권 제한을 무효화했지만 고려아연은 이번 SMH는 주식회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영풍의 의결권 제한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의 조치에 반발한 MBK와 영풍은 서울중앙지법에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달라는 가처분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 21일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법원의 판단은 정기 주총일보다 앞서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처분이 기각되면 최윤범 회장 측의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 성공에 힘이 실린다. 반면 인용될 경우 지분율이 앞서는 영풍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MBK에 대한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점은 변수다. 최근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사태로 대주주인 MBK의 먹튀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MBK의 적대적 M&A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고려아연 주총에서 현 경영진의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도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시도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홈플러스 사태 현안질의에서 "고려아연을 MBK가 적대적 인수를 하려고 하는데 MBK가 인수하면 홈플러스 짝이 나지 않을까 굉장히 걱정된다"며 "MBK의 인수 과정을 보면 굉장히 악질적인 사모펀드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차라리 고려아연 지분을 팔아서 홈플러스를 해결해라"며 "고려아연은 더욱이 국가기간산업인데 어떻게 경영할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